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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배, 이재명 측근 지분 37.4% → 30% → 24.5% → 10.6%로 계속 말 바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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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3호 04면

검찰이 다음 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오른팔인 정진상(54)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대장동 민간업자로부터 뇌물 1억 4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소환한다. 검찰은 정 실장을 한 차례 조사한 뒤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정 실장의 압수수색 영장에서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57)씨가 정 실장과 김용(56·구속기소) 민주연구원 부원장, 유동규(53)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의 최측근 3인방에게 로비 자금을 얼마만큼, 어떻게 전달할지 약속했다고 적시했다. 이들이 받는 가장 큰 의혹은 2014년 성남시장 재선 이후 이 대표의 중앙정계 진출 자금을 마련하려 대장동 사업에 차명 지분을 보유했다는 것이다.

그래픽=양유정 yang.yujeong@joongang.co.kr

그래픽=양유정 yang.yujeong@joongang.co.kr

검찰은 김씨가 2015년 6월 SK증권 특정금전신탁으로 천화동인 1~7호를 설립해 민간업자 지분을 나눌 당시 이 대표 측근 3인방(정진상·김용·유동규)에 천화동인 1호를 배정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2015년 2월 “내 지분이 49.9%인데 실제 지분은 12.5%에 불과하고 나머지 37.4%는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라고 말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지분 37.4%는 2020년 말 민간사업자 배당금(4040억원) 기준 1510억원 정도다.

이후 화천대유를 주축으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대장동 사업의 민간사업자로 선정되자 김씨는 2015년 6월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사업 진행 경과, 비용지출 등 상황을 고려해 지분의 30%만 주겠다”라고 말한 것으로 검찰은 봤다. 김씨는 정 실장에게 “너네 지분이 30%가 되니까 필요할 때 쓰라”고 말했고, 정 실장은 “뭐 저수지에 넣어둔 거죠”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지분 30%는 배당금 1212억원 가량이다.

대장동 사업이 진행되고 김씨 등은 5916억원가량의 배당금을 받게 됐다. 김씨는 2020년 10월 유 전 본부장에게 “천화동인 1호 지분 30% 전부를 주기는 어렵고 내 지분(49%)의 절반인 24.5%만 주겠다”라고 했다는 게 검찰의 조사 내용이다. 990억원 가치다. 이후 김씨는 “지분 24.5%에 상응하는 배당이익 중 세금 및 공과금 등을 제외한 700억원을 주겠다”라며 제안했다고 검찰은 영장에 썼다. 유 전 본부장이 정 실장에게 “김만배가 약속한 돈을 지급하지 않는다”라고 하자, 정 실장은 “이 양반(김만배) 미쳤구만”이라고 말했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이후 김씨는 유 전 본부장에게 “24.5%에서 (이재명 측에서) 부담해야 할 공통비, 유동규가 선급금 형태로 먼저 받아간 자금 등 관련 비용을 공제하면 428억원(10.6%)이 남는다”고 또다시 말을 바꾼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현재 “동생들과 이재명 측에게 분배할 지분에 대해 논의한 건 사실이지만, 애초에 돈 줄 생각도 없었고 돈 준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김씨의 법조계 측근 A씨는 최근 중앙일보에 “2021년 4월 김만배씨가 ‘여기저기서 돈 달라고 난리’라고 하소연한 적 있다”고 주장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현재 재판 중인 ‘651억원+α’ 배임 혐의는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피해자가 있어 국가가 곧바로 부패재산으로 몰수·추징하기 어렵다”며 “김씨가 뇌물약속 혐의를 끝까지 부인하는 건 700억원을 지키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재명 대표의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한 수사에도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성남시 대장지구와 서판교 운중동을 잇는 서판교 터널 개발계획을 대장동 사업자 선정 1년여 뒤 고시함으로써 대장동 사업자들이 더 많은 이익을 챙기게 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또 2013년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자 공모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가 남욱 변호사 등을 미리 사업자로 낙점했다고 정 실장 압수수색 영장에 명시했다.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수사망을 조여오자, 민주당 법률위원장인 김승원 의원과 황명선 대변인 등은 이날 서울중앙지검 엄희준 반부패수사제1부 부장검사와 강백신 반부패수사3부 부장검사를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정 실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뇌물 혐의)과 김 부원장의 공소장(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적힌 피의사실을 수사 중간에 공표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것이다. 엄 부장검사는 정 실장, 강 부장검사는 김 부원장 관련 수사를 담당하고 있다.

민주당이 지목한 압수수색 영장(34쪽 분량)과 공소장(20쪽 분량)에는 이 대표의 이름이 각각 107회, 57회 등장한다. 이는 당사자인 정 실장(109회)과 김 부원장(47회)의 언급 횟수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국민의힘은 “검찰 조작이라던 측근 혐의가 하나둘씩 드러나자 다급해진 민주당이 검찰의 손발을 묶으려 한다”(박정하 수석대변인)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 불안감도 차츰 커지고 있다. 율사 출신 중진 의원은 “이 대표가 아무리 조작이라곤 하지만, 판·검사가 바보인가”라며 “법률전문가들이 영장을 청구하고 발부하는 등의 행위는 어느 정도 혐의를 입증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비이재명계에선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정점은 내년이 아닌 올해 12월”(서울 중진), “연말부터 리더십이 붕괴하고 본격적인 사퇴 분위기가 조성될 것”(수도권 중진)이란 말도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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