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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유림 농장건물 1억에 팔고선…10년뒤 "나가라" 소송한 전말 [그법알]

중앙일보

입력

그법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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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법알 사건번호 109] 국유림 대부권 10년 전 1억원에 팔아놓고 갑자기 퇴거하라고?

A씨는 1998년 12월 사위와 함께 산림청 수원국유림관리소로부터 경기 화성시 팔탄면 소재 임야 6292㎡를 산업용(야생조수 인공사육)으로 대부(貸付·사용 및 수익권을 빌려줌) 받았습니다. 여기에 관리사 건물을 지어 살면서 꿩 농장을 운영했죠. 공동 대부권자였던 사위는 2000년 농장 일을 그만뒀고, 2001년 3월 산림청장의 허가를 받아 자신 몫의 대부권을 B씨에게 넘겼습니다.

이후 A씨는 2012년 10월 인근 임야에서 다른 꿩 농장을 운영하던 C씨와 1억원의 대부권 양도계약을 맺고, 자신이 거주하던 관리사 건물도 넘겼는데요. A씨는 C씨의 아내에게 대부권자 명의를 이전하기 위해 2015년 5월 산림청 수원국유림관리소에 양도 허가를 신청했지만, 공동 대부권자인 B씨가 동의하지 않아 반려됐습니다.

산림청이 국유림 내 농경용 무단 점유지에 금지 팻말을 설치한 모습. 사진 속 국유림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다. 사진 산림청

산림청이 국유림 내 농경용 무단 점유지에 금지 팻말을 설치한 모습. 사진 속 국유림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다. 사진 산림청

그런데도 C씨는 그 무렵 A씨에게 양도대금 1억원을 거의 다 지급한 뒤 해당 꿩 농장의 관리사 건물을 다시 D씨에게 이전했고, 그렇게 D씨는 해당 관리사 건물을 계속 점유해 왔어요. 그러던 중 2017년 8월 A씨가 사망하자, A씨의 아들은 2018년 1월 수원국유림관리소로부터 상속에 따른 명의변경 허가를 받아 공동 대부권자의 지위를 물려받았습니다.

이후 A씨의 아들은 허가받지 않은 양도계약은 무효라고 주장하며 D씨의 퇴거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산림청장 허가 없이 무단으로 양도된 대부권에 따라 관리사 건물을 무단으로 점유한 것이라는 이유였죠.

여기서 질문

대부권 양도 대금도 지급했고 이미 수년간 농장 관리사도 실질 점유하고 있는데, 산림청장의 허가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양도계약은 휴짓조각이 되는 걸까요.

관련 법률은

국유림법에 따르면, 산림청장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보전국유림(보존 필요성이 있는 국유림)의 사용을 허가하거나 준보전국유림(보전국유림 외의 국유림)을 대부할 수 있어요(21조). 국유림을 대부받은 사람이 그 권리를 양도하거나 명의를 변경하려면 산림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25조 1항), 이를 위반하면 대부를 취소하고 해당 국유림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반환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26조 1항).

법원 판단은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D씨의 퇴거를 명령하면서 A씨의 아들 손을 들어줬습니다. ▶산림청장의 허가를 받지 않은 A씨와 C씨 사이 양도계약은 원칙적으로 무효이되 ▶허가를 받는 경우 소급해 유효화할 수 있는 이른바 ‘유동적 무효’ 상태이고 ▶공동 대부권자인 B씨가 여전히 양도에 동의하지 않아 양도허가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므로 결국 ‘확정적 무효’ 상태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이에 따르면 D씨 역시 관리사를 점유할 법적 근거가 없으므로 퇴거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죠. D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도 1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하며 기각했어요.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가 지난달 14일 “산림청장의 허가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양도계약이 무효 또는 유동적 무효 상태가 된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낸 건데요.

대법원은 국유림법상 ▶산림청장의 허가 없이 준보전국유림 대부권을 양도한 경우 그 효력에 관해 별도로 정한 게 없고 ▶산림청장의 허가가 없는 양도행위를 처벌하는 조항도 없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산림청장의 허가를 받도록 한 것은 대부 목적에 맞게 사용되도록 하고, 대부 현황을 파악해 준보전국유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목적일 뿐 허가가 없으면 양도행위의 효력 자체를 부정할 목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시했죠.

대법은 이어 “국유재산법상 일반재산에 해당하는 준보전국유림 대부계약은 국가가 사(私)경제 주체로서 대부를 받는 자와 대등한 위치에서 체결한 사법(私法)상 계약이므로 그에 관한 권리관계를 특별히 규제하는 법령이 없는 이상 민법상 임대차에 관한 사법상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며 “준보전국유림 대부권 양도 행위의 효력을 제한하는 특별법 규제가 없는 이상 민법상 임대차에서 임대인의 동의 없이 임차권이 무단 양도된 경우에도 임차권 양도계약이 유효한 것과 마찬가지로, 대부권을 양도하는 계약 역시 유효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대법원 관계자는 “산림청장의 허가가 없는 대부권 양도계약도 채권계약으로서 유효하다는 점을 명확히 한 최초의 판례”라고 부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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