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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뒤늦은 사과…“서비스 이중화 제대로 안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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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남궁훈(왼쪽)·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가 1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서비스 장애 관련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우상조 기자

남궁훈(왼쪽)·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가 1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서비스 장애 관련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우상조 기자

홍은택·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사고 발생 4일 만이다. 복구가 늦어진 이유가 서비스 이중화(데이터 등을 다른 곳에 복제해 두는 것)를 제대로 안 했기 때문이라고 뒤늦게 인정했다. 그동안 카카오는 “시스템은 이중화돼 있고, 즉시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카카오가 판교 한 곳에 메인 시스템을 몰아놓고, 이중화를 부분적으로만 해 사실상 안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번 사태 비상대책위원장인 홍은택 대표는 지난 15일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후 서비스 복구에 오래 걸린 원인에 대해 “주요 데이터와 서비스 응용프로그램에 대한 이중화 조치는 돼 있었으나 개발자의 주요 작업 및 운영 도구가 이중화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버 자동화 배포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3만2000대의 서버를 일일이 수동으로 부팅해야 해 복구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트래픽 폭증 훈련은 수시로 했지만, 데이터센터가 통째로 셧다운되는 것을 대비한 적은 없었다고도 했다. 홍 대표는 “데이터센터 전체가 셧다운되지 않는다고 상정하고 대응해 온 것이 판단 오류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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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대표는 “카카오톡은 국민 대다수가 쓰기 때문에 공공성을 띠는 서비스인데, 부합하는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본질적인 것을 소홀히 했다”고 했다.

카카오는 멜론·카카오페이지·카카오커머스 같은 유료 서비스 이용자뿐 아니라 무료 서비스 이용자에게도 피해 사례를 접수하고 보상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전기통신사업법상 카카오 같은 인터넷 기반 서비스(부가통신서비스)는 연 매출 100억원 넘는 회사의 100만 명 이상이 쓰는 유료 서비스일 때만 ‘4시간 이상 중단 시 손해배상 고지 의무’가 있다. 그러나 카카오는 보다 넓게 보상을 검토하겠다는 취지다.

카카오는 이날 기존 고객센터 외에 카카오톡 상단에 피해 접수 배너를 만들었다. 회사는 2주 정도 피해 신고를 받을 예정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날 저녁 카카오T프로 멤버십 가입 택시기사들에게 ‘보상’ 지급을 공지했다. 사고일인 지난 15일 당시 프로 멤버십을 구독 중이었던 택시기사에게 7550원 포인트를 제공한다. 해당 포인트는 6일 상당의 이용료에 해당되는 액수로, 20일 지급될 예정이다.

이날 회사는 남궁훈·홍은택 각자대표 체제에서 홍은택 단일 대표 체제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남궁 대표가 취임한 지 7개월 만이다. 남궁 대표는 “사태를 끝까지 책임지고자 비상대책위원회 재난대책소위를 맡아 전념하겠다”고 했다.

다음은 두 대표와의 일문일답.

결국 이중화가 안 됐다는 것 아닌가.
“서비스 주요 운영프로그램은 대부분 이중화했지만 그걸 다루는 작업 도구가 이중화 안 돼 치명적이었다. 그렇게까지 이중화된 곳은 실제로 많지 않다.”
왜 판교 데이터센터에 서버가 3만2000대나 몰려 있나.
“9만여 대 서버가 4곳의 데이터센터에 분포돼 있고, 사고 시 서로 백업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판교에 30%가 있었고, 운영 메인 데이터센터라 피해가 컸다. 서버 12만 대 규모의 안산 데이터센터를 2023년 1월 완공하며, 서울대 시흥캠퍼스 데이터센터도 비슷한 규모로 지을 예정이다.”
재해복구(DR) 시스템은 있었나.
“복수의 데이터센터를 이용하고, 전원이 나가면 데이터센터를 이용해 복구하는 식인데, 앞서 설명한 이유로 지연됐다.”
피해 보상 자금의 조달 계획은. 보험에 가입돼 있나.
“아직 보상 규모를 확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험은 가입돼 있지 않다.”
김범수 창업자의 경영 복귀 여부는.
“김범수 창업자는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 선택적으로 개입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창업자 입장은 24일 국감에서 들으실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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