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킹] "고기 요리는 다 좋아한다고? 강아지도 취향이 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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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반려견이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이 많은데, 사람들이 잘 모르더라고요. 예를 들어 간식에 많이 활용하는 땅콩버터 중에도 자일리톨이 들어가는데, 반려견이 먹으면 안 되는 성분이에요. 특히 국내엔 소형견을 많이 키우는데, 소형견은 몸집이 작은 만큼 소량을 먹어도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해요.”

11월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펫셰프코리아 현장. 사진 메쎄이상

11월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펫셰프코리아 현장. 사진 메쎄이상

지난달 18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펫푸드 요리대회 ‘펫셰프 코리아’의 디저트 부문에서 금손(1등)을 차지한 주이정씨의 얘기다. 주씨는 애완동물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으로, '가족이 되어줘서 고마워'라는 이름의 케이크로 대회에 참가했다. 대회 준비에 도움을 준 건 학교 랩실에 있는 강아지들이다. 유기견 출신인 랩실 강아지들에게 메뉴를 먹이며 반응을 살핀 결과, 강아지의 입맛과 취향을 깨닫게 됐다고. 주씨는 “상금으로 재료를 사서 랩실 강아지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튿날인 19일, ‘한상차림’을 주제로 열린 대회에선 ‘프리타 먹는 말티즈와 뇨끼먹는 비숑’이라는 이름으로 이탈리아 요리인 프리타타를 요리한 주소옥씨가 금손을 수상했다. 주씨는 조리사 경력과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을 우승 비결로 꼽았다. 실제로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강아지 심사위원들의 이 메뉴에 보인 반응이 뜨거웠다. 주씨는 “쟁쟁한 실력자가 많아서 기대를 안 했는데 우승해서 기쁘고, 무엇보다 내 요리를 잘 먹어준 강아지 심사위원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펫셰프코리아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한 강아지가 진지하게 심사에 임하고 있다. 사진 메쎄이상

펫셰프코리아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한 강아지가 진지하게 심사에 임하고 있다. 사진 메쎄이상

대회가 열린 이틀간 수의사와 펫푸드스타일리스트 등 펫푸드 전문가와 함께 10마리의 강아지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강아지 심사위원들은 앞에 놓인 요리의 냄새를 일일이 맡으며 자신의 취향에 맞는 메뉴를 먼저 골라서 맛봤다. 같은 육류를 사용한 메뉴여도 조리법이나 다른 재료에 따라 강아지의 호불호가 나뉘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푸들 ‘포포’의 반려인 이수정씨는 “포포가 3개월 무렵 사료를 거부해서 화식을 시작했는데, 7살이 된 지금 다른 또래 강아지에 비해 모양도 많고 몸도 단단해서 화식의 중요성을 깨닫고 더 많은 요리를 보고 싶어 심사위원에 신청했다”며 “가까이 있는 음식 먼저 먹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신중하게 냄새를 맡거나 조금씩 맛보는 등 강아지마다 입맛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펫셰프코리아 금손(1등) 수상작들. 디저트 부문의 케이크(사진 왼쪽), 한상차림 부문의 프리타타(가운데)와 뇨끼(오른쪽). 사진 메쎄이상

펫셰프코리아 금손(1등) 수상작들. 디저트 부문의 케이크(사진 왼쪽), 한상차림 부문의 프리타타(가운데)와 뇨끼(오른쪽). 사진 메쎄이상

중앙일보 쿠킹과 전시 전문기업 메쎄이상이 공동주관한 ‘펫셰프 코리아’는 지난 5월 열린 댕댕푸드대첩의 두 번째 대회다. 1회 대회에 쏟아진 높은 관심 덕분에 이틀에 걸쳐 각각 디저트와 한상차림을 주제로 대회가 열렸는데, 50여명의 참가자가 요리 경연을 펼쳤다. 타코야키·케이크·샌드위치·티라미수·파이·푸딩·핫도그·머핀 등의 디저트와 닭안심스테이크·와플·햄버거·소고기완자·만둣국·만두·콩국수·프리타타·수프 등 한상차림 요리까지, 메뉴도 다양해졌다. 심사를 맡은 양바롬 수의사는 “1회 대회 때보다 참가자들이 열심히 준비해 온 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퀄리티가 좋아졌고, 무엇보다 내 반려견을 위한 수제 간식을 넘어 사업을 구상하는 분들도 많아졌다”고 평가했다. 강정욱 펫푸드스타일리스트도 “식재료를 잘게 분쇄하거나 미리 익혀 소화·흡수를 돕는 등의 전처리 과정에 신경 쓰는 등 레시피에 전문성이 느껴졌다”며 “확실히 화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것이 대회에서도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선 조리가 끝난 후, 참가자들의 요리를 소분해 강아지 심사위원들에게 제공했다. 사진 메쎄이상

현장에선 조리가 끝난 후, 참가자들의 요리를 소분해 강아지 심사위원들에게 제공했다. 사진 메쎄이상

소문난 반려인으로, 1회 대회에 이어 사회를 맡은 개그맨 박성광씨는 반려견 광복이와 함께 대회에 참가했다. 그는 “채소를 싫어해서 가끔 정성 들여 요리를 해줘도 거부했던 광복이가 오늘 대회에 나온 요리 중에서 몇 가지를 골라 먹는 것을 봤는데, 집에 가서 직접 해줘야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회에서 금손을 수상한 주이정·주소옥씨는 상금 100만원을, 은손(2등) 4명에게는 상금 50만원을 수여했다. 디저트 분야의 은상은 ’칠면조 가슴살 채소 샌드위치 & 복분자 플레인 요거트’로 출전한 임정한씨, ‘한입 쏙 타코야끼’로 참여한 조서연씨, 한상차림의 은상은 ‘담백 멍콩국수’를 선보인 안민씨, ‘내꺼자냐’를 요리한 김연수씨가 받았다.

송정·안혜진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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