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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안하고 ‘노점’ 여는 중국 MZ세대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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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졌다. 요즘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는 기업에서 일하는 것을 유일한 탈출구나 기회라 여기지 않는다. 요즘 MZ세대는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탐구하는 데 적극적이다.

그런 이들이 꽂힌 것이 있다. 바로 '노점상'이다.

출근 안 하고 노점 여는 중국 MZ세대 [출처 비주얼차이나]

출근 안 하고 노점 여는 중국 MZ세대 [출처 비주얼차이나]

소자본으로 자신의 비즈니스 감각을 확인해볼 수 있다는 점이 이들에게 적중했다. 규모만 작을 뿐, 아이템 선정부터 시장조사, 재료 및 원료 수급, 재고 관리, 운영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사업체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사업체 운영을 경험해보고 자신의 능력치나 재능, 흥미를 두루 가늠해보기에는 노점 운영이 제격인 것.

중국의 소셜 전자상거래 플랫폼 샤오훙슈가 제공한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9월까지 샤오훙슈에는 '摆摊(중국어 독음: 바이탄, 길 위에 자리를 펴고 물건 판매)'이라는 키워드를 포함한 메모나 해시태그 수가 2021년 동기간 대비 288%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점을 여는 MZ세대는 기존 노점상이 '생계형'이었던 것과 달리 블라인드 박스, 피규어, 수공예품, 반려동물 간식, 바텐더 등 취미나, 취향을 판다는 차이가 있다. 중국 경제 매체 제일재경(第一财经)은 노점 경제를 실현한 MZ세대와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MZ 세대는 SNS 활용에도 능숙해 샤오훙슈나 더우인을 통해 자신의 사업과 아이템을 기발하고 재밌게 알리기도 한다. [출처 제일재경]

MZ 세대는 SNS 활용에도 능숙해 샤오훙슈나 더우인을 통해 자신의 사업과 아이템을 기발하고 재밌게 알리기도 한다. [출처 제일재경]

쑤저우에서 츠부츠샤오카오(吃不吃烧烤)라는 바비큐 노점을 운영 중인 A씨는 한 달에 12일만 영업을 한다. 이렇게 일해 얻는 월 순수익은 1만 위안(약 187만 원)을 상회한다. 그는 캠핑을 자주 다니며 바비큐를 해 본 경험을 노점에 녹였다. A씨는 노점 영업과 동시에 샤오훙슈 계정도 함께 운영해 노점 운영 과정을 기록했다. 그 계정에는 약 9000여 명의 팔로워가 있다. 단순히 바비큐를 판매하고, 사 먹는 행위 이상의 소통이 오고 간다.

A씨는 저녁에 노점을 접고 나면 새벽 3시까지 정리 및 다음 영업 준비를 하고, 아침에 일어나 또 준비에 나선다. 식자재를 보관할 곳이 달리 없어 매일 공급해와야 하는데, 이런 이유로 매일 영업을 할 수는 없다고. 그는 좀 더 자리를 잡으면 바비큐 트럭을 개조해 여러 도시를 돌아볼 계획이다. 그리고 다양한 소비자 반응을 수집해 온라인 브랜드로 론칭하는 것이 꿈이다.

톈진에서 러나이바오(热奶宝) 노점을 운영 중인 B씨는 샤오훙슈를 둘러보다 러나이바오를 알게 됐다. 거주지 근처에서는 먹어본 적 없는 디저트인 데다, 제조 과정도 간단하고 재료를 구하기도 쉬워 지난 10월 말, 톈진에서 가장 번화한 상업지구인 빈장다오(滨江道)에 노점을 차렸다. 초반에는 하루에 100개를 파는 것을 목표로 재료를 준비해갔는데 2시간 만에 동이 났다. B씨 역시 SNS에 자신의 노점 히스토리를 기록하고 올려 위챗에는 90명, 샤오훙슈에는 200명 이상의 팔로워를 확보했다. 그러나 러나이바오는 진입 문턱이 지극히 낮은 탓에, 주변에만 대여섯개의 노점이 들어섰다. 요즘은 하루에 60개 정도를 팔고 있다. B씨는 손님이나 옆 노점상 주인과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소소하게 용돈도 벌 수 있어 즐겁다는 소회를 전했다.

톈진에서 러나이바오 노점을 운영 중인 B씨 [출처 제일재경]

톈진에서 러나이바오 노점을 운영 중인 B씨 [출처 제일재경]

재일재경의 보도에 따르면 실제 MZ세대가 운영 중인 노점에는 "야근보다 노점을 운영하는 것이 낫다(摆摊总比加班强)", "집에서 썩을 바에는 차라리 나와서 노점을 열어(不想在家摆烂,干脆出来摆摊)"라는 등,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슬로건을 인쇄해 거는 등 젊은 세대 특유의 재기발랄함을 노점 운영에도 녹여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MZ세대가 이끄는 노점 경제는 SNS를 통해 확산하는 경향이 짙어, 이들이 형성한 노점 문화가 코로나19로 축소된 야간 경제를 부흥할 수 있을 거란 전망도 있다.

출근 안 하고 노점 여는 중국 MZ세대 [출처 비주얼차이나]

출근 안 하고 노점 여는 중국 MZ세대 [출처 비주얼차이나]

노점 경제를 부흥하고자 하는 노력은 당국 차원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 24일 개정된 '상하이시 환경위생관리 조례'에서는 노점 영업을 허용했다. 오는 12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조례는 전면적인 금지에서 탈피, 노점을 합리적이고 균형 있게 규제하도록 했다. 중국은 코로나19 확산 이전,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노점상을 강력히 단속해왔다. 그러나 경기 침체 기간이 길어지고 실업자가 증가하자 야간 경제와 체험 경제의 일부인 노점상을 활성화하기로 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직장 생활에서는 뾰족한 답을 얻지 못하는 중국 MZ세대, 노점은 그들이 다양한 가능성을 실현해보는 기회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차이나랩 임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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