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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아이폰 쓴 죄로 500원 더” 사라질까…애플, 15년 만에 앱스토어 가격 대변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애플 앱스토어가 6일(현지시각) 출시 이래 최대 규모로 가격 정책을 개편했다. 사진 애플

애플 앱스토어가 6일(현지시각) 출시 이래 최대 규모로 가격 정책을 개편했다. 사진 애플

디지털 세계의 ‘독재 국가’였던 애플에도 ‘민주화’ 바람이 부나. 애플 앱스토어가 가격 정책을 15년 만에 대대적으로 손질했다.

무슨 일이야

6일(현지시각) 애플은 앱마켓 앱스토어에 700종 이상의 기준 가격을 추가하는 등 새로운 가격 정책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앱스토어 안에서 전 세계 앱 개발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가격 종류가 다양해지고, 국내에 적용되는 가격 티어(tier, 등급)도 기존 94단계에서 900단계로 늘어난다. 이모티콘이나 게임 아이템에 1500원·3000원·4400원 식으로 애플이 고정해놓은 가격만 붙일 수 있던 데에서, 사실상 ‘가격 자율제’가 도입된 것.

애플 관계자는 “앱 개발사들의 선택권을 10배 늘린, 2008년 앱스토어 출시 이후 최대 규모 개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편은 자동 갱신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의 경우 태평양 표준시(PT) 기준 6일부터, 인앱 구매 및 기타 앱은 내년 봄부터 적용된다.

원래 어땠는데?

애플은 2008년 이래 가격 티어제를 고수해왔다. 이모티콘 같은 앱 내 재화의 가격을 애플이 설정해 둔 ‘티어’ 내에서만 고를 수 있게 한 정책이다. 현행 티어제는 한국 기준 1500원(1티어)→3000원(2티어)→4400원(3티어)…→149만원(87티어) 및 국가별 물가 차이 등을 고려한 7개의 대안 티어(alternate tier) 등 총 94단계로 구성돼 있다.

국가별 가격 체계도 고정돼 있었다. 아이템 가격을 ‘2티어’로 설정하면 한국에서는 3000원, 미국에서는 1.99달러, 일본에서는 320엔이 자동 책정되는 식이다. ‘한국에서 3000원, 미국에서 2.99달러’는 불가능했다.

애플의 기존 가격 티어제. 사진 애플

애플의 기존 가격 티어제. 사진 애플

이런 폐쇄적 정책 탓에 애플은 그간 ‘개발사의 가격 선택권을 침해하고 소비자 부담을 가중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애플과 함께 양대 앱마켓인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경우, 최소 70원부터 최대 45만원 사이에서 개발사가 자유롭게 가격을 정할 수 있다.

개편 후, 뭐가 달라지나

앱 개발사가 고를 수 있는 가격이 최소 400원부터 최대 1600만원까지 세분된다. 국가마다 가격을 다르게 매길 수도 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사실상 가격 자율제”: 약 700개의 기준 가격이 추가됐다. 구간에 따라 인상 폭이 점진적으로 커지는 형태다. 애플 관계자는 “400원~2만원 사이는 100원 단위로(400원, 500원…), 2만~10만원 사이는 500원 단위로(2만원, 2만500원…) 책정하는 등, 다양한 옵션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 “이런 가격도 허용”: 두 개의 반복되는 숫자로 시작하는 가격(예: 440원, 11만원)과 9XX로 끝나는 가격(예: 9900원, 1만9000원, 1590만원)도 허용한다. 애플은 “결합 상품 및 연간 요금제 관리에 특히 유용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 “하한선↓ 상한선↑”: 매길 수 있는 최소 가격과 최대 가격도 조정된다. 최소 가격은 기존 500원에서 400원으로 낮아지고, 최대 가격은 기존 149만원에서 1600만원으로 크게 높아진다.

◦ “환차손익 알아서 감당”: 개발사는 175개국 45종 화폐마다 가격을 직접 매길 수 있게 됐다. 한 국가의 화폐를 지정, 나머지 44종 화폐로 자동 변환되게 설정할 수도 있다. 그동안은 ‘환율 및 세율 변동에 따른 적용’이라며 애플이 임의로 국가별 가격 단계를 손봐왔다. 이번 정책 변화는 이에 대한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 앱스토어가 6일(현지시각) 출시 이래 최대 규모로 가격 정책을 개편했다. 클릭 시 애플 공지로 이동. 사진 애플

애플 앱스토어가 6일(현지시각) 출시 이래 최대 규모로 가격 정책을 개편했다. 클릭 시 애플 공지로 이동. 사진 애플

개발사 영향은

이번 개편으로 앱 개발사들은 바쁘게 계산기를 두드리게 됐다. 특히 앱 내 유료 아이템을 판매하는 개발사들은 소비자의 지갑을 열 최적의 가격을 찾아 눈치 싸움을 시작할 전망. 애플 앱스토어는 올해 4월 기준 180만 개 앱이 입점해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안드로이드 사용자보다 비싼 값에 아이템을 구매했던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가격 인하 효과가 있을지도 주목된다. “애플 정책 탓”이라며 안드로이드보다 높은 가격을 매길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 예를 들어, 현재 카카오 이모티콘 1개 가격이 구글에선 2500원이지만 아이폰에서는 3000원(티어2)이다.

갤럭시(왼쪽)와 아이폰에서 서로 다른 이모티콘 가격.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의 가격 정책이 다른 탓이다. 사진 카카오 이모티콘 캡처

갤럭시(왼쪽)와 아이폰에서 서로 다른 이모티콘 가격.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의 가격 정책이 다른 탓이다. 사진 카카오 이모티콘 캡처

한 대형 개발사 관계자는 “앱스토어 내 가격 자율성이 생기니, 가격을 올리든 내리든 다양하게 움직일 여지가 생겼다”며 “정책이 시행되면 한동안 가격 프로모션과 마케팅이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환율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 글로벌 매출이 높은 앱은 덕을 톡톡히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 알면 좋은 것

애플은 내년 1월부터 한국 포함 7개 국가에서 앱마켓 수수료를 ‘실 부담 30%’로 바로잡기로 했다. 앱스토어 약관상 수수료율은 30%임에도, 그동안은 부가세가 포함된 최종 소비자 가격을 기준으로 33% 수수료를 거둬왔던 것.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런 내용을 지적받았고, 애플은 지난달 잘못을 시인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최근 애플이 여러 의견을 수렴해 전보다 유연하고 완화된 정책을 선보이고 있다”며 “폐쇄적 쇄국이었던 애플의 빗장이 풀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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