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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왜 컴투스·위메이드가 출렁? 코인 제국 FTX 몰락에 한국 영향은

중앙일보

입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무슨 일이야

세계 3대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파산 신청 여파로 국내 ‘코인판’이 출렁이고 있다. 컴투스·위메이드 등 ‘크립토(암호화폐) 관련주’로 알려진 상장사로까지 위기가 번지는 모습이다. 업계에선 ‘크립토 윈터(crypto winter)’가 길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세계 3대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파산함에 따라 14일(한국시간) FTX 홈페이지 상단에 ‘출금이 불가능하다’는 공지가 적혀있다. 사진 FTX 홈페이지

세계 3대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파산함에 따라 14일(한국시간) FTX 홈페이지 상단에 ‘출금이 불가능하다’는 공지가 적혀있다. 사진 FTX 홈페이지

한국 코인판 영향은

① 코인 손댄 게임업계 직격탄
선제적으로 가상자산에 뛰어들었던 게임업계 일부가 FTX 사태에 휘청이고 있다.

◦ “테라 다음은 FTX냐” 컴투스: 14일 오후 기준 약 95억원 규모의 자체 발행 코인 엑스플라(XPLA, 전 C2X) 3200만개(전체 물량의 1.6%)가 FTX에 묶이게 된 컴투스는 이날 주가가 전거래일 대비 14.74% 급락하며 6만1900원에 마감했다. 미국 법원의 파산 절차에 따라 FTX 거래소의 출금이 막히면서다.

컴투스는 지난 3월 C2X를 FTX에 상장했다. 당시 메인넷(블록체인을 운영하는 네트워크)은 테라. 지난 5월 불거진 테라-루나 사태로, 컴투스는 메인넷을 자체 개발한 엑스플라로 바꿨다. 10월부턴 코인도 C2X에서 메인넷과 동명의 엑스플라 코인으로 바꿔 거래를 개시했다. 컴투스 투자자들 입장에선 회사가 테라-루나 사태도, FTX 사태도 피해가지 못한 것. 이날 주가 하락과 관련해 컴투스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상황들로 굉장히 힘들지만 (회사가) 탄탄해지려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FTX에 일부 상장된 컴투스의 자체 발행 코인 엑스플라(XPLA)가 출금 불가 위기에 직면했다. 사진 컴투스

FTX에 일부 상장된 컴투스의 자체 발행 코인 엑스플라(XPLA)가 출금 불가 위기에 직면했다. 사진 컴투스

엑스플라 투자자들의 피해가 예상되자 컴투스홀딩스는 이날 “현재 FTX 상황상 온전한 회수가 어려울 수 있다”며 “출금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FTX에 최대한 협조를 요청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예비 항목으로 배정된 엑스플라의 리저브 물량을 FTX 내 투자자들에게 우선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거버넌스 제안(Governance Proposal, 검증자들이 주축이 되는 상위 협의체의 제안)의 승인을 거쳐야 하고, 투자자들의 소유 증명과 지급 방식에 대한 법적·기술적 검토가 필요해 시간이 걸리거나 진행이 불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컴투스그룹은 FTX에 직접 투자한 바 없어 재무적 손실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위믹스, 또 너냐” 위메이드: 자체 발행 코인 ‘위믹스’의 생태계 확장을 꾀하고 있는 위메이드도 전거래일 대비 5.57%의 주가 하락(종가 기준 5만4300원)을 면치 못했다. 자체 발행 코인 FTT를 담보로 사업 자금을 조달하다가 유동성 위기가 온 FTX와의 구조적으로 유사하단 평가가 나오면서다. 앞서 위믹스재단은 디파이(De-Fi, 탈중앙금융) 프로토콜 ‘코코아 파이낸스’의 자금 조달을 위해 위믹스를 담보로 코코아 파이낸스 토큰(1605만 4938 KSD)을 차입했다가 지난 10일 전액 상환한 바 있다.

위믹스는 지난달 국내 5대 거래소 협의체인 닥사(DAXA)로부터 부정확한 유통량 정보를 지적받아 오는 17일까지 ‘거래 유의 종목’으로 지정된 상태다. 안 그래도 불안한 위믹스에 FTX 사태라는 ‘악재’가 더해진 것이다.

이와 관련 위메이드 관계자는 “자체 발행 코인은 크립토 업계의 일반적인 사업모델”이라며 “자체 발행 코인이 있단 점 외엔, 위메이드와 FTX는 사업모델이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위믹스 발행은 자금 조달 목적이 아니라 블록체인 게임(미르4 등), NFT 플랫폼(나일), 디파이 서비스 등 다양한 생태계 조성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② FTX 사용자 피해 속출

올해 미국 최대 파산 기업이 된 FTX.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미국 최대 파산 기업이 된 FTX. 로이터=연합뉴스

당장 1만여 명의 국내 FTX 사용자들이 FTX에 넣어둔 가상자산을 다 날릴 위기에 처했다. 암호화폐는 파산법상 보호 대상이 아닌 데다, 개인 투자자는 채권자로서 우선순위가 낮기 때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FTX 거래소 앱 ‘FTX 프로’의 지난달 국내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1만 140명으로, PC 사용자를 합치면 그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FTX 사용자들 사이에선 “설마 뱅크런이 나겠나 하고 안일했던 내가 싫다”, “투자 때문에 잃은 게 아니라서 더 억울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FTT를 취급했던 국내 3개 거래소 코인원·코빗·고팍스도 지난 12일 FTT 거래지원 종료(상장폐지)를 결정했다.

한편 FTX의 글로벌 채권자가 10만명인 것에 비하면 국내 피해는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한 거래소 관계자는 “세계 1, 2위 거래소인 바이낸스, 코인베이스였다면 피해 규모는 훨씬 컸을 것”이라며 “FTX가 국내에선 ‘비주류 거래소’라 피해가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테라-루나 사태 땐 창업자도 한국인이었고 코인이 가장 많이 거래된 지역도 국내였다”며 “당시에 비하면 FTX는 한국보다 해외의 피해 규모가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③ 국내 거래소 ‘연쇄 부도’ 확률은

글로벌 3대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FTX 파산 여파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세를 보인 14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에 비트코인 시세가 나오고 있다. 뉴스1

글로벌 3대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FTX 파산 여파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세를 보인 14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에 비트코인 시세가 나오고 있다. 뉴스1

해외에선 FTX 사태를 ‘코인판 리먼 브라더스’로 주목하고 있다. FTX를 시작으로 일부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줄도산할 수 있단 관측이다. 하지만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국내 거래소들은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거래소의 코인 발행’을 막은 선제적 규제 덕에 화를 면했다는 평가다.

국내 거래소는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신고 후 사업이 가능하고, FTT 같은 ‘거래소 코인’의 발행도 금지돼있다(특금법 시행령 제10조의20). 고객 자산과 거래소 자산을 분리 보관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FTX처럼 조세 회피처(바하마)에 회사를 설립하거나, 고객 자산을 계열사 유동성 지원에 사용하는 일은 아예 국내에서 있을 수 없다(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것. 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는 “국내 거래소는 수수료에 의존하는 사업모델”이라며 “자체 발행 코인을 막아놓는 등 위험 관리가 되어있어, FTX 사태의 여파로 국내 거래소가 정리될 확률은 적다”고 말했다.

이게 왜 중요해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 AFP=연합뉴스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 AFP=연합뉴스

◦ ‘무너진 신화’ 불신 확산: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SBF)는 테라-루나 창업자 권도형에 이어 젊은 창업자가 코인으로 신흥 부호에 올라섰다는 ‘신화적 존재’였다. 그러나 권도형과 SBF가 연달아 무너지면서 업계 오피니언 리더들에 대한 불신이 커지기 시작했다. FTX에 각각 2억 1000만 달러, 약 1억 달러를 투자한 유명 벤처캐피털 세쿼이아캐피탈과 소프트뱅크마저 손실을 인정하고 ‘선 긋기’에 나서면서 블록체인 투자업계는 더욱 얼어붙을 전망. 조재우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이번 사태는 성장통이라고 보기엔 세다”며 “소위 돈 잔치로 돌아가던 업계가 개인정보 주권, 탈중앙화와 같은 블록체인의 기본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쪽으로 서서히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 길어지고 깊어졌다, 크립토 윈터: FTX 사태로 크립토 윈터는 길어질 전망이다. 당장 피델리티 인터내셔널 등 글로벌 유력 펀드들부터 포트폴리오에서 암호화폐를 정리하고 있다. 이병욱 교수는 “지난해는 넘치는 유동성으로 코인 시장에 투자자가 몰렸지만, 지금은 금리도 높고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코인 거래량이 오를 동인이 전혀 없다”며 “시장이 급격한 침체기에 들어서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크립토 윈터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멈추고 금융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기관투자자의 신뢰까지 회복하려면 매우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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