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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된 P2E, 믿는 자 vs 못 믿는 자…지스타 2022 현장 [팩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2’의 넷마블 부스가 신작 게임을 체험해보려는 참관객들로 붐비고 있다. 김정민 기자

1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2’의 넷마블 부스가 신작 게임을 체험해보려는 참관객들로 붐비고 있다. 김정민 기자

“넥슨 신작을 체험해보려고 왔는데 게임 전공 대학생들의 졸업 작품도 볼 수 있어서 유익해요!”

게임 원화가가 꿈이라는 고등학생 최현승(17·경남 양산) 양이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17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개막한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G-STAR) 2022’에서다.

또 다른 참관객 송상성(30·부산광역시) 씨는 “세번째 찾은 지스타인데, 국내 게임사 중에서는 카카오게임즈 ‘아키에이지2’ 신규 영상이 기대 이상”이란 소감을 밝혔다. ‘원신’ ‘붕괴3rd’ 등으로 히트친 중국 게임사 호요버스의 부스를 둘러보러 왔다는 송씨는 자신을 ‘10년 이상의 게임 마니아’라고 소개했다. 이처럼 지스타 현장은 성별·연령·직업을 불문하고 게임을 사랑하는 수만 명의 참관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1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2’의 의 카카오게임즈 부스에서 신작 ‘아레스: 라이즈 오브 가디언즈’의 시연이 진행되고 있다. 김정민 기자

1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2’의 의 카카오게임즈 부스에서 신작 ‘아레스: 라이즈 오브 가디언즈’의 시연이 진행되고 있다. 김정민 기자

무슨 일이야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정상 개최된 올해 지스타에는 43개국 987개사가 2947개 부스를 꾸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온·오프라인이 병행됐던 지난해 대비 2배 규모다. 넥슨·넷마블·카카오게임즈·크래프톤·위메이드 등 국내 유력 게임사들은 각자 마련한 ‘명당’에 대규모 부스를 깔고 분주하게 참관객들을 맞았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P2E, 믿는 자 vs 못 믿는 자

지난해 게임업계를 휩쓴 키워드는 일명 ‘돈 버는 게임’ P2E(Play to Earn, 암호화폐를 접목한 블록체인 게임)였다. 올해 지스타에선 P2E를 두고 게임사들의 선택이 극명히 나뉜 점이 두드러졌다. 과거 스마트폰 부상기에 우르르 모바일 게임에 몰려갔던 것과 달리 ‘각자도생’ 현상이 뚜렷해진 것.

◦ “P2E는 필연”: 최근 게임업계는 P2E에 진심인 위메이드·컴투스·넷마블 등과 P2E는 손도 대지 않는 넥슨·엔씨소프트 등 진영으로 갈린다. P2E 게임 ‘미르4’를 흥행시키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P2E 대장’으로 통하는 위메이드의 장현국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3년 안에 모든 게임이 토큰(코인)과 NFT를 도입할 것이라 확신한다”며 “토크노믹스(토큰 경제)는 재밌는 게임을 더 재밌게 만든다”라고 주장했다. 위메이드는 ‘전 세계 블록체인 게임의 오픈 플랫폼이 되겠다’며 자체 메인넷(블록체인 전용 네트워크)과 코인·NFT 플랫폼 등을 구축해놨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1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2’ 현장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정민 기자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1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2’ 현장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정민 기자

◦ “P2E와 절연”: 반면 넥슨 등은 “P2E는 애초에 성립 불가능한 개념”이라고 본다. 게임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재미고, 돈이 개입되면 재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것. 엔씨소프트도 “NFT·메타버스는 해도 P2E는 추구하지 않는다”고 실적발표 등에서 꾸준히 밝혀 왔다. 이들은 올해 테라-루나 사태, FTX 파산 등 암호화폐 시장이 급랭기에 접어들면서 ‘신중론이 옳았다’는 재평가를 받기도.

◦ “한번은 찍먹”: 간만 보는 진영도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본사 대신 자회사 ‘메타보라’를 통해 P2E를 실험 중이다. 크래프톤은 P2E엔 반대하나, 창작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돌려주는 C2E(Create to Earn·돈 버는 개발 환경) 플랫폼을 추구한다는 입장.

1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2’의 크래프톤 부스에서 참관객들이 ‘뉴 스테이트 모바일’의 플레이 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김정민 기자

1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2’의 크래프톤 부스에서 참관객들이 ‘뉴 스테이트 모바일’의 플레이 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김정민 기자

올해 지스타 키워드는

1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2’의 넥슨 부스가 신작 게임을 체험해보려는 참관객들로 붐비고 있다. 김정민 기자

1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2’의 넥슨 부스가 신작 게임을 체험해보려는 참관객들로 붐비고 있다. 김정민 기자

① 넥슨의 귀환
4년 만에 지스타에 돌아온 넥슨은 300석 규모 초대형 부스를 마련했다. 넥슨은 이날 ‘글로벌’과 ‘멀티 플랫폼’을 지향해온 지난 3년간의 성과를 4종의 게임 시연과 5종의 신규 트레일러 영상 등을 통해 공개했다.

신규 지식재산(IP)도 선보였다. 국내에선 미개척지로 평가받는 루트슈터(슈팅 게임+액션 RPG) 장르의 ‘퍼스트 디센던트’, 해양 어드벤처와 초밥집 타이쿤(경영 게임)을 결합한 ‘데이브 더 다이버’ 등이다. 앞서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는 “실패하지 않는 기존 IP로 변주해왔던 넥슨은 2024년부터 없던 IP를 잉태하는 ‘페이스(phase, 단계) 3’에 돌입할 것”이라며 ‘사골국 끓이기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1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2’에서 참관객들이 게임스컴 3관왕을 차지한 네오위즈 신작 ‘P의 거짓’을 체험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김정민 기자

1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2’에서 참관객들이 게임스컴 3관왕을 차지한 네오위즈 신작 ‘P의 거짓’을 체험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김정민 기자

② 중견의 부상 
네오위즈는 그동안 게임 개발사보다는 퍼블리셔(유통)로 통했으나, 동화 피노키오를 재해석해 만든 콘솔 게임 ‘P의 거짓’을 지난 8월 독일 게임스컴에서 공개해 국내외 게이머들의 큰 호응을 받았고, 3관왕을 차지했다. 이번 지스타에서도 ‘P의 거짓’ 부스와 개발진 간담회는 게이머들로 북적였다. 간담회에서 최지원 PD는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게임 규칙에, 끊임없이 변하는 메타(전략)가 발생하게 설계한 것이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P의 거짓은 내년 콘솔·PC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달 ‘승리의 여신: 니케’를 출시해 구글·애플 앱 마켓 매출 1위를 기록한 개발사 시프트업도 주목받았다. 시프트업은 최근 방한한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와 이날 해외 진출 업무협약(MOU)을 맺기도 했다. 시프트업의 차기작인 콘솔 게임 ‘스텔라 블레이드’는 내년 발매를 앞두고 소니 PS5와 독점 계약을 맺었다. 시프트업 관계자는 “구체적인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진지하게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③ 멀티 플랫폼
‘콘솔 시연’이 부쩍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넥슨 신작 ‘퍼스트 디센던트’와 ‘데이브 더 다이버’, 크래프톤 신작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대표적이다. 두 회사의 콘솔 시연대 앞은 길게 늘어선 줄로 북적였다.

최근 게임업계 화두는 멀티 플랫폼이다. 멀티 플랫폼은 한 게임의 모바일-PC-콘솔 버전을 동시 개발, 동시 공개하는 전략이다. 국내 게임사들이 포화 상태인 모바일·PC 게임의 울타리를 벗어나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며 나타난 변화다. 콘솔은 북미·유럽·일본 등에서 안정적인 인기를 끄는 시장으로, 내년 세계 시장 규모만 687억 달러(약 92조원)에 달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콘솔 게임 매출은 지난 2019년 6946억원에서 내년 1조 8364억원까지 성장할 전망.

크래프톤의 콘솔 신작 ‘칼리스토 프로토콜’ 키 비주얼. 사진 크래프톤

크래프톤의 콘솔 신작 ‘칼리스토 프로토콜’ 키 비주얼. 사진 크래프톤

크래프톤 관계자는 “소니(PS)·마이크로소프트(XboX) 같은 전통의 플랫폼 강자들이 주도하는 콘솔 게임은 요구되는 그래픽과 개발력이 높은 하이엔드(high-end) 산업”이라며 “PC·모바일을 거치며 성장한 국내 게임사들이 새롭게 도전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콘솔에서 인정받은 IP는 다양한 콘텐트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콘솔 게임은 모바일·PC 게임보다 개발 기간이 길고 필요 인력·기술도 많지만, 한번 성공한 IP는 주류 시장인 북미·유럽에서 롱런할 수 있다는 것.

BTS 하이브도 게임을?

1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2’의 플린트 부스에서 참관객들이 ‘별이되어라2’를 체험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김정민 기자

1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2’의 플린트 부스에서 참관객들이 ‘별이되어라2’를 체험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김정민 기자

한편 하이브도 오는 19일 지스타 현장에서 간담회를 연다. 방시혁 의장, 박지원 대표 등이 직접 참석해 자회사 하이브IM을 통한 게임 퍼블리싱 사업 진출의 청사진을 공개한다. 게임업계는 하이브가 이날 ‘별이 되어라 2’ 개발사 플린트와의 퍼블리싱 계약 소식을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