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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윤석열의 의심스런 언론관

중앙일보

입력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동남아 순방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 인도네시아 발리 응우라라이 국제공항에서 공군 1호 전용기에 탑승하면서 환송객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동남아 순방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 인도네시아 발리 응우라라이 국제공항에서 공군 1호 전용기에 탑승하면서 환송객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1.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외교 과정에서 언론관을 의심하게 만드는 일이 이어졌습니다.
-대통령실은 해외순방 이틀전인 9일밤 ‘MBC 취재진의 전용기 탑승 불허’방침을 통보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이번 순방의 하이라이트인 한미ㆍ한일ㆍ한중 정상회담 현장취재를 막았습니다.
-대통령은 13일 캄보디아 아세안정상회의를 마치고 인도네시아 G20 회의장으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2명의 기자만 따로 불러 대화를 나눴습니다.

2. ‘MBC 배제’결정은 그간 MBC보도의 정파성에 대한 경고입니다. 그래서 반응은 정치성향에 따라 극적으로 갈립니다.
주목할 대목은 언론계 반응입니다. 정파성을 뛰어넘어 거의 모든 국내외 언론단체가 비판했습니다. 진보성향 언론노조는 물론이고 평기자 모임인 기자협회, 최고간부모임인 편집인협회, 심지어 언론사 사장(발행인) 모임인 신문협회, 해외의 국제기자연맹까지.

3. 현장취재를 막은 결정도 이해하기 힘듭니다.
대통령실은 ‘상대국과의 협의결과’라고 통보했습니다. 통상 관례와 맞지 않습니다. 보통 정상회담 모두발언까지는 언론에 공개됩니다. 회담직후 정상이 기자회견을 하기도 합니다. 이번엔 모두 없었습니다. 기자들이 해외까지 따라가서 현장은 보지못하고 대통령실 관계자의 전언과 편집영상을 받아쓰는 꼴이 됐습니다.

4. 이런 와중에 대통령이 전용기에서 기자 2명만 불러냈습니다.
대통령은 통상 전용기에서 시간이 날 경우 취재진과 기내 간담회를 합니다. 더욱이 이번엔 주요 회담이 이어지는데다 취재제한 조치들로 수행기자들의 궁금증과 불만이 높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2명만 따로 불러 무려 1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습니다.

5. 대통령실의 해명도 궁색합니다.
 ‘개인적으로 아는 기자들과 개인적 얘기를 한 것’이랍니다. 기내 간담회를 해도 시원찮을 마당인데, 기자 두 명만 따로 불러 얘기해놓고선 ‘사담이니까 신경쓰지말라’는 해명입니다. 가장 공적인 순간과 공간에서 너무나도 사적인 해명입니다. 사실 대통령실 홍보쪽에서도 사전에 몰랐다고 합니다.

6. 일련의 사건은 모두 언론을 보는 기본적인 시각과 직결됩니다.
특정언론의 정파성이나 취재편의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언론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전제, 취재활동을 통제하는 것이 효율적이란 발상, 취재행위의 공공성을 무시하는 태도 등등.

7. 당장은 ‘이 XX”같은 잡음이 없어 좋아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일차적으로 많은 언론인들을 실망시켰을 겁니다. 이런 언론대응이 계속될 경우 국민과의 소통에도 장애와 왜곡이 생길 수 있습니다.
대통령은 당장 석달째 공석인 대변인부터 임명해야 합니다.
〈칼럼니스트〉
2022.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