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게] 황정선 소보원 연구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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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년생 아이가 학교의 알뜰장터에 참여한 뒤로 "경제감각이 생겼다"고 좋아하는 동료의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얘기인즉 이렇다.

우선 자기가 안 쓰는 물건을 가져와 다른 아이들에게 파는 자리인 만큼 어떻게 하면 물건이 잘 팔리게 할까를 고민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게임CD는 게임을 잘 하는 아이에게 좀 싸게 팔면 입소문을 통해 더 잘 팔 수 있다는 것이다. 마케팅의 기초 원리다.

잘 안 팔리면 떨이를 하거나 묶어 파는 다양한 궁리를 하게 된다. 팔 물건이 아닌데 자기에겐 필요하지 않으면 가져와 덤으로 끼워주기도 한다. 재고처리 방법까지 터득하는 셈이다.

알뜰장터는 물건을 사는 지혜도 배우게 된다. 자기 물건을 팔아 돈을 만들어보는 소중한 경험과, 그렇게 얻은 돈으로 친구의 물건을 사면서 아이들은 유통과 소비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체득하는 것이다. 돈이 '은행에서 그냥 찾아오면 되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어린이들에게 제대로 된 경제교육을 하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알뜰장터에 아이를 내보내는 동료는 "아이가 물건을 깨끗이 쓰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했다. 더러운 물건은 장터에서 안 팔린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정리정돈을 하고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구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상 최대 벼룩시장'이 열린다는 소식은 반갑다. 자신에게 필요없는 헌 물건을 기부하거나 내다 팔고, 필요했던 물건을 값싸게 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특히 아이들은 경제란 무엇인지 직접 깨달을 수 있는 자리다.

나눔은 우리 민족의 오랜 전통이고 최고의 미덕이기도 하다. 나에게 필요없는 물건을 재활용해 필요한 사람에겐 도움이 되고, 중간에서 생기는 수익금은 소외된 이웃들에 희망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주말 열리는 '지상 최대 벼룩시장'에는 가족들과 한번 가보길 권한다. 수만명이 한데 모여 사고 파는 생명력 넘치는 현장만으로도 충분히 가볼 만한 가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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