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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축구" 비판에 발끈…16강 진출한 네덜란드 감독 일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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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팬의 '지루하다'는 비판을 반박한 판 할 네덜란드 감독. AP=연합뉴스

일부 팬의 '지루하다'는 비판을 반박한 판 할 네덜란드 감독. AP=연합뉴스

"그런데 왜 집에 가지 않나."

2022 카타르월드컵에 참가 중인 네덜란드 축구대표팀 루이스 판할(71·네덜란드) 감독이 "지루한 축구를 했다"는 비판에 이렇게 반박했다. 1951년생으로 만 71세인 판할 감독은 카타르월드컵 참가국 32개국 사령탑 가운데 최고령이다.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는 30일(한국시간) 조별리그 A조 3차전에서 카타르를 2-0으로 물리쳤다. 조별리그 2승1무를 기록한 네덜란드(승점 7) A조 1위로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뛰어난 성과에도 네덜란드의 일부 언론과 팬들은 만족하지 못했다. 그동안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축구를 한 네덜란드가 이번 대회에선 다소 지루한 경기력이었다는 지적이다. 네덜란드는 세네갈을 2-0으로 따돌리고, 에콰도르와는 1-1로 비겼다. 특히 에콰도르와의 경기에선 슈팅이 단 2개에 불과했다.

16강 진출에도 칭찬 대신 비판이 이어지자, 판할 감독은 작심한 듯 기자회견에서 자국 기자들의 평가에 불만을 쏟아냈다. 로이터에 따르면, 판할 감독은 "경기 내용에 실망했다는 여러분의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그보다도 모두가 16강에 진출한 것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팬들이 대표팀의 경기력에 '화났다'라는 말을 전해 들은 판할 감독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만큼 우리 대표팀의 경기력이 나쁜 건 아니다"라며 "경기가 지루하다면 왜 그렇게 보도하지 않느냐, 재미없다면서 왜 집에 가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판할 감독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당신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당신 견해가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2승1무를 기록하며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한 네덜란드. 신화통신=연합뉴스

2승1무를 기록하며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한 네덜란드. 신화통신=연합뉴스

판할 감독은 2000년부터 2001년, 2012년부터 2014년까지도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을 지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네덜란드를 3위로 이끌었다. 이후 2016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감독을 마지막으로 지도자 은퇴를 선언했다. 고령에 나이가 많다는 지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판할 감독은 은퇴를 번복하고 2021년 8월 네덜란드 사령탑으로 복귀했다. 판할 감독은 지난 4월 2020년부터 전립선암 투병 중이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방사선 치료를 25번이나 받았다고 했다. 훈련이 끝난 뒤, 선수들 몰래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그래도 판할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당시 "전립선암으로 죽는 경우는 별로 없다"면서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는 위험할 수 있다"고 계속 대표팀을 지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선수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어서 선수들에게 알리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네덜란드는 2014 브라질월드컵 이후 8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 복귀했다. 판할 감독은 최근 네덜란드의 두 차례 월드컵을 모두 지휘한 셈이다. 네덜란드는 B조 2위를 차지한 다크호스 미국과 8강 진출을 다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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