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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 대유행] 우울이냐 행복이냐 마음의 행로, 그림 보며 답을 찾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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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호 11면

SPECIAL REPORT 

하루는 24시간, 1시간은 60분. 모두에게 똑같은 하루가 매일 지나간다. 아침부터 밤까지 정신없이 일하고, 또 잠을 자고 나면 바쁜 아침이 찾아온다. 핸드폰 배터리가 15%가 남았다, 5%가 남았다고 경고를 할 때 우리는 충전기를 찾아 배터리를 다시 채운다. 핸드폰이 꺼지는 위기에서부터 벗어나기 위함이다. 운전 중 주유 경고가 뜨면 빠르게 근처 주유소를 찾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는 사람에게도 똑같이 해당한다.

신체적 에너지 그리고 정신적 에너지가 소진되고 고갈되었을 때, 사람 역시 충전이 필요하다. 고갈된 에너지는 맛있는 음식으로 채워지기도 하고, 일상에서 벗어난 여행으로 초기화 되기도 하고, 푹 자고 편안히 이완됨으로써 줄어들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을 통틀어 고갈된 에너지를 공급하는 행위를 우리는 ‘채워짐’ 이라고 부른다.

고갈된 에너지는 불안, 우울, 불면 등 다양한 정신적 상황을 불러일으킨다. 내가 나 스스로를 채우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잘 알지 못한다는 사람들, 그리고 시간이 없다는 사람들을 자주 접한다. 아주 잠깐, 짧은 시간을 내어 명화의 이야기를 잠시 들여다 보기를 권한다. 이 짧은 시간이 때로는 휴식이, 때로는 공감이, 때로는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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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친다, 느껴질 때

에드바르트 뭉크 ‘귀가하는 노동자들’(1914). [사진 뭉크박물관]

에드바르트 뭉크 ‘귀가하는 노동자들’(1914). [사진 뭉크박물관]

저녁 6시가 지나면 지하철역은 퇴근하는 사람들로 붐비고, 도로 위에는 퇴근하는 차들이 가득하다. 퇴근시간이 지나면 훨씬 수월할 것을 알지만, 다음날 스케줄이 있고 또 저녁약속이 있기도 한 상황에서 퇴근길의 움직임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되기도 하다.

‘절규’로 대중에게 알려진 노르웨이의 화가 뭉크의 그림 속에는 어두운 녹색이 자주 등장한다. 뭉크가 5살 때 돌아가신 어머니, 13살에 돌아가신 누나, 26살에 돌아가신 아버지, 32살에 죽은 남동생, 그리고 총에 맞아 사망했던 연인을 그려낼 때에도 뭉크는 녹색을 사용했다. 미술치료 현장에서 녹색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할 때에는 일반적으로 녹색이 상징하는 에너지가 이 사람에게 필요하다고 해석되고 있는데, 녹색의 상징은 편안함과 휴식이다. 즉, 불안이 높은 사람일수록 녹색을 더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다.

‘귀가하는 노동자들’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녹색으로 그려져 있다. 가족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미래를 위해 오늘을 불태운 사람들이 집에 돌아가는 모습이 뭉크 특유의 직관적인 감정표현으로 생생히 드러나 있다. 100년도 더 된 그림이지만 이 장면이 낯설지 않다. 어쩌면 많은 스케줄을 소화하고 난 뒤에 집에 들어가는 나 자신의 모습이 이 그림에 보일지도 모르겠다.

2 쉼을 통한 충전

프레데릭 레이턴 ‘타오르는 6월’(1895). [사진 폰세미술관]

프레데릭 레이턴 ‘타오르는 6월’(1895). [사진 폰세미술관]

프레데릭 레이턴은 현재의 대중들에게 낯설지만, 19세기 영국 최고의 화가로 불리며 화가로선 영국 역사상 최초로 세습 남작 지위를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타오르는 6월’ 안의 여성은 화가가 사랑했던 여배우 도로시 딘. 강렬한 주황빛 드레스가 넘실거리며 그녀를 감싸고 있다. 그녀의 뒤로는 햇빛에 반사되는 윤슬이 눈부시게 반짝이며 고요한 휴식을 지켜주는 듯하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고 있는 모습을 볼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연민과 감사함이다. 고된 시간을 보내고 지쳐 잠들어 있는 그 사람의 하루가 떠오르고, 또 이렇게 내 곁에 숨쉬고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되는 것이다. 눈을 마주치고 대화를 할 때에는 느끼지 못했던 정적 속에서, 그 사람의 숨소리만이 가득찬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음에 벅차오른다. 65세의 나이에 20대 여인을 사랑했던 화가는 그녀가 잠에서 깰까 조심스레 붓질을 하고 있다. 그 섬세함이 그림 곳곳에 묻어나 있기에, 감상하는 사람들에게도 그가 표현하려 했던 휴식의 포근함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쉰다는 것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틀린 생각이다. 쉼은 채움의 시간이고, 도약을 위한 충전의 시간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3 감정은 선택의 대상이다

오귀스트 르누아르 ‘물랭 드 가레트의 무도회’(1876). [사진 오르세미술관]

오귀스트 르누아르 ‘물랭 드 가레트의 무도회’(1876). [사진 오르세미술관]

최근 유행하는 심리치료 이론인 ‘현실치료’에서는 감정을 표현할 때 ‘저는 행복해 하고 있어요’ ‘저는 우울해 하고 있어요’와 같이 감정 뒤에 진행형을 붙여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분명 틀린 문법이지만 주체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선택하여 사용함을 느끼게 하기 위한 장치다. 이러한 감정의 선택을 누구보다 더 잘 안 사람이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였다.

르누아르의 그림 속에 가난과 불행은 없었다. 그가 그린 그림 속에는 웃음과 행복, 그리고 여유가 가득하다. 그림 속에서는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데 굳이 무겁고 어둡게 그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현실에는 힘든 일도 고통도 많았지만 그런 이야기들은 굳이 그림에 담지 않았다. 같은 모델과 풍경을 그리더라도 누군가는 우울하게 그릴 수 있고 누군가는 행복하게 그릴 수 있다는 것을 르누아르는 잘 알고 있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삶이 불안할 때 사람들은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 더욱 스트레스에 몰두하기를 선택할 수도 있고, 자기비관적인 생각을 강화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감정의 강렬함을 선택하는 것도, 또 감정의 종류를 선택하는 것도 자기자신이다. 자기 파괴적인 생각이나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선택은 최종적으로 스스로의 몫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가장 자주 사용했던 감정은 어떤 것이며, 또 더 많이 사용하고 싶은 감정은 어떤 것인지 떠올려 보자. 감정을 적극적으로 선택해나가기 위해서는 ‘어떤 감정을 어떤 강도로 느끼기를 선택했는지’를 명료화 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반복되는 감정의 확인은 이제부터 느낄 감정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I am being depressed”가 자신의 선택으로 “I am being happy”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매력적인 일이다.

김소울 미술치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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