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팩플] 상폐 충격에 “업비트 갑질” 외친 위메이드, ‘진흙탕 싸움’ 예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가 온라인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위메이드]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가 온라인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위메이드]

갑질인가, 책임 떠넘기기인가. 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 등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가 게임 개발사 위메이드의 가상자산 ‘위믹스(WEMIX)’ 상장폐지를 결정하자, 위메이드가 업비트의 ‘갑질’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무슨 일이야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25일 온라인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장폐지 결정은 업비트의 ‘수퍼 갑질’”이라며 “‘계란으로 바위 치기’겠지만, 거래지원 종료 전에 가처분 신청 결론을 받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는 지난달 27일 위믹스를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위믹스의 실제 유통량(3억1842개)이 올해 거래소에 제출한 계획(2억4597만개)을 초과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는 설명이었다. 닥사는 위믹스를 상장한 거래소 4곳(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과 고팍스 등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가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해 출범시킨 협의체다.

이후 닥사는 4주간의 검토를 거쳐 전날인 24일, 위믹스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사전계획 대비 초과된 유통량 ▶투자자들에 미흡하거나 잘못된 정보 제공 ▶제출한 소명자료의 오류 등을 이유로 들었다.

책임은 어디로

위메이드는 닥사의 결정에 불복한다는 입장이다. 문제의 발단이 됐던 초과 유통량 문제를 이미 시정했기 때문에, 거래소 퇴출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위믹스 거래량은 2억 4427만개다. 위믹스가 업비트에 제출한 11월 유통량(2억 5572만개) 계획보다 약 1000만개 적다.

◦ 업비트의 갑질?: 장 대표는 이번 사태의 원인이 업비트의 ‘갑질’에 있다고 주장했다. 유통량 계획을 업비트에만 제출했기 때문에, 업비트가 닥사의 상장폐지 결론을 주도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닥사의 초대의장을 맡고 있는 이석우 업비트 대표는 전날 위믹스의 거래 정지 결정 직후 관련 보도를 SNS에 공유하며 “사필귀정”이라는 코멘트를 올렸다. 이에 대해 장 대표는 “이런 게 전형적인 그들의 갑질이다. 그들은 투자자 보호나 다른 이들의 고통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또 “유통량에 대한 정의, 가이드라인, 기준도 제시하지 않았고 일방적으로 (상장폐지를) 통보했다”며 “상장된 가상자산 중 다수가 유통계획이 없는데 왜 위믹스만 상장폐지하냐”고 지적했다.

업비트는 위메이드와 유통량에 관한 기준을 공유했고, 위메이드도 이에 대해 이미 동의했다고 반박했다. 유통 계획은 위믹스 외에도 모든 코인에 요구하고 있지만, 계획을 공유하는 건 가상자산 발행주체가 결정하는 일이라고도 부연했다. 업비트 관계자는 “회원사들이 함께 소명자료를 분석했으며, 투자자 보호를 고려해 종합적으로 내린 결론이다”라고 말했다.

◦ 위메이드의 책임은?: 문제는 장 대표가 지금까지 “상장폐지 가능성은 없다”고 거듭 말해왔다는 것. 일각에선 이 같은 장 대표의 발언이 위믹스에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코인판’의 투자 심리를 부추겨, 투자자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닥사도 위믹스 상장폐지를 공지하면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수 차례 언론 등을 통해 발표해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선 장 대표에게 해당 발언에 대해 책임을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장 대표는 “내가 가진 정보 안에서 최선의 판단을 한 거라 문제라 생각하진 않는다”며“중차대한 일이라 (닥사가) 합리적인 판단할 것으로 생각해 그렇게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발언으로 수퍼 갑이 화가 나 상장폐지를 시킨 거라면 그게 더 큰 문제”라며 “이런 사태를 초래한 분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투자자는 ‘피의 금요일’: 이 같은 혼란 속에서 위믹스의 시가총액은 급격히 쪼그라드는 중. 22일 오후 약 5000억원 안팎이던 위믹스 시총은 25일 오후 5시 30분 기준 120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날 대비 가격은 75% 폭락한 상태. 중소·해외 거래소에도 위믹스 투자자들이 있어 전체 피해 규모를 확인하긴 어렵지만, 국내 대표 ‘게임 코인’이었던 만큼 국내 투자자들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위메이드 주주들도 타격을 입었다. 이날 위메이드는 전일 대비 29.89% 떨어진 3만 94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결국은 위메이드가 둔 자충수들이 (상장폐지를) 이끈 것이기 때문에 기업 스스로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며 “주주들은 위메이드에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강력히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앞으로는

이날 장 대표는 위믹스 상장폐지가 위메이드 전체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위메이드는 당초 계획대로 연말까지 30개 이상의 게임을 위믹스에 출시할 계획. ‘미르M 글로벌’과 ‘애니팡’도 내달 출시한다. 장 대표는 “사업의 축은 글로벌로 옮겨진 지 오래”라며 “다음 달 중 게임 기축통화가 위믹스 달러로 바뀌게 되는 만큼 각 게임이 받을 영향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해외 거래소 중 코인베이스·바이낸스에 상장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증권가에선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보고서에서 “위믹스 상장폐지로 플랫폼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커지게 됐다”며 “위믹스 코인 자체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존에 구동되던 블록체인 게임들의 트래픽과 매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위메이드는 위믹스 상장폐지 결과를 뒤집는 데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 위메이드 관계자는 “위믹스 거래지원 종료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준비 중”이라며 “거래소별로 바로잡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닥사와 나눈 이메일과 텔레그램 메시지, 화상회의 내용 등을 공개하겠다고도 밝혀 추후 ‘진흙탕 싸움’도 예상된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