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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월성원전 자료 삭제 지시한 산업부 공무원 실형 구형

중앙일보

입력

검찰이 월성 원전 관련 자료를 삭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에게 모두 실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24일 대전지법 형사11부(박헌행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국장급 A씨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다른 산업부 과장 B씨와 서기관 C씨에게는 각각 징역 1년을 구형했다.

A씨와 B씨는 감사원의 자료 제출 요구 직전인 2019년 11월쯤 월성 1호기 관련 자료 530건의 삭제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C씨는 2019년 12월 1∼2일 심야에 삭제를 실행한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날 "이들은 업무 담당 실무자로서 청와대 관계자 및 장관 등 상급자 지시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으로 하여금 월성원전 1호기를 불법 가동 중단케 했다"며 "당시 여야 합의로 감사가 진행되자 불법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산업부 사무실에 들어가 동료 사무관 컴퓨터에 있던 위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 총 530개를 무단으로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자료들은 감사원이 월성 원전 즉시 가동중단의 위법성을 살피기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했던 파일"이라며 "자신들의 위법 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서로 공모해 관련 파일을 삭제함으로써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방해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A씨 변호인은 최종 변론에서 "청와대와 산업부의 부당한 지시를 감추기 위해 감사 자료를 삭제할 거라면 정작 예민한 부분은 놔두고 게다가 후임자도 아닌 다른 직원의 PC에 있던 중간보고서만 삭제했겠느냐"고 반박했다.

B씨 변호인은 "삭제된 자료 중 완성본이라고 볼만한 문서는 44건이며, 이들 문서조차 산업부 서버에 남아있는 만큼 원본 파기 행위가 아니다"라며 "산업부 차원에서 이미 일부 자료만 제출하기로 결정된 상황이었고, 삭제는 불필요한 자료 정리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C씨 변호인도 "이 사건은 공무원이 업무와 관련해 작성한 문서 파일을 후임자도 아닌 다른 사람의 컴퓨터에 저장된 것을 보고 동의를 받아 삭제한 사건으로, 관공서나 회사 등에서 업무 인수인계 과정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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