ADVERTISEMENT

'2002년 악몽' 또…승부차기 신에 버림받은 스페인 8강 실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승부차기 끝에 8강 진출에 실패한 뒤 실망하는 스페인 선수들. 로이터=연합뉴스

승부차기 끝에 8강 진출에 실패한 뒤 실망하는 스페인 선수들. 로이터=연합뉴스

승부차기의 신(神)은 또다시 스페인을 등졌다. 스페인이 승부차기 끝에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스페인은 7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전에서 모로코와 연장전 포함 120분 동안 0-0으로 승부를 가르지 못했다.

스페인은 자신의 강점을 경기 내내 그대로 보여줬다. 짧은 패스를 활용해 꾸준히 모로코 진영을 침투했다. 패스 숫자(1050회)는 모로코(331회)의 3배가 넘었다. 하지만 마무리가 아쉬웠다. 대형 골잡이가 없는 스페인은 슛 13개를 때렸으나 유효슈팅은 2개(모로코 3개)에 그쳤다. 모로코는 철저하게 물러나면서 지켜냈다. 조별리그 1실점에 그친 수비가 돋보였다. 다만 모로코도 득점은 하지 못했다.

세르히오 부스케츠(왼쪽)의 승부차기 킥을 막아내는 모로코 골키퍼 야신 부누. AFP=연합뉴스

세르히오 부스케츠(왼쪽)의 승부차기 킥을 막아내는 모로코 골키퍼 야신 부누. AFP=연합뉴스

양 팀의 운명은 승부차기에서 갈렸다. 모로코는 1·2·4번 키커가 골망을 갈랐다. 하지만 모로코 골키퍼 야신 부누(Yassine Bounou)의 신들린 선방에 막혔다. 1번 키커 파블로 사라비아가 찬 킥은 골대를 맞았고, 2·3번 키커 카를로스 솔레르와 세르히오 부스케츠의 슛은 부누에게 막혔다. 전설적인 소련 골키퍼 레프 야신(Lev Yashin)을 떠올리게 만드는 활약이었다. 스페인은 결국 한 명도 성공시키지 못하고 8강행에 실패했다.

스페인은 1986년 멕시코대회에선 벨기에와 8강에서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탈락했다. 4년 전엔 개최국 러시아를 16강에서 만났는데 이때도 승부차기 끝에 탈락했다. 지금까지 월드컵에서 5번 승부차기를 했고, 딱 한 번 이겼다. 유럽선수권(4승2패)에선 결과가 나쁘지 않았으나 유독 월드컵만 오면 승부차기에서 약해졌다.

한국 팬들에게도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이다. 스페인은 16강에서 아일랜드와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2로 이겼다.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가 두 차례나 선방을 해 승리를 이끌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호아킨의 승부차기를 막아내는 이운재. 중앙포토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호아킨의 승부차기를 막아내는 이운재. 중앙포토

스페인은 8강에서도 승부차기를 해야했다. 개최국 한국을 만나 0-0으로 경기를 마쳤다. 스페인이 우세하게 경기를 풀어갔지만 부상으로 빠진 라울 곤잘레스의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카시야스는 16강과 달리 8강에선 한 번도 막지 못했다. 4번 키커 호아킨 산체스의 킥이 이운재에게 막히고, 한국 최종 키커 홍명보가 성공하면서 스페인은 짐을 싸야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