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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마스크맨 흥민 “질주, 문제없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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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6일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트레이닝 센터에서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훈련한 손흥민. 양쪽 광대뼈와 콧등 언저리를 감싸는 형태로 측면엔 등번호 ‘7번’이 흰색으로 새겨졌다. 손흥민은 단체 훈련 이후 김진수, 황희찬과 별도의 회복훈련을 했다. 김현동 기자

16일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트레이닝 센터에서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훈련한 손흥민. 양쪽 광대뼈와 콧등 언저리를 감싸는 형태로 측면엔 등번호 ‘7번’이 흰색으로 새겨졌다. 손흥민은 단체 훈련 이후 김진수, 황희찬과 별도의 회복훈련을 했다. 김현동 기자

16일 오전 카타르 도하의 알에글라 훈련장.

한국 축구대표팀 단체 프로필 촬영을 마친 손흥민(30·토트넘)이 팀 훈련에 참여했다. 안면 보호를 위해 검은색 마스크를 꺼내 들더니 덤덤한 표정으로 얼굴에 착용한 뒤 그라운드에 나섰다.

안와골절 수술 이후 재활 중이라 훈련 참여 일정이 불투명했지만, 이날 새벽에 입국한 손흥민은 대표팀 합류 직후 첫 훈련부터 마스크 투혼을 불살랐다. 그는 ‘즐거움과 희망을 드릴 수 있다면 위험은 감수하겠다’는 각오를 보이며 빠르게 회복 중인 몸 상태까지 함께 보여줬다.

16일 첫 훈련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 나선 손흥민. 왼쪽 눈 위 수술 자국이 뚜렷하게 보인다. 손흥민은 “아직 헤딩을 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뛰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16일 첫 훈련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 나선 손흥민. 왼쪽 눈 위 수술 자국이 뚜렷하게 보인다. 손흥민은 “아직 헤딩을 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뛰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소속팀 토트넘이 제작한 안면 보호 마스크는 검은색이며, 얼굴 윗쪽을 절반 정도 가렸다. 측면에는 손흥민의 등번호 7이 새겨져 있었다. 마스크 착용 직후 이리저리 끈을 고쳐 묶는 모습이 보였지만, 손흥민은 곧 적응해 동료 선수들과 가벼운 패스를 주고받으며 20분 가까이 훈련을 소화했다. ‘마스크맨 손흥민’을 지켜 본 현장 취재진 사이에서는 “쾌걸 조로 같다” “배트맨 느낌이 물씬 난다” 등등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훈련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손흥민은 “대표팀 합류 이틀 전 소속팀 토트넘 훈련에서 마스크를 써봤다”면서 “카본 소재로 제작해 생각보다 가볍다. 또 편안하고 단단해서 놀랐다. 날씨나 얼굴 상태가 영국과 달라 훈련 중에 미세한 조정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쾌걸 조로” “배트맨 같다” 반응 나와

손흥민은 준비한 마스크의 수량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손흥민이 마스크 3개를 가져왔다”고 확인해줬다. 그는 또 “첫날부터 훈련에 참여한 건 선수 본인의 의지다. 카타르 현지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그라운드에 오른 느낌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손흥민은 “아직 공을 헤딩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며, 헤딩을 해보지도 않았다. 아직 수술한 지 열흘 밖에 지나지 않았다”면서 “소속팀 훈련 중 스프린트(단거리 전력질주)까지 진행했는데 크게 문제 없었다. 뛰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손흥민은 명실상부 카타르월드컵을 빛낼 최고 스타다. 도하 시내 곳곳에 설치된 월드컵 관련 홍보물에서 손흥민의 얼굴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중심가에 위치한 카타르 교통국 건물의 대로변 한 면에는 통째로 래핑한 손흥민의 초대형 사진을 볼 수 있다. 이곳은 축구 팬들의 셀카 명소로 일찌감치 자리잡았다. 손흥민은 “대표팀 숙소 내 방 창문을 통해 사진을 볼 수 있다. 운 좋게도 다른 선수 사진은 안 보이고 내 사진만 보이더라”며 “그만큼 책임감도 함께 느낀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지난 2일 유럽 챔피언스리그 경기 도중 상대 선수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왼쪽 눈 주위의 뼈 4곳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했다. 지난 4일 수술대에 올랐다. 카타르 입국 당시에도 안경으로 눈 주변을 살짝 가렸지만, 다친 왼쪽 눈 부위의 부기가 선명했다. 선수단 프로필 촬영 현장에서도, 기자회견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축구협회 “손, 마스크 3개 가져왔다”

훈련을 앞두고 기념 사진을 찍은 축구대표팀. [연합뉴스]

훈련을 앞두고 기념 사진을 찍은 축구대표팀. [연합뉴스]

손흥민이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않은 채 경기에 나서는 게 무리가 아니냐며 걱정하는 팬들이 많다. 하지만 손흥민은 “축구 선수는 항상 일정 수준의 위험을 감수하며 경기에 나선다”면서 “어디까지 감수할 지는 온전히 선수가 판단할 부분이다. 팬들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드릴 수 있다면 얼마든 감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나는 만약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 현실적인 사람이지만, 앞서 소셜미디어 계정에 ‘단 1%의 가능성만 있다면 (월드컵 출전을 위해) 앞만 보며 달려가겠다’고 쓴 심정에 변함이 없다. 1%가 아니라 그보다 낮은 확률이라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두 번의 월드컵(2014 브라질·2018 러시아)에서 조별리그의 벽을 넘지 못하고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던 손흥민은 ‘카타르에선 기쁨의 눈물이 가능할까’ 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당연히 잘 하고 싶지만, (월드컵 무대는) 마음 만으로 부족하다는 것도 잘 안다”고 대답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세 번째 월드컵이지만, 누구보다 간절하다”면서 “첫 경기가 다가오기 전까지 내가 가진 에너지와 실력, 능력을 최대한 뽑아내 이번 월드컵을 특별하게 만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손흥민이 합류한 축구대표팀은 26인 최종 엔트리가 모두 모여 ‘완전체’ 형태를 이뤘다. 한국은 오는 24일 오후 10시 알라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우루과이를 상대로 H조 첫 경기를 치른다. 이제 우루과이전까지는 일주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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