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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한국서만 ‘제3자 결제’ 허용한다…애플, 왜 변했나

중앙일보

입력 2022.07.01 16:38

업데이트 2022.07.01 17:35

애플 앱스토어가 지난해 통과된 ‘인앱결제 강제방지법’에 따라 한국에서 ‘제3자 결제’를 허용했다. 사진 애플

애플 앱스토어가 지난해 통과된 ‘인앱결제 강제방지법’에 따라 한국에서 ‘제3자 결제’를 허용했다. 사진 애플

무슨 일이야

애플이 지난달 30일부터 한국 앱스토어에 한해 ‘제3자 결제시스템’을 허용하기로 했다. 앱 개발사가 한국에서 배포하는 앱에는 애플의 결제시스템인 인앱결제 외에도 개발사가 직접 만든 결제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인앱결제 방식을 고수하는 애플이 특정 시장 내 전체 앱 개발사에 ‘외부 구입 권한’을 준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애플은 지난 3월 이런 계획을 개정 전기통신사업법, 일명 ‘인앱결제 강제방지법’의 소관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했다. 앞서 구글은 해당 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약 3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제3자 결제 방식을 먼저 도입했다.

개발사들은 뭐래?

애플이 6월 30일 홈페이지를 통해 국내 앱스토어 내 '제3자 결제(외부 구매 권한)'를 허용했다. 사진 애플 홈페이지 캡처

애플이 6월 30일 홈페이지를 통해 국내 앱스토어 내 '제3자 결제(외부 구매 권한)'를 허용했다. 사진 애플 홈페이지 캡처

애플이 법을 지키긴 했지만, 개발사 실익은 없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애플의 제3자 결제 정책을 앱 개발사 입장에서 뜯어보니.

① 앱 개발사가 제3자 결제 방식으로 소비자 결제를 처리할 경우, 애플에 낼 앱스토어 수수료율은 결제금액의 26%다. 애플의 인앱결제(최대 30%)보다 4%p 낮으며, 구글의 제3자 결제 수수료율과 같다. 그러나 PG사(전자결제대행사)에 내야할 수수료나 부가세 등을 더하면 수수료율은 30%나 마찬가지란 게 업계의 중론. 개발사로선 굳이 돈과 인력을 들여 제3자 결제를 구축할 이유가 없다. 국회사무처 법제연구분석과 홍정 과장은 “네이버페이가 있는 네이버 같은 대형 회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

② 애플은 KCP·이니시스·토스·나이스 4곳 중 하나를 PG사로 우선 선정할 것을 요구했다. 한 대형 개발사 관계자는 “사실상 4개사로 제한한 것”이라며 “다른 PG사를 쓰려면 별도 요청서를 내야 하는데, 이를 허가할지 말지는 애플 마음”이라고 말했다.

③ 최근 논란이 된 아웃링크(앱에서 웹 결제가 열리는 방식) 허용 여부에 대한 언급이 없어 혼란이 예상된다. 다만 애플은 지난해 9월 일본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행위 조사 결과에 따라 ‘그동안 인앱결제를 이용하지 않았던 동영상·음악·전자책·뉴스 등 콘텐트 구독 서비스’에 한해 외부결제 링크를 허용했다. 이에 따라 PC 결제만 지원됐던 넷플릭스·스포티파이 등도 아이폰에서 웹을 통한 결제가 가능해졌다. 참고로 구글은 아웃링크가 스미싱 등 사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한다.

④ 구글은 ‘구글 인앱결제’와 ‘제3자 결제’를 한 화면에 동시 제공한다. 사용자가 결제 방법을 고르게 한 것. 그러나 애플은 개발사가 ‘애플 인앱결제’와 ‘제3자 결제’ 중 하나만 골라 화면에 노출할 수 있다. 앱마켓 관계자는 “개발사 선택권은 있지만 이용자 선택권은 없는 형태”라고 평가했다.

자사 인앱결제와 제3자 결제를 한 화면에 제공하는 구글의 예시 이미지. 애플은 개발사 선택에 따라 둘 중 하나만 노출할 수 있다. 사진 구글

자사 인앱결제와 제3자 결제를 한 화면에 제공하는 구글의 예시 이미지. 애플은 개발사 선택에 따라 둘 중 하나만 노출할 수 있다. 사진 구글

이게 왜 중요해

애플도 변하네: 애플은 전 세계 공통의 ‘하나의 정책(one policy)’을 강조해온 기업이다. 한 국가의 정책만 바꾸는 건 매우 이례적인데, 최근 각국의 앱마켓 독점 논란이 애플의 변화를 끌어내고 있다. 이번 ‘한국 제3자 결제 허용’에 앞서 지난 1월 네덜란드 데이팅 앱에 제3자 결제를 허용한 것이 대표적. 최경진 가천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애플이 우리나라 법을 준수하는 방향으로 이동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진전”이라며 “앱마켓이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해선 안 된다는 기본적인 마지노선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평했다. 우리나라 국회의 입법 성과로 볼 수 있는 부분.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 사진 셔터스톡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 사진 셔터스톡

 법 좀 똑바로: 그러나 동시에 입법 결함도 지적됐다. 국회사무처 홍정 과장은 “현재 법률이 금지하는 ‘특정 결제방식의 강제’의 해석에 있어 법의 허점을 노리는 방향으로 애플과 구글이 궤를 같이 한 것”이라면서도, “다만 피규제자는 당연히 그렇게 규제를 회피하는 것이니 그 자체로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결국 입법 실효성이 부족했다는 뜻. 입법을 주도했던 조승래 의원실은 1일 팩플팀에 “애플의 정책 변경이 앱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앞서 조승래 의원은 지난달 27일 토론회에서 ‘보완 입법’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더 알면 좋은 것

애플은 제3자 결제를 사용할 경우 ‘구입 요청’, ‘가족 공유’ 등 일부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구입 요청은 자녀가 앱을 구입하려고 할 때 가족 대표에게 결제 요청을 보내는 기능이다. 사진 애플

애플은 제3자 결제를 사용할 경우 ‘구입 요청’, ‘가족 공유’ 등 일부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구입 요청은 자녀가 앱을 구입하려고 할 때 가족 대표에게 결제 요청을 보내는 기능이다. 사진 애플

구글·애플 등 앱마켓 사업자들은 ‘제3자 결제’는 사용자 편의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애플은 30일 발표에서도 “외부 구입 권한(제3자 결제)을 사용할 경우 ‘구입 요청’, ‘가족 공유’와 같은 일부 앱스토어 기능을 제공할 수 없고 환불, 구입 내역, 구독 관리 등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사용자를 지원할 수 없다”며 “앱스토어의 안전한 보안 지불 시스템 외부에서 이루어지는 지불은 검증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못박았다.

구글 또한 “제3자 결제는 (구글 인앱결제가 제공하는) 자녀 보호, 가족 결제, 정기 결제 관리, 구글플레이 포인트 사용 등의 기능을 제공하지 않을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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