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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물가 5%↑…상승 둔화에도 부담되는 가공식품·외식가격

중앙일보

입력

5%대 후반으로 높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 초반으로 소폭 내려앉았다. 최근 물가 상승률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가 차츰 안정을 찾고 있다. 그러나 가공식품과 외식 등 먹거리 가격은 많이 올라 가계에 부담을 주고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9.10(2020년=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0% 올랐다. 지난 7월 6.3%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24년여 만에 최고치를 찍은 이후 8~10월 5.6~5.7% 수준을 유지하다 이제 4%대 근처까지 내렸다.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10월에 이어 11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8% 상승했다. 농산물 가격은 2% 하락했지만, 석유류 가격이 5.6%의 상승 흐름을 이어간 영향이다. 지난달엔 특히 의류 등 섬유제품과 화장품 가격이 많이 상승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겨울 신상품이 나오면서 가격을 인상하며 출시한 경향이 있고, 세계 공급망 차질로 면 등 원재료 가격이 오른 데다 중국의 봉쇄조치로 가공비까지 올랐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농산물 중 채소류 가격이 전년 대비 2.7% 하락하며 신선식품지수(계절과 기상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신선식품 55개를 기준으로 작성하는 통계)는 0.8% 상승에 그쳤다. 1년 전인 지난해 11월에 한파 때문에 채소류 가격이 높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발생한 데다 올해 6~8월 호우 피해로 비싸졌던 채솟값이 최근 들어 조정을 받았다. 오이(-35.3%), 상추(-34.3%), 호박(-34.9%) 등의 가격이 내렸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농산물을 비롯한 ‘집밥 물가’는 안정을 찾아가는 중이지만, 외식 가격은 높은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외식 가격은 전년 대비 8.6% 상승했다.

가공식품 가격도 높은 수준을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달 가공식품 가격은 9.4% 올랐다. 지난달 우유 등 유제품의 원재료가 되는 원유(原乳) 가격이 인상되면서 식품기업 등의 상품 가격 인상이 줄을 잇고 있다.

물가 전망은…“내년까지 5%대 유지”

통계청과 한국은행은 당분간 물가가 5%대 수준의 상승률을 유지하면서 점차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지난달 5.6% 상승한 석유류 가격은 지난해 연말 국제유가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을 고려해 상승 폭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소비심리가 위축하고 있어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지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은 이날 열린 물가상황점검회의를 통해 “내년 초까지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 수준의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또 “향후 물가 전망 경로 상에는 국제유가 등 원자재가격 추이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경기 둔화 폭이 확대될 가능성 등이 하방 위험으로, 에너지 요금 인상 폭 확대 가능성 등은 물가 상방 위험으로 각각 잠재해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전기‧가스‧수도 가격은 전년 대비 23.1% 상승했다. 10월에 이어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올해 4분기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이 인상됐기 때문인데, 한국전력의 경영난 등을 고려하면 내년에 추가 요금 인상이 유력하다.

기획재정부는 “서민 생활과 직결된 생활물가 오름세가 식품을 중심으로 둔화한 것은 긍정적 신호”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연말·연초 제품 가격 조정,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에 따른 물류 차질 등의 상황을 계속해서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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