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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카페·토스, 마트 돌며 계약서 쓸판" 선불충전 규제안에 발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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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 홈페이지 캡처]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 홈페이지 캡처]

‘OOO페이 머니’ 같은 선불충전금 서비스를 규제하는 법안이 나와 핀테크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법안이 통과되면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 등이 운영하는 선불충전금 서비스 사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핀테크 업계에선 “과잉규제로 선불충전 서비스 전체가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무슨 일이야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1일 ‘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윤 의원실이 금융당국과 긴밀히 논의해 내놓은 법안이다. 선불충전금 가맹점 모집시 PG사(전자결제대행사) 등 ‘대표 가맹점’이 아닌 서비스를 운영하는 핀테크 업체가 직접 개별 가맹점과 계약을 맺어야 하고, 선불충전금 관련 마케팅비도 해당 사업의 수익 내에서만 쓰도록 하는 게 골자다. 선불충전금으로 모은 금액은 전액 외부 기관에 신탁하는 내용도 담겼다. 소비자가 맡긴 돈이니 신탁을 통해 보호하겠다는 것.

법안은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법안 추진에 속도가 붙자, 핀테크산업협회와 인터넷기업협회는 지난주 국회와 금융당국에 업계의 우려를 전달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왜 중요해

① 소비자 불편해지나 : 법안이 통과되면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토스 등 빅 테크 계열사의 관련 서비스가 줄줄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들은 각각 ‘네이버페이 포인트’ ‘카카오페이 머니’ ‘토스머니’ 등 선불충전금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선불충전금으로 소비자가 결제할 수 있는 가맹점이 줄거나 관련 혜택이 축소되면 소비자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선불충전 서비스의 하루평균 이용실적은 2380만건, 이용금액은 6647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1년 전보다 27.7%, 42.2%가 늘어난 규모다.

② 빅 테크 확장에 차질 생기나: 네이버·카카오 등 IT 대기업들의 핀테크 계열사는 OO페이 등 선불충전 서비스를 통해 빠르게 성장해왔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결제가 늘어난 덕이다. 온라인 금융거래 절차를 간소화한 ‘간편송금 서비스’와의 궁합도 잘 맞았다. OO페이를 이용해 충전금으로 네이버쇼핑이나 카카오선물하기 같은 온라인 쇼핑을 하는 사례가 늘면서 각사의 핀테크나 커머스 사업 확장에도 탄력이 붙었다. IT 업계 관계자는 “선불충전금을 더 많이 끌어모을 경우 그만큼 이용자가 해당 플랫폼을 이용해 물건을 결제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선불충전금 서비스는 플랫폼을 가진 핀테크 기업들이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는 시장”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런 만큼 선불충전 서비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 빅테크의 플랫폼 확장 전략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법안이 나온 이유는

법안은 지난해 금융시장에 파장을 일으킨 ‘머지포인트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자는 취지로 발의됐다. 당시 머지포인트는 금융당국에 선불업자로 등록하지 않은 채 액면가보다 싼값에 상품권(머지머니)을 유통시켰다. 그러다 상품권 할인 판매로 인한 비용이 회사의 자기자본보다 커졌다. 결국 비용을 감당 못한 업체가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소비자들이 맡겨놓은 충전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미환급 피해가 속출했다. 초기에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나왔는데도, 금융 당국이 이를 제지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서울 영등포구 머지포인트 본사 모습. 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머지포인트 본사 모습. 연합뉴스

법안 발의 소식에 핀테크 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머지포인트는 선불업자 관련 규제가 있는데도 미등록 상태로 영업해 문제가 된 것인데, 등록 업체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처방이 잘못됐다는 불만이 크다. 실제로 금융위는 지금도 선불업자 대상으로 고객 자금을 의무적으로 외부에 신탁하고, 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이용자 자금 보호 가이드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선불충전 서비스업체 관계자는 “기존 가이드라인을 강화하는 선에서 선불업자 등록 요건을 넓히는 등의 방법도 충분히 생각해볼 일”이라며 “법안과 관련한 업계의 적극적인 의견수렴 절차가 부족했던 점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법안의 쟁점은

법안 내용이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는 ‘과잉 규제’라는 게 핀테크 업계의 우려가 나온다. 쟁점은 크게 둘.

① 직접 가맹계약: ‘OOO페이 머니’와 같은 선불충전금 사용이 가능한 가맹점과 계약을 맺는 방식에 관한 조항이 최대 쟁점이다. 현재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 등 대부분 핀테크는 하위 가맹점을 거느린 PG사와 간접 계약을 맺는다. 그러나 법안이 통과되면 이런 방식은 불법이 된다. 법안은 선불충전업자(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등)와 동네 수퍼마켓 같은 가맹점이 직접 계약을 맺도록 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핀테크가 PG사가 아닌 가맹점과 직접 계약을 맺어야만 도산 이후에도 가맹점에 선불충전금 대금을 지급할 법적 의무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나 핀테크 업계는 선불충전업자의 도산시 대금 지급 책임을 PG사 등 ‘대표 가맹점’에도 부여하는 방안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PG사를 통해 각 가맹점과 간접계약을 맺는 신용카드업계가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토스가 직접 수퍼마켓마다 돌아다니며 계약서를 써야 할 판”이라며 “결국 선불충전금 사용처가 줄면 소비자가 불편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② 마케팅 제한: 또 다른 쟁점은 선불충전금의 마케팅 활동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법안은 서비스의 추가 할인 혜택이나 추가 적립금 비용은 선불충전금으로 벌어들이는 수익 내에서만 사용하도록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머지포인트처럼 핀테크가 고객 유치를 위해 적립금과 할인 혜택을 남발하다가 도산으로 가맹점에 돈을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를 방지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핀테크 업계에선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과잉규제”라는 반발이 나온다. 도산 위험이 큰 소규모 업체의 규제를 강화하려다 산업 전체가 얼어붙을 수 있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선불충전업 관계자는 “법안처럼 경영 활동을 일괄 제한하면 시장 전체의 규모를 키우는 마케팅 활동이 크게 줄면서 핀테크 서비스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핀테크 업계는 오는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소위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윤 의원실 측은 법안심사 소위 이후에도 의견청취를 계속할 것이란 입장이다.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소위 논의 결과도 예측할 수 없고, 소위를 통과한 후에도 여러 절차가 남아있다”며 “금융 당국과 함께 앞으로 업계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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