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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배터리·소방·국회까지…SK 데이터센터 화재 안 얽힌 곳 없다

중앙일보

입력

경기 분당경찰서는 21일 오전 10시 10분부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C&C 판교캠퍼스 사무실 등 2곳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SK C&C 판교캠퍼스 모습. 연합뉴스

경기 분당경찰서는 21일 오전 10시 10분부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C&C 판교캠퍼스 사무실 등 2곳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SK C&C 판교캠퍼스 모습. 연합뉴스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당시 상황이 하나둘 밝혀지면서 카카오와 SK의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의미 없는 논쟁”이라고 하면서도 각자 입장을 주장하는 모습이다.

21일 SK C&C는 화재 당일인 지난 15일 데이터센터 담당자가 카카오 측과 통화한 기록을 공개했다. 화재가 발생한 것은 오후 3시 19분이다.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SK C&C는 4분 뒤인 3시 23분 데이터센터 빌딩에 있던 카카오를 포함한 고객사 직원들에게 화재를 알리고, 대피하게 했다. 앞서 카카오 측이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3시 40분~42분 SK C&C에 먼저 연락해 화재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힌 것에 대한 반박이다.

통화 기록 밝힌 SK, 카카오 “시간 쟁점 아냐”

SK C&C의 ‘사고 진행 경과’ 문서에 따르면 회사는 3시 33분 비상연락망을 통해 고객사들에 화재 상황을 공유했다. SK C&C 관계자는 “연락을 시작하면서 전화를 걸기도 하고, 받기도 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3시 35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3시 37분 카카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카카오 측이 서버 장애 발생 원인이 뭐냐고 묻자 화재 경보 사실을 알리고, 확인중이라고 답했다는 내용이다.

이어 SK C&C는 소방 관계자에게 물을 사용한 화재 진압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을 들은 뒤 전체 서버에 대한 전력 공급을 차단하기 전 오후 4시 40분~43분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프라이즈·카카오페이에 전화해 전원 차단을 알리고, 협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카카오 측은 “화재 발생을 인지하기 전 이미 장애 인지를 했으며 화재 발생과 동시에 서버 대부분이 불능 상태가 됐기 때문에 정보를 공유해준 시간은 중요한 쟁점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남궁훈,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가 19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카카오 먹통 대란'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뉴스1

남궁훈,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가 19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카카오 먹통 대란'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에 관해 SK C&C 관계자는 “화재와 동시에 배터리가 전력 공급 장치에 타격을 줘 서버 장애를 일으킨 것은 맞다”며 “당시 시간을 다투며 화재에 대응하는 상황이라 일일이 서버를 확인해 알릴 시간적 여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모두 “소모적 논쟁을 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화재 원인 지목에 배터리 업계도 긴장 

이번 화재는 카카오와 SK C&C의 책임 공방 외에도 많은 논란을 남기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16일 1차 감식에서 발화 원인을 지하 3층 배터리실의 배터리 혹은 랙(선반) 주변 전기적 요인으로 추정했다. 현재 경찰 등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이 배터리가 SK온의 무정전 전원장치(UPS)용 리튬이온 배터리로 알려지면서 배터리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24일부터 2주 동안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240여 곳 사업장 가운데 화재에 취약한 곳을 우선으로 긴급 안전점검을 하겠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 지하 3층 한 공간에 배터리실과 전력 공급실을 둬 화재 진압에 제한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면서 설계 문제도 제기됐다. 이에 관해 SK C&C 관계자는 “시공·설계·시설 관리 등에 다른 기업이 참여했지만 SK C&C에 최종 관리 책임이 있다”며 “명확한 화재 원인과 조사 결과 등이 나와야 모든 상황을 전반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책임 공방 확대를 경계했다.

지난 16일 경찰과 소방당국이 1차 감식을 했던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 발화 지점인 지하 3층 전기실의 배터리가 불에 타 있다. 사진 이기인 경기도의원 페이스북 캡처=연합뉴스

지난 16일 경찰과 소방당국이 1차 감식을 했던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 발화 지점인 지하 3층 전기실의 배터리가 불에 타 있다. 사진 이기인 경기도의원 페이스북 캡처=연합뉴스

사건 발생 초기 소방당국의 안내대로 화재 진압에 물을 사용하기 위해 전력 공급을 차단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데이터센터 화재 진압을 위한 대응 매뉴얼이 별도로 없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일 주요 데이터센터 사업자들과 긴급회의를 열어 화재 등 비상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

국회 관련 법 발의, 오너 국감 증인 채택  

또한 화재가 1차 원인이지만 카카오 먹통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같은 기능을 가진 시스템을 두 개 이상 준비하는 이중화 부실이 지목되면서 국회는 네이버·카카오 등 부가통신사업자의 데이터와 서버 등의 보호 조치를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과정에서 2년 전 데이터센터를 국가 재난관리기본계획 대상에 포함하는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폐기된 것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 등 오너 기업인들이 24일 열리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이날 오전 10시 10분부터 화재가 발생한 데이터센터와 업무동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화재 발생 전 이상 신호 감지 여부, 배터리 점검 내역, 화재·안전 관리 실태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과기부는 디지털 서비스 재난 관리 전담 조직을 출범하고, 정부 재난대응 체계에 데이터센터를 포함하기로 했다. 연말까지 재발 방지 대책, 법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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