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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인간계, 극단적인 성비 불균형 겪는다?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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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든 가상인간, 열 아이돌 안 부러운 시대다.

가상인간 아야이(AYAYI) [출처 소후닷컴]

가상인간 아야이(AYAYI) [출처 소후닷컴]

브랜드 이미지를 결정짓는 광고모델은 광고주와 소비자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광고모델은 사람인만큼 다양한 구설에 오르기 쉽고, 이런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해당 모델을 기용한 브랜드나 기업에 큰 리스크를 안겨주곤 했다. 그러나 '가상인간'은 다르다. 기업 이미지에 딱 맞는 외모와 분위기의 모델을 창조할 수 있는 데다 활용 범위도 무한하다. 최근에는 광고모델뿐만 아니라 예능, 드라마, 생방송 뉴스, 실시간 수어 통역까지 가상 인간이 침투하지 않은 분야를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다.

왼쪽부터 2021년 12월 31일 중국 장쑤TV 신년 특집 가요제에 등장한 가상 덩리쥔(鄧麗君, 등려군)과,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수어 앵커로 활약한 가상인간 [출처 해당 장면 캡처]

왼쪽부터 2021년 12월 31일 중국 장쑤TV 신년 특집 가요제에 등장한 가상 덩리쥔(鄧麗君, 등려군)과,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수어 앵커로 활약한 가상인간 [출처 해당 장면 캡처]

이미지·음성·번역 등 인공지능(AI) 원천 기술과 딥러닝 가상 얼굴 생성 기술 등이 나날이 발전해가면서 큰 비용과 시간을 투입해야 했던 가상인간 제작 환경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해외 가상인간 정보사이트 ‘버추얼 휴먼스’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가상 인간은 200여 명에 이른다. 메타버스 기술이 더욱 정교해지고 대중성을 지닐수록가상 인간의 숫자 역시 급증하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인간과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기에, 우후죽순 생겨나는 가상 인간에 대한 문제도 존재한다. 가상인간계가 실제 세계에서의 제나 문제를 심화시킬 가능성도 존재한다. 가장 먼저 부각된 문제는 '성비 불균형'이다.

중국 포털사이트 소후닷컴은 현재 중국에서 활약 중인 가상인간 10명 가운데 9명은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가상인간 인플루언서TOP50 가운데 90%가 여성인 것. 익명을 요구한 한 가상인간 기술 개발 업체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가상 인간의 외모가 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온기가 없는 가상 인간에게 친근감, 친화력, 공감 능력과 같은 감성 영역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에는 여성의 이미지가 더 효과적인 것.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점이 우려스럽기는 하지만 가상 인간이 활용되는 주요 시나리오가 서비스 지향적이라는 것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왼쪽부터 가상인간 아야이(AYAYI), 링링(翎ling), 류예시(柳夜熙), 화시즈(花西子) [출처 소후닷컴]

왼쪽부터 가상인간 아야이(AYAYI), 링링(翎ling), 류예시(柳夜熙), 화시즈(花西子) [출처 소후닷컴]

가상 인간을 제작하는 업체의 고민도 마찬가지다. 존재하지 않는 얼굴을 만드는 과정에서 의뢰자(기업이나 브랜드)의 요구나 소비자 반응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출시 전, 다양한 유형의 가상 인간을 곳곳에 배치한 뒤 시장 반응이 가장 좋은 가상 인간을 더욱 구체화하는 것이다. 현실 세계에서 아이돌을 선발하는 것과 비슷한 모양새다.

실제 가상 인간을 제작하는 중국의 샤오빙컴퍼니(小冰公司)는 더우인 계정을 가상인간 선호도를 사전에 조사하는 용도로 활용한다. 실제 샤오빙 측에서 제시한 다양한 가상인간 중, 대중이 선호하는 외모를 가진 가상인간 샤오탕메이와샤위빙은더우인에서 조회 수 1억 회를 기록할 정도라고. 샤오빙 관계자는 "큰 성공을 원한다면 가장 쉬운 방법은 대중의 반응을 따르는 것"이라 말했다. 광고업계의 불문율인 3B(미인·Beauty, 아기·Baby, 동물·Beast)가 가상인간 업계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

샤오빙컴퍼니의 AI Being [출처 소후닷컴]

샤오빙컴퍼니의 AI Being [출처 소후닷컴]

또 가상 인간을 제작할 때 활용되는 인공지능(AI) 딥러닝 기술과 빅데이터 역시 인간의 고정관념과 논리, 심지어 무의식과 보이지 않는 편견까지 학습해 결과물을 내놓는다. 가상 인간을 생성할 때도 인간이 가진 성별에 관한 고유한 인상을 반영하는 것. 스포츠 코치나 IT, 공학을 다루는 직종의 경우 남성으로 제작되는 경향이 있다.

이 문제는 가상 인간을 제작하는 제작자의 성비 불균형과도 맞닿아있다. AI 개발자 중 여성 비율은 12%,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6%로 낮으며, 정보통신기술 특허 출원자는 남녀 성비가 13:1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개발자의 취향과 이상이 가상인간 제조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지난 7월 열린 2022 세계인공지능회의(WAIC)에서 선카이옌(沈开艳) 상하이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장은 "IT 및 기술개발 업계에서의 여성의 고용을 촉진하는 것이 각종 디지털 기술 미래의 방향성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왼쪽부터 가상인간 촨촨(川CHUAN), 궈펑의 최초 남성 가상 아티스트인 친요우즈(秦佑之), 알리마마가 출시한 최초의 디지털 아이돌 노아(Noah) [출처 소후닷컴]

왼쪽부터 가상인간 촨촨(川CHUAN), 궈펑의 최초 남성 가상 아티스트인 친요우즈(秦佑之), 알리마마가 출시한 최초의 디지털 아이돌 노아(Noah) [출처 소후닷컴]

투자 기업 모건 스탠리는 올해 초 발행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메타버스(Meta verse) 시장 규모를 약 52조 위안(약 9800조 원)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가상인간 심층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중국의 가상인간 시장 규모는 2700억 위안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규모가 커지며 일각에서는 가상 인간이 아름다움에 대한 '획일적 기준'을 대중에게 제시하거나 강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다양한 논의를 통해 우리가 실존하는 세상처럼 '다양성'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차이나랩 임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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