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노조간담회 오세요" 문 잠근채 사내방송, 업무방해? 대법 판단은 [그법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그법알

그법알’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그법알 사건번호 110] ‘총파업’시국, 노조간담회 2분 방송했다가 재판 行…

공기업의 노조위원장인 위원장(가명)씨. 지난 2016년 9월 22일 오전 11시 30분 쯤 그는 방송실 관리자인 총무부장의 승인 없이 노조 간부와 함께 경영노무처 사무실 안에 있는 방송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약 2분 가량 사내 방송을 했습니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총파업을 앞두고 노조감담회가 시작되기 약 10분 전 ‘간담회에 참석하라’는 독려 방송을 하기 위해서요. 다른 노조 간부들은 방송실 문 밖에서 방송실 관리직원인 총무부 차장 등이 방송실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가로막았습니다.

당시는 회사가 도입한 성과연봉제에 반대해 단체교섭이 진행됐으나 결렬되고, 중앙노동위에 신청한 조정조차 결렬됐습니다. 결국은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에 대한 쟁위 행위가 가결됐던 치열한 시기였죠.

그러나 위씨는 결국 노조 간부 7명과 짜고 방송실에 침입(주거침입)하고 위력을 행사해 방송실 관리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여기서 질문

총파업을 가결한 시기, 노조원들의 노조간담회 참석을 독려하려고 회사 방송실을 2분 쯤 사용한 것이 죄가 될까요? 반대로 방송실 관리자의 허락도 없이, 또 방송실 관리 직원들의 제지까지 막아서며 방송을 한게 무죄일까요?

법원 판단은

얼마 전 그법알에서는 누구나 출입할 수 있는 개방된 건물에서 관리자의 제지도 없는 상태에서 통상적인 방법으로 들어갔다면, 침입행위는 주거침입은 아니라는 대법원의 판례를 소개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는 심지어 ‘관리자’의 제지를 가로막아선 정황까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법원은 어떤 취지의 판결을 선고했을까요?

‘직원들 아프다’ 노조 마트 시위는 영업방해?…대법이 뒤집었다 [그법알]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벌금 100만원)라고 판단했습니다. 항소심은 “사용자(회사) 측의 관리나 지배를 배제하고 업무의 중단 또는 혼란을 야기하게 하는 행위는 정당성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대법원 판례(2007도5204)를 들었습니다. 공단의 내부 규정은 ‘사내 방송실 사용은 총무부장의 승인’을 정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아무런 절차적 제한도 없이 사내방송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며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파기환송)고 12일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노조위원장의 행위를 적법한 쟁의행위가 시작된 뒤 그 목적인 ‘성과연봉제 폐지’에 대한 간담회를 홍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봤습니다. “정당한 쟁의행위에 보통 수반되는 부수적 행위”라는 취지입니다.

‘방송실’에 대한 판단도 달랐습니다. 이름이 방송실이긴 하지만, 경영노무처 사무실 안에 칸막이를 설치한 작은 공간이었는데, 이들이 방송실을 사용하는 동안 사무실 업무처리에 지장이 생긴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또 통상적으로 방송실을 엄격하게 ‘총무부장의 승인’(공단 내부 규정)을 받아온 것이 아니라 말로 알린 뒤, 별다른 제한 없이 써왔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되레 공단 측이 총파업 시기 일방적으로 노조의 방송실 사용을 거절했다가 번복하는 등 임의로 제한했다는 점을 꼬집었죠.

당시 간담회 개최 사실을 알리고 참석을 독려해야 할 긴급성과 필요성은 매우 크고 예측가능한데 비해, 공단의 시설관리권한 등이 본질적으로 침해됐다거나 용인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까지 보기는 어렵다고도 했습니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그래서 대법원은 “노조의 사내 방송을 적법하게 시작된 쟁의 행위의 목적을 알리고 준비하기 위한 행위”라며 “전체적으로 수단과 방법의 적정성을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