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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 대유행] ASMR 멍때리기 열풍, 자연의 소리 들려줬는데 6885만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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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호 10면

SPECIAL REPORT 

춤 서바이벌 ‘스맨파’에서 싱잉볼 명상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힙합 크루 ‘뱅크투브라더스’. [사진 Mnet]

춤 서바이벌 ‘스맨파’에서 싱잉볼 명상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힙합 크루 ‘뱅크투브라더스’. [사진 Mnet]

최근 종영한 Mnet의 춤 서바이벌 ‘스트릿 맨 파이터’에서 가장 반전 있었던 팀은 힙합 크루 ‘뱅크투브라더스’였다. 자유로운 힙합 배틀러들이 칼군무가 필요한 K팝 댄스 퍼포먼스에 적응하지 못하고 헤매는 듯 싶더니, 조금씩 변화와 성장을 보여주며 파이널 무대까지 오른 것이다.

이들의 시그니처는 ‘싱잉볼’(박스 기사 참조) 이었다. 첫 촬영을 앞둔 대기실에서부터 들떠있는 다른 팀들과 달리 싱잉볼 연주로 마음을 다스리더니, 수미일관되게 파이널 미션을 앞두고도 싱잉볼 명상을 했다. 힙합이라는 역동적인 춤을 추는 사람들도 고요한 명상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바쁘고 긴장된 삶일수록 한템포 쉬어가기를 권하는 ‘멍때리기’ 트렌드를 고스란히 보여준 장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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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소름 살짝 돋으며 긴장 풀려

지난달 마포문화재단이 ‘국내 최초 앰비언트 콘서트’로 기획한 ‘그대에게’. [사진 마포문화재단]

지난달 마포문화재단이 ‘국내 최초 앰비언트 콘서트’로 기획한 ‘그대에게’. [사진 마포문화재단]

멍때리기의 중요한 도구는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이다. ‘자율 감각 쾌락 반응’이라는 뜻으로, 바삭바삭 씹는 소리나 장작 타는 소리, 빗소리 등을 들으면 조용한 속삭임을 들을 때처럼 기분 좋은 소름이 살짝 돋으며 심신이 릴랙스되는 현상을 말한다. ASMR은 명상 트렌드와 맞물려 동영상 업계의 대세 콘텐트로 정착했다. 매년 포브스가 조사하는 국내 유튜버 수입 랭킹 톱10에서도 ASMR 유튜버들이 늘 상위를 차지한다. 지난해엔 1위(제인)와 2위(홍유)가 모두 ASMR 유튜버였고, 올해는 5위(홍유)와 7위(제인), 10위(SIO)를 차지했다.

먹방, 역할극 등 장르가 다양하지만, 환경음으로 가상의 공간을 조성하는 ‘앰비언스 ASMR’이 명상과 불면증 해소, 집중력 향상에 인기다. 유튜버 ‘수프’는 해리포터 호그와트 학교의 도서관, 짱구네 집에서 낮잠 자기,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특징적 소리만으로 마치 스크린으로 들어간 듯한 가상의 공간을 연출한다. 유튜버 ‘낮잠’은 스토리텔링까지 창작한다. 중세 판타지, 빅토리아 시대 로맨스 등의 제목 하에 그럴싸한 음향을 만들고 짤막한 자작 소설 도입부를 던지면, 구독자는 상황에 취해 상상의 나래를 펴게 된다.

ASMR의 효과는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2018년 영국 셰필드대학 심리학과 연구팀은 ASMR 경험자들의 심박 수가 저하하고 신체가 릴랙스되며 긍정적인 감정이 강해지는 현상을 확인했다. 2019년 한양대 융합시스템과 연구팀도 뇌파 대역을 분석해 ASMR 사운드에 이완 효과와 가벼운 집중, 수면유도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ASMR이 뇌를 쉬게 하고, 좋은 기억을 되살려 안정감과 편안함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니 헤드스페이스, 캄 같은 유료 명상 앱에도 사운드 메뉴가 필수가 됐다. ‘세상의 모든 안식처로 당신을 안내합니다’라는 모토를 내건 장소 큐레이션 앱 블림프의 경우, ‘제주 사려니 숲의 풀벌레소리’ ‘인도 마하보디 사원의 보리수를 흔드는 바람’ 처럼 아늑한 공간을 추천하면서 그곳의 소리를 몰입형 사운드에 담아 눈을 감고 미리 가보도록 유도한다.

뮤지션들도 ASMR을 활용한다. 구독자 114만을 보유한 작곡가 메이레인은 잔잔한 뉴에이지 음악을 빗소리, 새소리같은 자연 음향과 믹싱할 뿐인데도 반응이 폭발적이다. ‘10시간 잔잔한 수면음악 스트레스 해소음악’이란 제목의 영상은 6885만뷰를 기록중이고, 시냇물 흐르는 고요한 산사로 순간이동한 느낌을 주는 ‘티벳 대형 싱잉볼 연주’에는 ‘치킨 먹을 때 들었는데 온전히 치킨과 저 둘만이 이 세계에 있는 느낌을 받았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현대음악계에서도 ASMR 현상에 관심을 갖고 창작활동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하버드대학 음악이론 연구자 기울리아 어코네로(Giulia Accornero)는 최근 논문에서 일부 작곡가들이 ASMR 사운드의 사적이고 친밀한 속성을 받아들인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음악 작품에 반영된 ASMR이 관객과의 ‘밀접 거리’를 불러일으켜 정서적 친밀감을 지각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콘서트·공연장에서 ‘인스턴트 명상’도

싱잉볼은 7가지 금속을 녹여 만든 주발이다. [사진 한국싱잉볼협회]

싱잉볼은 7가지 금속을 녹여 만든 주발이다. [사진 한국싱잉볼협회]

ASMR을 연구하는 한양대학교 음악연구소 김경화 박사는 “빗소리나 장작 타는 소리 등, 사람마다 좋아하는 소리는 원래 있었지만, 기술 발달로 그런 소리들을 자유롭게 만들고 가공해서 증폭시킬 수 있는 미디어 환경이 되면서 소리 자체를 대량소비하게 됐다”면서 “노래만 해도 가수의 가창력보다 음색을 화두로 삼게 된 것처럼, 음악에서도 구성 요소보다 사운드 자체가 주는 직접적인 감각경험에 관심이 커지고 있는 현상에 주목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ASMR 트렌드는 공연계에도 반영되고 있다. 지난해 세종문화회관 기획으로 호평 받았던 이머시브 사운드 연극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가 대표적이다. 자연의 소리를 최초로 기보한 19세기 후반 미국 성공회 사제 시미언 피즈 체니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리가 주인공인 연극을 제작했는데, 소극장에 스피커 60개를 동원한 몰입형 사운드 효과를 비롯해, 벨기에에서 공수한 이끼로 세트를 꾸미고 공연장 로비까지 수목원 향기로 채워 넣은 감각적 실험이었다. 새가 날아가는 소리, 발자국이 다가오는 소리, 폭우가 쏟아지는 소리까지 생생하게 살린 사운드디자인이 실제 자연 속에 있는 듯한 치유의 감각을 선물했다.

최근엔 ‘국내 최초의 앰비언트 뮤직 콘서트’도 열렸다. 앰비언트 뮤직이란 최소한의 음을 사용한 명상적인 전자음악으로, 유럽과 일본에선 이미 1980년대부터 우울한 현대인에게 필요한 치유의 음악으로 각광받아왔다. 여기에 ASMR 음향효과를 더해 선보인 콘서트가 지난달 마포문화재단이 선보인 ‘그대에게’다. 작곡가 이정봉이 음악감독을 맡아 강릉 바다의 파도 소리, 남한산성의 시냇물 소리, 강원도 숲속의 풀벌레소리, 경기도의 빗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직접 채집하고 윈드휘슬, 오션드럼, 썬더드럼 등 악기 연주를 접목한 공연이었다. 나각, 정주 등 자연을 닮은 소리를 내는 국악기와 허밍송 합창까지 어우러져 공간을 에워싸는 소리의 향연에 푹 젖어들게 했다.

이 공연을 기획한 마포문화재단 송제용 대표는 “눈물 흘리는 관객도 있었다”면서 “쉼이 필요하지만 멀리 나갈수 없는 직장인, 소상공인들에게 ‘인스턴트 명상’을 선물하고 싶어서 내년부터 브런치 콘서트로 기획할 예정이다. 늘 스트레스와 공존하는 현대인들이 가까운 공연장에서 명상을 해결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노래하는 그릇’ 싱잉볼 힐링, 울림소리 듣기만 해도 명상 속으로 빠져

천시아 한국싱잉볼협회장의 싱잉볼 연주 모습. [사진 한국싱잉볼협회]

천시아 한국싱잉볼협회장의 싱잉볼 연주 모습. [사진 한국싱잉볼협회]

요즘 ASMR계 대세는 싱잉볼이다. ‘노래하는 그릇’이라는 뜻의 명상도구로, 7가지 금속을 녹여 만든 주발을 울림막대로 두드리거나 문지르면 마치 우주의 진동과 같은 고유한 울림 파장이 일어난다. 그 진동이 우리 몸을 동기화시키면서 뇌파와 세포를 빠르게 이완시켜 자연치유력을 이끌어낸다고 한다. 약 2500년 전부터 티벳, 네팔, 인도에서 사용되어 왔는데, 최근 힐링과 명상 바람이 불면서 전세계적으로 뜨고 있다.

지난 주말 한국싱잉볼협회를 찾았다. 주말 저녁 7시인데도 협회 사무실은 수강생으로 북적였다. 이날 ‘뮤직테라피’와 ‘명상 클래스’, 두가지 원데이 클래스가 열렸다. 두 클래스에 다 참여한다는 한 수강생은 “번잡한 생각에 끌려 다니다가 잠시나마 생각을 끊고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참 좋아서 전문가 코스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싱잉볼협회장인 천시아(38) 젠힐링샵 대표는 국내에 싱잉볼을 처음 소개한 힐링·명상 전문가다. 2008년 인도에서 싱잉볼을 만나 워크샵에 참여했다가 신비한 체험을 한 이후 직접 싱잉볼을 활용한 명상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워크샵 도중 특정 진동에 몸이 반응하는 게 느껴졌다. 몸이 떨리면서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유없이 울다 웃다 어느 순간 고요한 명상의 상태로 들어가게 됐는데, 그 체험이 너무 강렬해서 소리의 힘을 실감했다”는 게 그의 체험담이다.

이후 대체의학 등을 공부하면서 찾아낸 싱잉볼의 비밀은 진동에 있었다. 양자의학에서 하나의 진동으로 통하는 우리 몸이 소리의 특별한 주파수에 공명해 사운드 힐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파장이 다른 여러 개의 싱잉볼을 연주하니 일종의 음악이지만, 단순히 기분 좋음을 넘어 주파수를 통해 몸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주파수 음악’이다. 심각한 트라우마를 입은 사람도 깊은 무의식 단계로 유도해 마치 침을 놓듯 특정 경락에 공명하는 주파수의 소리를 반복해 저절로 몸이 밸런스를 맞추는 원리란다.

천 대표는 “아로마테라피 등 각종 명상, 힐링 도구를 접해봤지만 이만큼 강력하고 빠른 도구는 없었다. 명상이 어려운 이유는 뭔가 노력을 해서 명상 상태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인데, 싱잉볼은 소리를 듣기만 해도 진동 속에서 명상 상태를 경험할 수 있기에 효과적”이라고 소개했다.

뮤직테라피를 직접 체험해 봤다. “머리 위에 노란색 에너지가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정수리부터 코, 입, 가슴, 배, 다리로 에너지가 이동합니다.” “이제 싱잉볼 소리에 맞춰 몸의 진동을 경험해보세요.” 보신각 종소리처럼 낮고 둔탁한 음부터 실로폰처럼 높고 맑은 음까지. 십여개의 크고 작은 싱잉볼의 울림이 천천히 교차하며 공간에 몽롱한 에너지가 쌓인다.

어느덧 여기저기서 다양하게 코고는 소리가 들려온다. 취재목적으로 갔으니 함께 코를 골순 없었지만 간만에 무념무상 속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본질적 반응은 현실로 돌아갈 때 나타났다. 자동차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복잡한 전자음악이 거슬려 들을 수가 없었다. 잠깐의 체험이었지만 고요한 자연의 소리에 중독된 것만큼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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