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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욱 "천화동인 1호 李시장 측 지분"…유동규 "다 밝혀질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장동 특혜·로비 의혹 사건의 핵심 피고인인 남욱(49·천화동인 4호 소유주) 변호사가 28일 “천화동인 1호는 이재명 시장(현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 지분이란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정영학 회계사(54·천화동인 5호)의 녹취록을 근거로 “천화동인 1호는 ‘그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됐으나 “‘그분’은 이 대표가 아닌 현직 대법관”이란 또 다른 의혹 제기에 묻힌 바 있다.

남 변호사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 이준철)가 심리한 대장동 재판에서 직접 정 회계사를 신문하면서 이재명 대표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남 변호사는 먼저 “2014년 12월에 김만배(57·화천대유)씨가 내게 사업에서 빠지라고 하면서 ‘이재명이 네가 있으면 사업권을 주지 않겠다고 한다’고 얘기한 걸 들었느냐”고 물었다. 이에 정 회계사는 “그 자리에서 이재명 얘기를 들은 적은 없다”고 답했다.

남욱 변호사(左), 정영학 회계사(右). 두 사람은 2013년 위례신도시, 2015년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 모두 민간사업자로 참여한 의혹의 핵심 인물이다. 연합뉴스·뉴스1

남욱 변호사(左), 정영학 회계사(右). 두 사람은 2013년 위례신도시, 2015년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 모두 민간사업자로 참여한 의혹의 핵심 인물이다. 연합뉴스·뉴스1

남욱 “김만배가 ‘25%만 받고 빠져라…나머진 李시장 측 지분’ 얘기”

남 변호사가  “2015년 2월 내지 4월께 김만배씨가 내게 ‘25%만 받고 빠져라. 나도 지분이 12.5%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라고 얘기해 내가 반발하다가 25%를 수용한 걸 기억하느냐”고 물었고 정 회계사는 “전혀 기억이 없다”고 또다시 부인했다.

그러자 남 변호사는 “(정 회계사가) 직접 작성한 지분 표에 천화동인 2∼7호와 화천대유는 소유자와 지분 비율이 적혀 있었는데, 천화동인 1호는 아무 기재가 없지 않았냐.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정 회계사는 “천화동인 1호는 화천대유가 갖고 있어서 기재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천화동인 1호는 대장동 민간사업자 지분(보통주)의 약 30%를 보유, 4040억 배당금 중 가장 많은 1208억원을 받았다. 이어 남 변호사(천화동인 4호)가 지분율 25%로 1007억원을 받았다. 천화동인 1호를 제외한 김만배씨 지분(화천대유 및 천화동인 2·3호)이 19.3%로 778억원, 정 회계사(천화동인 5호)가 16%·644억원 순이다.

남 변호사는 “2015년 1월 정 회계사가 1차 이익인 1공단 공원화 비용 외 2차 이익인 임대수익, 임대아파트 부지를 가져오는 것에 대해 유 전 본부장에 설명하고, 그 설명을 들은 유 전 본부장이 정진상 실장을 통해 이재명 시장에게 보고하고, 이 시장이 그걸 동의해 공모지침서에 삽입하란 지시가 내려와서 유 전 본부장 통해 정민용 변호사(전 공사 투자사업파트장)에 지시가 내려갔지 않았느냐”고 추궁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 회계사는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유 전 본부장도 이날 “대장동 수익에 이 대표 지분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를 지었으면 흔적이 남는다. 다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영학은 자기 살길만 생각하는 것 같다”며 “녹취록도 자신에 불리한 것은 빼놓고 (검찰에) 갖다준 게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옆자리에 앉은 정청래 당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옆자리에 앉은 정청래 당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정영학 “李 대선 출마에 다들 몸 사려…대장동 표면화될까 걱정”

이날 재판에선 지난해 이재명 대표의 대선 출마에 사업자 선정 등 대장동 의혹이 드러날까봐 걱정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남욱 변호사 측은 이날 재판 말미에 정 회계사의 부인이 ‘이재명이가 그거 하니까 도망가는 거야’라고 말한 녹취록을 제시됐다. 이에 대해 정 회계사가 “그때 (이 대표의) 지지율이 올라갔을 때로 생각한다”며 말끝을 흐리자 재판부가 직접 의미를 따져 물었다.

▶재판장=“‘이재명이가 그거 하니까 도망가는 거야’라고 부인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가.”

▶정영학=“대선에 나온다고 하니까 다들 몸을 사린다, 그다음에 김만배씨도 직접 돈을 안 주고 남욱을 통해서 준다는 그런 의미다.”

▶재판장=“이재명씨가 대선에 나오는데 왜 다들 몸을 사리나.”

▶정영학=“좀 걱정을 했었다. (사업자) 선정 과정이나 이런 것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재판장=“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대장동 관련해서 문제 제기가 있을 것 같고, 그러면 증인이 생각하는 문제가 현실화·표면화될 여지가 있으니까 다들 빠져나가려고 한다는 얘기인가.”

▶정영학=“네.”

유동규 “모든 증거 다 제출…김용이 소명해야 할 것”

이날 유동규 전 본부장은 지난해 4~8월 네 차례에 걸쳐 김용(56·구속)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전달한 8억4700만원에 대해 “경선자금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 부원장에게 경선자금 용도로 건넸다라고 거듭 밝힌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은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 측 이모씨가 돈을 전달한 일시·장소·액수 등을 남긴 메모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제가 (직접) 전달했으니까”라고 하면서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특혜 사건 속행 공판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특혜 사건 속행 공판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김 부원장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상자와 가방을 물증으로 확보했다는 중앙일보 10월 27일 보도에 대해 “누가 현금만 받고 현금을 둘러싼 도구를 돌려주느냐”(우상호 민주당 의원)라고 지적한 데 대해서도 반박했다.

유 전 본부장은 “제가 전달받은 상자”라며 “만약 ‘여기(상자)에 1억을 넣어 줬다’고 진술하는데 만약에 1억이 안 들어가면 잘못된 진술 아니냐. (검찰이) 그런 것들을 다 검증한 거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돈 가방·상자의 규격을 통해 실제 김 부원장에게 전달된 액수가 들어가는지 비교·검증했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 김 부위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유 전 본부장의 진술만 있고 물증이 없다”며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이에 대해 자신이 갖고 있는 관련 증거를 전부 검찰에 제출했다고 하기도 했다.

김 부원장에 돈을 건넸다는 증거나 물증 같은 걸 몇 개 갖고 있는 거냐.
“나중에 검사에게 여쭤보는 게 좋겠다. 제가 검사 브리핑을 대신할 순 없다.”
검찰에 제출한 건 있는 거냐.
“모든 걸 다. 제 건 제가 다 소명할 거고 그거는 김 부원장이 소명하든지 알아서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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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김용 불법 자금 전달 의혹 그래픽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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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클라우드 뭐가 있는지 몰라…이재명은 대화방에 없었다”

유 전 본부장은 최근 자신의 휴대전화 클라우드 비밀번호를 검찰에 제공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그 안에 무슨 내용이 있는지는 나도 모른다”면서도 “내가 핸드폰 이런 거를 잘 지켰어야 하는구나, 나한테도 굉장히 중요한 거구나, 생각했다”며 자신의 진술을 뒷받침할 물증이 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앞서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9월 29일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 당시 창밖으로 던진 휴대전화에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 부원장 등이 포함된 ‘정무방’을 비롯해 경기도 산하기관장 대화방 등 이 대표 측 핵심 인사들의 대화방이 복수로 존재했다고 진술했다. 다만, 그는 이날 “이재명 대표는 (대화방에)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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