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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어깨 격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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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심새롬 기자 중앙일보 기자
심새롬 정치팀 기자

심새롬 정치팀 기자

최근 유독 눈길을 끄는 대통령의 제스처가 있다. 어깨를 두드려 상대를 북돋는 행동이다. 지난 11일 동남아 순방 출국길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한 ‘어깨 격려’가 선명한 정치적 메시지로 읽혔다. 이태원 참사로 야당이 경질을 요구하고, 여론조사에서도 사퇴 응답이 큰 이 장관에게 인사권자인 윤 대통령이 손을 뻗어 어깨를 다독였다. 정치권에서 “최측근에 대한 명백한 신임의 표현”이란 해석이 나온 게 당연했다. 아니나 다를까. 닷새 뒤 입국 때도 윤 대통령은 “고생 많았다”라며 이 장관을 위로했다.

논쟁적 측근에 대한 어깨 격려 장면은 처음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5일에도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 후 국회 본회의장을 순회하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어깨를 두드리며 귓속말을 나눴다. 대부분의 여당 의원과 의례적 악수를 한 것과 분명 다른 태도였다. 장 의원은 다음날 기자들에게 “내가 지역에만 있으니 불쌍해 보였나 보다”라고 농담했다. 한동안 권력 중심부에서 멀어진 듯했던 그의 표정이 한층 밝았다.

어깨 격려는 상대에게 친밀감을 표시하는 대통령 특유의 버릇으로 보인다. 검찰 재직 때 자주 후배들의 어깨를 두드렸다. 대선 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15일에는 당내 ‘일대일 맞수토론’ 직후 경쟁 상대였던 홍준표 전 의원(현 대구시장)의 어깨를 격 없이 툭툭 쳐 곤혹 아닌 곤혹을 느낀 일도 있었다.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 ‘그만해라 아 진짜’라는 자막을 입힌 영상이 퍼졌고, 홍 전 의원이 “새카만 후배가 (할 만한) 적절한 행동은 아니다. 내가 태연하게 웃고 말았다”고 인터뷰해 이른바 ‘태도 논란’이 이어졌다.

커뮤니케이션 분야 권위자인 앨런 피즈는 의사소통의 83%가 몸짓·표정 등 비언어적 요소로 이뤄진다고 분석했다. 언론을 통해 전 국민이 바라보는 공개석상에서는 손짓 하나, 한숨 한 번까지 메시지로 여기는 게 정치권 불문율이기도 하다. 의도된 연출이든 아니든, 이제 앞으로 또 누가 어느 상황에서 대통령의 어깨 격려를 받을지가 궁금해진다. 이 장관 어깨를 두드린 날 윤 대통령은 비행기를 타며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그가 다독인 어깨들에도 한층 무거운 책임감을 바라는 게 지나친 기대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