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위믹스 코인 상장폐지…‘쌀먹’ 선봉장 위메이드, 믿을 수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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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위믹스 유동화 논란 당시 위메이드는 분기별 공시를 약속하고, 공시하지 않은 유동화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예고 없이 담보대출을 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사진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

지난 1월 위믹스 유동화 논란 당시 위메이드는 분기별 공시를 약속하고, 공시하지 않은 유동화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예고 없이 담보대출을 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사진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

1년 전 시가총액 8조원을 기록했던 코스닥 상장 게임사 위메이드의 미래가 안갯속이다. 자체 발행한 가상자산 ‘위믹스(WEMIX)’가 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로부터 상장 폐지를 당하면서 중대 기로에 서게 된 것. 시장에선 위메이드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무슨 일이야

24일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고팍스·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로 구성된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 ‘닥사’(DAXA)는 위믹스 거래지원 종료, 즉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고 공지했다. 거래 종료 일시는 다음달 8일 오후 3시. 이 시각 이후로는 해당 거래소에서 위믹스를 거래할 수 없다. 비상이 걸린 위메이드는 25일 11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장현국 대표가 직접 입장을 밝힌다. 우선 각 거래소별로 상장폐지에 대한 가처분 신청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위믹스 상장 폐지, 왜?

이날 닥사는 각 거래소 공지사항을 통해 위믹스 상장폐지 이유로 크게 3가지를 들었다. ①유통 계획 대비 초과된 유통량 ②잘못된 투자 정보 제공 ③위믹스 측 소명 자료의 오류. 가장 큰 원인은 위믹스 유통량이 예고 없이 늘어난 데 있었다. 위메이드가 올해 1월 거래소들에 제출한 10월말 기준 위믹스 예상 유통량은 2억4597만개였으나 지난달 26일 실제 유통된 위믹스는 그보다 7245만개 더 많은 3억1842개로 드러난 것.

위믹스 유통량이 늘어난 원인 중 하나는 담보대출이다. 앞서 위메이드 산하 위믹스재단은 디파이(De-Fi, 탈중앙금융) 프로토콜 ‘코코아 파이낸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위믹스를 담보로 맡기고 코코아파이낸스토큰(1605만 4938 KSD)을 차입했다. 가상자산의 시세는 유통량 등 시장의 수급에 따라 결정되는데, 통상 유통량이 늘면 코인 가격이 떨어진다. 위믹스 투자자들은 코코아파이낸스가 담보로 보유한 위믹스를 청산하면 시장에 위믹스 유통량이 늘어나 가격이 폭락할 것을 우려했다. 위메이드는 거래소 측에 “유통되지 않는 예치금(담보)라 공시할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투자자 불안이 커지자 지난 10일 차입금을 전액 상환했다.

위메이드는 어떤 회사

2000년 설립된 위메이드는 대표 IP ‘미르의 전설2(미르2)’로 유명한 게임 회사다. 미르2를 2001년 중국에서 ‘열혈전기’란 이름으로 출시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후속작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실적 부진을 겪었다. 위메이드가 찾은 돌파구는 블록체인과 게임의 결합. 자사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인 ‘위믹스 플레이’를 블록체인 게임계의 ‘구글플레이스토어’로, 자체 코인 위믹스는 게임계 기축통화로 만든다는 구상이었다. 국내 한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먹거리가 필요했던 위메이드로선 P2E로 승부수를 던졌던 것”이라고 설명.

◦ P2E 선봉장: 위메이드는 지난해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토큰) 열풍을 타고 ‘쌀먹(게임으로 돈 번다는 뜻의 게임 은어)’ 대표주자로 부상했다. 지난해 출시한 P2E(Play to Earn·가상자산을 접목한 블록체인 게임) 야심작 ‘미르4 글로벌’이 동시접속자 130만명을 기록하는 등 세계적 흥행을 거두면서 위메이드의 비전에 힘이 실렸다. ‘미르4 글로벌’은 이용자가 게임 내에서 번 재화를 코인 위믹스으로 바꿔 현금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용자는 자신의 캐릭터·아이템 등을 NFT로 만들어 거래할 수도 있다. 위믹스의 흥행은 위메이드의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위메이드 시총은 지난해 11월 7조 8974억원을 기록, 역대 최고점을 찍었다. 같은 달 위믹스 시총은 30조원(최초 발행량 10억개 기준)에 달했다.

◦ 21세기판 봉이 김선달?: P2E 훈풍은 빠르게 식었다. 지난 1월 위메이드가 투자자들 모르게 위믹스를 처분해온 사실이 드러난 것. 당시 위메이드는 ‘애니팡’ 개발사 선데이토즈 인수·합병(M&A) 자금이 필요해 위믹스를 팔았다고 해명했으나 주가는 추락했다. 위메이드는 총 10억개의 위믹스 발행량 중 74%를 위믹스 성장 지원에 쓴다고 백서에 기재했다며, 선데이토즈 투자가 위믹스 성장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회사 입장에선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보단 자체 보유 코인을 매각하는 게 합리적이겠으나, 회사가 찍어낸 코인을 팔아 사업 자금을 마련하는 ‘봉이 김선달’이란 비판이 일었다. 이어 지난 2월에는 위믹스를 팔아 얻은 수익을 지난해 매출·영업이익에 반영했다 결국 실적을 정정하면서 ‘매출 뻥튀기’ 논란도 자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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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메이드 리스크

이번 사태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위믹스를 둘러싼 잡음이 반복돼 왔다는 것. 위믹스로 생태계 확장을 외쳐온 위메이드가 존폐 기로에 서기까지, 위메이드의 리스크를 키운 문제는 크게 셋.

① All or Nothing: 올해 3분기 위메이드는 영업손실 280억3600만원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매출은 1082억9100만원). 2분기 연속 적자인 데다 시장 전망치를 하회한 성적표였지만 회사는 “위메이드는 게임 회사에서 시작해 블록체인 게임 회사로,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으로, 디지털 이코노미 플랫폼으로 진화해 나가고 있다”며 “단기 실적보다 장기적 성과에 주목해 달라”고 당부했다. P2E의 미래에 회사가 사운을 걸면서 위믹스는 양날의 검이 됐다. 지난해 P2E에 대한 기대로 위메이드는 역대급 시총을 기록했지만, 위믹스 논란 이후  주가는 크게 내려 앉았다. 24일 위메이드 시총은 1년 전의 4분의 1 수준(1조 9000억원)을 기록. 익명을 원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위메이드는 P2E라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갔다는 점에서 의미는 있다”면서도 “아무도 가지 않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② 가벼운 입: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는 지난 2일 온라인 간담회를 통해 “위믹스의 상장 폐지는 상상하기 어렵고, 가능성도 없다”고 단언했다. 1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전수 조사를 하면 위메이드만한 회사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한다”며 주요 거래소들의 거래지원 종료 가능성을 일축했다. 가상자산 업계에선 장 대표의 발언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국내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스스로 신뢰도에 흠집을 내놓고, 거래소가 검토 중인 사안인데도 대표이사가 공개적으로 ‘상장 폐지는 없다’며 확언했던 것은 대단히 위험한 행동”이라며 “투자자들의 FOMO(fearing of missing out, 소외 불안)을 자극해 매수를 부추긴 건 투자자 피해를 조장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닥사도 위믹스 상장 폐지 이유 중 하나로 “거래지원 종료 여부에 관해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수차례 언론 등을 통해 발표해 혼란을 초래한 점 등이 확인됐다”고 설명.

③ 문제의 반복, 그게 문제: 가상자산은 법적으로 공시 의무가 없다. 이 때문에 위메이드는 공시 없이 위믹스를 매도하고, 위믹스로 담보대출을 받는 등 논란이 일 때마다 “공시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만 설명해왔다. 위메이드는 분기별로 위믹스 사용 실적을 공시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위메이드가 코스닥 상장사란 점에서 의문을 제기해왔다. 익명을 요청한 가상자산 업계 전문가는 “상장사로서 공시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회사가 한 해명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점이 많았다”며 “(위메이드 주장대로) 의도치 않게 문제가 반복된 것이라면, 리스크에 대한 민감도가 낮은 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충분히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 상장 폐지까지 이르게 된 건 위메이드의 안일했던 대응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앞으로는

◦ 상장폐지 후폭풍: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메이저’ 코인인 위믹스가 상장 폐지된 만큼, 투자자 충격은 클 것으로 보인다. 우선 위믹스 시총이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22일 오후 약 5000억원 안팎이던 위믹스 시총은 상장폐지 소식이 알려진 24일 오후 8시 약 2400억원으로, 그로부터 다시 6시간 후엔 150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거래소들이 초강수를 둔 데는 미꾸라지를 제대로 잡지 않으면 시장 전체가 신뢰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상자산 ‘큰 손’일지라도 잘못된 건 잘못된 것이라고 거래소들이 따끔하게 결론 내린 사례”라며 ”위메이드는 코스닥 상장사로서 코인 사업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옳은 일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청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도 “위믹스는 대표적인 ‘김치 코인’으로 의미도 있고 비중도 컸다. 후폭풍을 감안하면 거래소들이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 P2E는 어디로: 위메이드는 올해 6월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MMORPG 게임 ‘미르M’에 블록체인 토크노믹스를 접목해, 다음달 글로벌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었다. 내년 1분기까지 위메이드 블록체인 생태계에 블록체인 게임 100개를 출시한다는 계획도 있었다. 그러나 ‘크립토 겨울(crypto winter·가상자산 침체기)’,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붕괴에 이어 위믹스 상장 폐지까지 겹치면서 P2E의 미래는 불투명해졌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결국 게임사는 본업인 게임, 그리고 게임의 본질인 재미에 충실해야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공시 관련 법적 의무가 전혀 없는 현재로선 고양이 앞에 생선을 맡긴 꼴”이라며 “정부가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투자자 보호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잃어버린 신뢰는: 거듭된 실책에, 시장에선 위메이드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치는 중. 장현국 대표가 나서서 줄곧 “위믹스 상장폐지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던 만큼, 당분간 코스닥에서 위메이드의 주가 회복은 요원할 전망이다. 위정현 교수는 “위믹스의 상장 폐지는 위메이드의 뼈 아픈 실패다. 신뢰를 어떻게 회복하느냐가 앞으로 회사의 운명을 가르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더 알면 좋은 것

이번 결정을 계기로, 거래소들의 협의체인 닥사의 존재감이 커지게 될 전망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가 곧 이익인 거래소들이 모인 곳이기 때문에 닥사가 스스로에게 손해가 될 결정을 할 리 없다고 보는 시선이 많았는데 이번을 계기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조직으로 영향력을 키우게 될 것 같다”며 “유통량에 대한 정의나 코인 상장·상폐 요건에 대해서 엄격한 기준을 마련하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