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진심…뜨거웠던 새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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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은 카타르월드컵에서 뜨거운 열정을 마음껏 불살랐다. ‘꺾이지 않는 마음’은 곧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주장 손흥민이 그 한가운데에 있었다. 안와골절 수술 이후 마스크를 쓰고 훈련하던 도중 미소 짓는 손흥민. 사진 대한축구협회

한국 축구대표팀은 카타르월드컵에서 뜨거운 열정을 마음껏 불살랐다. ‘꺾이지 않는 마음’은 곧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주장 손흥민이 그 한가운데에 있었다. 안와골절 수술 이후 마스크를 쓰고 훈련하던 도중 미소 짓는 손흥민. 사진 대한축구협회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카타르월드컵을 계기로 한국 사회에서 화두가 된 말이다. 원래 이 말은 올해 e스포츠 롤드컵에서 약체로 꼽힌 DRX 소속 데프트(김혁규)가 1라운드에서 패한 뒤 했던 말이다. 이처럼 미약하게 시작한 DRX는 최강 T1까지 꺾고 우승했다.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1무1패로 미약하게 시작한 한국이 같은 조 최강 포르투갈을 꺾고 16강에 진출했고, 이 말은 한국 축구대표팀의 상징이 됐다. 포르투갈전 직후 한국 선수들이 들었던 태극기에도 이 말이 적혀 있었다. 대표팀 모두 ‘꺾이지 않는 마음’을 보여줬지만, 특히 주장 손흥민(30·토트넘)이야말로 조별리그와 6일 새벽(한국시간) 열린 16강전 브라질전까지 이 말을 온몸으로 보여줬다.

포르투갈전을 치른 지난 3일은 손흥민이 안와골절 수술을 받은 지 채 한 달이 안 된 시점이었다.

손흥민, 팀코리아에 ‘꺾이지 않는 마음’ 불어넣었다

그는 경기 막판 마스크를 벗어들고 질주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다시 한번 마스크를 벗어던졌다. 그리고 그라운드에 얼굴을 파묻고 오열했다.

조별리그 2차전에서 가나에 2-3으로 패하자 일부에서 “손흥민을 선발에서 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에게 쏠린 기대를 알기에 손흥민은 “뼈가 붙는 데 최소 석 달이 걸리고, 지금은 실처럼 붙어 있는 상태다.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지만,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포르투갈전 승리 후 우루과이-가나전 결과를 기다리던 시간은 ‘세상에서 가장 긴 6분’이었다. 영국 매체 더 선에 따르면 손흥민이 당시 동료들을 동그랗게 모아 이렇게 말했다 “만약 우루과이가 한 골을 더 넣는다고 해도 난 모든 것을 쏟아낸 이 팀이 정말 자랑스럽다.”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손흥민은 16강 진출 확정 직후 “우리는 (파울루 벤투) 감독님이 벤치가 아닌 곳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르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나전에서 퇴장당해 포르투갈전을 관중석에서 지켜봤던 벤투 감독은 브라질과의 16강전에는 벤치로 돌아와 경기 내내 태극전사들과 함께했다.

포르투갈전 결승골의 황희찬(26·울버햄프턴)은 “(손)흥민이 형이 경기 전에 ‘너를 믿는다. 오늘 꼭 기회를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형이 공을 몰고 갈 때 박스에서 날 찾을 거라는 확신을 안고 뛰었다”고 전했다. 후반 추가시간 상대 선수 7명을 몰고 70m를 질주해 만들어낸 결승 어시스트는 약속의 실천이었다. 약속을 지킨 ‘리더’는 ‘원 팀’을 만들어냈다.

손흥민에 대해 수많은 찬사가 쏟아졌는데, ESPN이 그의 ‘꺾이지 않는 마음’을 정확히 묘사했다. “이 역습을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며, 기다림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축구 지능, 뭐든지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밀려올 때 아무것도 하지 않는 평온함, 수비수들에게 둘러싸여도 공을 꿰뚫을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믿음, 그것이 자신이 해야 할 전부라는 동료들에 대한 믿음. 그것이 ‘좋은 선수’와 ‘위대한 선수’를 가르는 작은 순간이었고, 조국을 탈락의 위기에서 구해낸 월드컵 역사상 가장 극적인 장면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으로 이미 ‘월드 클래스’가 된 손흥민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좋은 선수’를 넘어 ‘위대한 선수’로 평가받게 됐다. 세계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도 손흥민과 동료들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멋진 경기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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