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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투자하고, 손잡고, 만들고…통신사가 탐내는 업무용 SW, 왜

중앙일보

입력

KT가 글로벌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과 손잡았다. B2B(기업간거래) 고객을 잡기 위해서다. 화상회의 등 업무 커뮤니케이션에 필요한 솔루션을 한데 묶어서 기업 고객들에게 팔겠다는 것. KT 외에 다른 통신사들도 업무용 소프트웨어 툴(도구) 시장에 속속 발을 걸치고 있다.

협업툴 '줌'이 만든 '줌 폰' 서비스. 국내 통신사 KT가 줌과 손잡고 내년 '줌 폰' 서비스를 국내에도 출시할 예정. [줌]

협업툴 '줌'이 만든 '줌 폰' 서비스. 국내 통신사 KT가 줌과 손잡고 내년 '줌 폰' 서비스를 국내에도 출시할 예정. [줌]

무슨 일이야

KT가 23일 오후 줌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B2B 전용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이들이 만들겠다는 ‘통신 DX(Digital Transformation, 디지털 전환) 상품’은 크게 두 가지. 우선 KT의 B2B 고객들에게 줌의 화상회의와 KT의 솔루션을 결합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함께 제공한다. 또 내년에는 기업들이 쓰는 업무용 KT 전화에 줌 기능을 결합한 ‘줌 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줌 폰은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로 화상 회의와 일반 통화, 녹음이 가능하다. KT 관계자는 “줌 폰에선 전화번호만 있으면 업무용 영상회의와 전화통화를 언제든 편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무용 SW 노리는 통신사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사내외 커뮤니케이션, 업무 솔루션 시장에 직접 뛰어들고, 투자하거나 협업하고 있다. IT 대기업들과 스타트업이 앞서 있는 업무용 소프트웨어 시장에 통신사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을까.

◦ 투자하는 SKB : SK텔레콤의 자회사 SK브로드밴드는 9월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둔 업무용 소프트웨어 기업 스윗테크놀로지스에 400만달러(약 54억원)를 투자했다. 이 회사는 한국인 이주환 대표가 2019년 B2B 협업툴 ‘스윗’을 글로벌 시장에 출시한 바 있다. SKB는 자사 인프라와 스윗을 결합해 중동·일본·싱가포르 등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별개로, SK텔레콤은 2020년 영상회의 솔루션 '미더스'를 출시, 지난 9월엔 앱 없이 웹브라우저에서도 바로 쓸 수 있는 서비스(베타 버전)를 선보였다.

◦ IT 기업들이 강세: 시장조사업체 모바일인덱스의 ‘국내 협업툴 모바일 이용자 분석’(2022년 4월)에 따르면, 국내 협업툴 가운데 네이버웍스(18만7623시간)의 이용 빈도가 가장 높다. 잔디(13만1739)·카카오워크(9만3969)·하이웍스(5만8922)·두레이(NHN·4만4342)·플로우(4만2978) 등 IT 기업들이 뒤를 잇는다. 글로벌 시장에선 줌을 비롯해 슬랙·미트(구글)·팀즈(MS) 등이 경쟁 중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게 왜 중요해

B2B 업무용 솔루션 시장은 통신사를 비롯해 IT 기업들이 모두 다 탐내는 시장이다.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크고 있기 때문. 통신사들은 이 시장에서 뭘 얻고싶을까.

이주환 대표가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글로벌 협업툴 '스윗'(Swit). SK텔레콤 자회사 SK브로드밴드는 9월 스윗에 지분 투자를 하고 협업 관계를 구축 중이다. [스윗]

이주환 대표가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글로벌 협업툴 '스윗'(Swit). SK텔레콤 자회사 SK브로드밴드는 9월 스윗에 지분 투자를 하고 협업 관계를 구축 중이다. [스윗]

◦ 기업 고객 잡아라: KT는 B2B 통신과 디지털 플랫폼 사업으로 2020년 3조8000억원, 지난해엔 4조원의 매출을 올리며 성장 중이다. 기업용 유무선·인터넷 전화를 비롯해 IT 솔루션을 꾸준히 판매해온 덕분. 이중에서 통신 기반 전화 시장은 성장세가 제한적인 데 비해 화상회의 같은 IT 솔루션은 성장 잠재력이 더 크다. 여기에 한국서 파이를 키우고 싶어하는 줌의 니즈도 맞아 떨어졌다. KT 관계자는 “줌이 한국의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나 중소 기업 시장에선 잘해왔지만 중견·대기업 고객을 새로 확보해야 하는 입장이었는데, 대형 고객사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 KT와 손잡는 게 이익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 클라우드·메타버스 잡으려면: KT 줌 폰은 내년쯤 출시될 예정이다. 기존 유무선 통신망 서비스인 전화와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인 줌을 연동하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 줌 폰은 기업들의 클라우드 전환을 전제로 한단 의미다. 실제 시중의 대부분 B2B 솔루션은 클라우드 기반의 업무용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들이다. KT가 지난 4월 분사시킨 KT클라우드도 이 시장을 노린다. KT클라우드는 업무툴 ‘플로우’를 만드는 스타트업 마드라스체크와 협업해 공공기관용 업무툴 ‘KT비즈웍스’를 개발했다. 클라우드 고객을 잡기 위해 클라우드 기반의 업무용 SaaS 솔루션도 함께 제공하겠다는 전략.
LG유플러스도 ‘메타버스 사무실’ 시대를 그리며 각종 B2B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유플러스가 지난 7일 출시한 기업용 화상회의 솔루션 미트유(MeetU)가 대표적이다. 내년 초엔 유플러스의 B2B 그룹웨어 상품 ‘U+웍스’, 메타버스 서비스 ‘가상오피스’ 등을 결합해 기업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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