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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이태원 참사 수습과 희생자 지원에 만전 기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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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튼호텔 옆 골목에 30일 시민들이 두고 간 꽃다발이 놓여 있다. 김성룡 기자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튼호텔 옆 골목에 30일 시민들이 두고 간 꽃다발이 놓여 있다. 김성룡 기자

인파 사고 대비 안전 대책 미흡

초당적 협력, 재발방지책 찾아야

250명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 사건에 전 국민이 충격 속에 애도를 표하고 있다. 핼러윈을 앞둔 주말이었고, 코로나19에 대한 방역 조치가 완화돼 많은 인파가 몰린 게 유례없는 큰 사고로 이어졌다. 특정 주체가 행사를 준비하는 것과 달리 이번 핼러윈 행사는 이태원 일대 상가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길거리 축제였다. 이 때문에 구조적으로 사전 안전관리에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과 소방방재청의 안전매뉴얼에는 재난이 발생할 수 있는 행사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장과 소방방재청이 안전을 관리하게 돼 있지만 이태원 행사는 주체가 특정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크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어제 참사 관련 브리핑에서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얘기가 있는데 통상과 달리 소방·경찰 인력을 미리 배치하는 걸로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걸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사고가 난 지점에 전날에도 인파가 몰려 걷기 힘들 정도였다’는 글과 지난해 핼러윈 때 혼잡했던 사진이 공유됐다. 상황이 이 정도였다면 주체가 없는 행사였더라도 지자체가 미리 주변 상가들과 함께 통행로 안전관리를 하거나 경찰이 더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했다.

용산구는 31일까지를 ‘핼러윈데이 긴급대책 추진기간’으로 정하고 이태원 일대에 대한 방역과 행정지원, 민원대응 등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지난 27일 배포했지만 안전 대책을 따로 담지 않았다. 용산경찰서도 사고 이틀 전 ‘이태원 종합치안대책’을 통해 31일까지 범죄 취약 장소에 경찰력 200명 이상을 배치하겠다는 내용을 알렸다. 하지만 인파가 한 곳에 몰리지 않도록 조치하는 통행 안전에 대한 대책은 없었다.

당장은 정부가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사망자 유족과 부상자에 대한 치유지원금 등 필요한 지원을 다 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이행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재난 민간 전문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이들이 겪을 가능성이 있는 사고 트라우마 치료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사고 당시나 앞뒤 상황을 담은 영상을 모자이크 처리도 없이 무분별하게 온라인에 공유하거나 각종 혐오 표현을 올리는 일들은 피해자들과 사고를 접한 일반 국민을 더욱 힘들게 하는 일이다. 2차, 3차 피해가 있어서는 안 된다.

특히 이번 참사를 정치적으로만 이용하려는 시도는 용납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내부 비판도 있었지만 “이태원 참사가 청와대 이전 때문”이라는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페이스북 글은 피해자·유족에 대한 위로와 객관적인 사고 원인 분석에 앞서 국가적 재난 상황을 오로지 정쟁에 활용하려는 행태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파 사고 재발방지 대책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 이태원처럼 주체가 없어도 각종 기념일이나 축제에 인파가 몰리는 곳이 많다. 정부와 지자체를 중심으로 해당 지역들을 점검해 사고 방지 방안을 만들기 바란다. 화재·교통사고 예방교육처럼 압사사고에 대비한 안전지침을 마련해 교육현장에서 활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