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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경제 활성화 카드…부동산 대출 문턱 확 낮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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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80분간 생중계로 열린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80분간 생중계로 열린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모든 부처의 ‘산업부화’를 통한 경제 활성화를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또 “물가 관리를 통해 실질임금의 하락을 방지하고 서민생활 안정을 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경제 정책”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위해 내년부터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 한해 주택가격과 상관없이 규제 지역의 주택담보대출 비율(LTV)을 50%로 일괄 완화한다. 수도권 등 투기·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넘는 고가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지 빗장도 푼다. 다음 달엔 수도권과 세종 등 규제 지역에 대한 해제 여부를 검토한다. 치솟는 부동산값을 잡으려고 2019년 말 정부가 꺼내든 초강력 대출 규제를 고금리·고물가·고환율(원화가치 하락)의 ‘3고(高)’ 파고에 3년여 만에 정상화한다.

윤 대통령은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관계부처 장관과 참모진 20여 명이 모인 가운데 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었다. 80분간 생중계된 회의에서 부동산·반도체·일자리·원전·관광·헬스케어 등 경제 전반에 대한 중장기 성장 전략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기본적인 경제정책 방향은 공정한 시장질서하에서 기업이 창의와 자율로 경영활동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 관리를 한다는 것”이라며 “경제 활성화 방안을 촘촘하게 만들어 민간이 더 잘 뛸 수 있도록, 육상대회에서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더 좋은 유니폼과 더 좋은 운동화를 공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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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대출규제 단계적 정상화’ 카드를 꺼냈다. ‘거래절벽’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한파가 덮친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한 조치 중 하나다. 우선 규제 지역 내 주택의 담보가치에 따른 대출금 비율(LTV)을 주택 가격과 상관없이 50%로 단일화한다.

현재 서울 등 투기·투기과열지구는 LTV 40%(9억원 초과분엔 20%), 조정대상 지역은 50%(9억 초과분엔 30%)로 묶여 있다. 이를 무주택자나 기존 주택을 팔고 새 주택을 구매하려는 ‘갈아타기’ 실수요자에 한해 풀어주는 것이다.

15억 넘는 집도 주담대 허용…수도권 규제지역 추가로 푼다

다주택자는 규제지역에 적용했던 ‘LTV 0%’ 룰을 그대로 적용한다.

서울 등 투기·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넘는 초고가 아파트 구매 시 자금 조달을 원천 봉쇄했던 ‘대출 금지’도 내년부터 해제된다. 해당 규제는 문재인 정부가 2019년 12월 폭등하는 집값을 잡기 위해 내놓은 ‘12·16 부동산 대책’에 포함된 내용이다. 대상은 무주택자와 기존 주택을 처분할 계획이 있는 1주택자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금융당국은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세부 방안을 마련한 뒤 은행업 감독규정을 개정해 내년 초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비상경제회의에서 “그동안 대출 규제가 굉장히 강했지만 최근 금리가 오르고 정책 여건이 변했다”며 “(대출 규제 완화는) 최근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에 대해서도 우려가 크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서도 중요한 이슈”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정부의 전폭적인 대출 규제 완화가 일부 실수요자의 자금 부담을 덜어줄 순 있지만 얼어붙은 투자 심리를 되살리기엔 역부족일 것으로 봤다. LTV 문턱이 낮아지더라도 소득에 따라 상환 능력을 따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대출 한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번 LTV 규제 완화는 사실상 고소득자에겐 기회다. 예컨대 연 소득이 1억원인 차주(대출자) A씨가 내년 서울에서 시세 14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연 4.8% 변동금리에 40년 만기, 원리금 분할상환 방식의 주담대로 산다고 가정하자. A씨의 대출 한도는 기존 4억6000만원에서 7억원으로 2억4000만원 늘어난다. 현행 투기지역 내 주택의 경우 9억원 이하분은 LTV 40%, 9억원 초과분은 20%를 적용받는데 내년부터 주택값과 상관없이 50%로 완화돼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하지만 연봉 1억원 미만 대출자의 경우 대출 증가액의 변화가 크지 않다. DSR 규제가 변수로 작용해서다. 은행권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A씨의 소득이 7000만원이면 4억97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LTV 규제 완화에 따른 한도 증가액은 3700만원에 불과하다. 연 소득이 5000만원일 경우에는 대출 한도(3억5500만원)는 변동 없이 그대로다.

정부는 또 다음 달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수도권과 세종 등 규제지역에 대한 해제 여부를 검토한다. 정부는 지난달에 수도권과 세종을 제외한 지방의 규제지역을 모두 해제했다. 현재 남은 규제지역은 투기과열지구 39곳, 조정대상지역 60곳이다. 이에 따라 서울 등 수도권 지역 규제 해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11월 중 부동산 규제지역 추가 해제를 하겠다”며 “많은 지역이 (해제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또 재건축 안전진단 개선 방안도 올해 내에 발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투기과열지구 등에서 청약 당첨자의 기존 주택 처분기한을 기존 6개월에서 2년으로 늘리고, 중도금 대출 보증도 분양가 9억원 이하에서 12억원 이하로 확대하기로 했다. 투기과열지구 등에서 1주택자 청약당첨자의 기존 주택 처분기한이 입주 가능일 이후 6개월에서 2년으로 대폭 연장된다. 이날 기준으로 처분기한이 도래하지 않은 기존 당첨자에게도 소급 적용된다. 거래절벽으로 기존 주택이 팔리지 않아 새 아파트에 입주하지 못하고 있는 실수요자의 숨통이 어느 정도 트일 전망이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급격한 금리 인상과 경기 위축 우려가 커지면서 매수세 위축에 따른 거래절벽 현상이 장기화하고 있어 LTV 규제 완화와 15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 허용 등 대출 규제 완화만으로 매수심리가 당장에 회복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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