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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C&C “불난 배터리에 물 뿌리기 시작하면서 서버 전원 내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카카오톡 등 카카오가 제공하는 여러 서비스와 네이버 일부 서비스 ‘먹통’의 원인이 된 화재 사건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판교 캠퍼스 A동에서 발생했다. 이 건물은 공간 대부분을 데이터센터로 쓰고 있으며 카카오·네이버 등이 입주해 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에 있는 SK C&C 판교 캠퍼스 전경. 사진 SK C&C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에 있는 SK C&C 판교 캠퍼스 전경. 사진 SK C&C

16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와 경기남부경찰청 등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전날 오후 3시 33분쯤 SK 판교 캠퍼스 A동 지하 3층 전기실에서 발생했다. 발화 원인은 배터리 또는 랙(선반) 주변 전기적인 요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5개 랙에서 불꽃과 연기가 났다고 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SK C&C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자동 센서가 화재를 감지해 진압 가스가 분사됐고, 소방서에 신고가 들어갔다”며 “전기 시설 때문에 물을 사용하지 않지만 소방차가 출동한 뒤 배터리에서 계속 불꽃과 연기가 나자 소화수(물) 투하를 시작하면서 위험성 때문에 소방서 지침에 따라 서버 전원을 차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하 2층~지상 6층 데이터센터로 활용

이어 “화재가 발생했을 때 바로 고객사에 알렸으며 재난 매뉴얼이 있지만 이번에는 인명 피해 우려로 무정전 전원장치(UPS)나 비상 발전기 가동 등의 절차를 진행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SK C&C에 따르면, 카카오는 데이터센터의 공간을 빌려 사용하고 있지만 서버 구축과 운영 등은 자체적으로 맡고 있다.

이날 데이터를 저장하는 서버에는 화재 피해가 없었지만, 화재 진압을 위해 전원을 차단하면서 서버 가동이 중지됐다. 이에 따라 먹통이 된 카카오톡은 오류 발생 약 10시간이 지난 이날 오전 1시 31분쯤 일부 메시지 전송 기능부터 복구됐다. 복구와 관련해 SK C&C 측은 “현재 데이터센터 전체에 전원 공급을 재개했지만 카카오 서버에는 일부 모자란 부분이 있어 추가 전선을 개설해 복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6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SK C&C 판교 캠퍼스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현장에서 소방과 경찰 관계자들이 1차 감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뉴스1

16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SK C&C 판교 캠퍼스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현장에서 소방과 경찰 관계자들이 1차 감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뉴스1

2016년 8월 완공된 SK 판교 캠퍼스는 A동과 B동으로 나뉘는데 A동에는 데이터센터, B동에는 SK㈜ C&C 사무동이 있다. 연면적 약 6만7000㎡(약 2만300평)로 A동은 지상 6층, 지하 4층 구조다. 지하 2층부터 지상 6층까지 데이터센터로 사용하고 있으며, SK렌터카·SK매직몰·SK엔카 같은 SK 관계사와 카카오·네이버·IBM클라우드 등의 데이터 관리 시설이 있다. 나머지 층은 주차장, 전기 설비 공간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다만 SK C&C 측은 “구체적 입주 회사와 시설 배치 등은 대외비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SK C&C는 전날 오후 5시 47분쯤 “이날 오후 3시 30분쯤 판교 데이터센터 전기 시설 화재로 현재 소방당국이 진화 작업 중”이라며 “카카오톡을 비롯한 다음카카오 다수 서비스와 네이버 일부 서비스, 그리고 일부 SK 관계사 대고객 서비스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화재사고를 알렸다. 이어 오후 10시 40분에는 박성하 대표 명의로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많은 국민께서 겪으신 불편에 대해 고개 숙여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린다”고 사과문을 냈다. 박 대표는 “향후에도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지하 3층 전기실서 발생 “정확한 원인 파악 중”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판교 캠퍼스 B동에서 열린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관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연합뉴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판교 캠퍼스 B동에서 열린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관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연합뉴스

화재 발생 2시간 정도 지나 큰 불길이 잡혔지만 진화는 오후 11시 46분쯤 이뤄졌다. 소방 당국은 배터리와 축전지가 쌓여 있어 진압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설명했다. 화재 당시 건물에서 데이터 센터 운영 인력 20여 명이 근무하고 있었지만 모두 대피해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 전기안전공사는 17일 합동 감식으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다.

SK C&C 관계자는 피해 보상 등에 대해서는 “고객사의 계약 내용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고객들에게 피해 보상을 한 뒤 SK C&C에 구상권을 청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측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손해배상 부분은 검토하고 있는데 관계 부처와 관계 기업과 함께 협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과기부, 재난상황실→재난안전대책본부로 격상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날 오전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현장 점검에 나섰다. 이 장관은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막중한 책임을 통감하며 사과드린다”며 “각 사업자는 안정적 서비스 제공에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기본을 튼튼히 해달라.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게 제도적·기술적 방안들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부처 차원 대응 주문에 이날 오전 11시 15분 방송·통신재난상황실을 장관 직속 방송·통신재난안전대책본부로 격상했다. 관련 사업자들로부터 사고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법 위반 여부를 조사해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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