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선학회 “세월호, 잠수함 충돌확률 0%”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대한조선학회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27일 개최한 ‘세월호 침몰 참사-과학적 재난 분석에 대하여’ 공동포럼 참석자들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대한조선학회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27일 개최한 ‘세월호 침몰 참사-과학적 재난 분석에 대하여’ 공동포럼 참석자들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과학기술인들이 2014년 세월호 침몰 참사의 원인을 처음으로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대한조선학회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27일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세월호 침몰 참사-과학적 재난 분석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공동포럼을 열었다. 이번 포럼은 지난 9월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가 공개한 세월호 침몰의 원인을 객관적으로 제대로 밝히지 않은 최종보고서를 낸 데 대해, 해양조선 관련 과학자들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열리게 됐다. 이우일 한국과총 회장은 이날 환영사에서 “대한조선학회가 조선공학의 과학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엄정한 내부 논의를 거쳐 침몰 원인에 대한 검토의견을 용기있게 제시했다”며“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과학적 합리성이 모든 판단의 근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첫 발제에 나선 조상래 울산대 조선해양공학과 명예교수는 ‘해양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과학적 접근’이란 제목의 발표에서 “세월호 사고는  준수해야 할 법규, 규정, 기준을 준수하지 않아 발생한 전형적인 후진국형 해양사고”라며 “재화 중량이 987t임에도 불구하고 2213t을 적재했고, 평형수를 1703t은 채웠어야 함에도 절반도 안 되는 800t 미만을 적재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외에도 화물을 고정하는 고박 상태도 불량했고, 비상 상황에 승객들을 대상으로 한 긴급 집합 장소(muster station)에 대한 교육 역시 부족했다”며 “이런 이유로 세월호가 전복됐고, 궁극적으로 전복 당시의 복원 능력이 가해진 전복 모멘트보다 부족해서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결론 내렸다.

조 교수는 또 “잠수함과 같은 외부 충돌 가능성을 언급한 선조위 보고서의 열린 안은 제외되어야 할 시나리오”라며 “충돌사고는 충돌의 흔적이 반드시 있어야 하지만 세월호 선체 외부에 파이프 구조물과의 충돌 흔적을 찾지 못했다”라고 못 박았다.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가다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 [중앙포토]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가다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 [중앙포토]

한순흥 KAIST 해양시스템공학과 명예교수는 사참위 종합보고서 분석을 통해 “사참위 조사국은 외부 충돌 가능성에 집중했다”며 “조선학회는 잠수함 충돌 가능성이 작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조사국이 반론을 제기했고, 이에 다시 조선학회측이 과학적 근거를 들어 재반론을 펴는 과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대한조선학회 해양안전위원장을 맡은 정준모 인하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보고서에 담은 외력설은 ‘잠항하던 잠수함과 세월호가 추돌 또는 충돌해 전복·침몰했다’는 가정을 담고 있는데,  전시가 아닌 상황에서 맹골수도를 잠수함이 잠항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0%이며, 잠수함 추돌로 세월호가 전복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사참위 종합보고서 집필위원을 맡은 전치형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는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학회의 전문가들이 모여 사참위 조사 내용을 검토해 보니 잠수함 충돌설과 같은 외력설에는 비과학적인 가정과 추론이 너무 많았다”며 “세월호는 선박 자체의 복원력 부족으로 인해 침몰했다는 것이 대한조선학회 전문가 다수의 의견이며, 이는 사참위가 모형 시험을 의뢰한 네덜란드 마린 연구소의 분석 결과와도 일치한다”고 말했다.

대한조선학회 학회장인 이신형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현재까지 공개된 모든 조사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전문가들 집단지성으로 과학적 추론을 해 본다면 외력설보다는 내인설이 더 적절하다는 것이 학회 내 다수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