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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경쟁도 불사? 신냉전 확인한 20차 당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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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차 중국 공산당(중공)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둘러싼 안팎 분위기는 ‘미·중 갈등의 심화’ 또는 ‘미·중 신냉전의 확인’이었다.  

3연임을 공표할 시진핑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목소리는 힘차고 강경했다.

2022년 4월 중국 베이징,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셔터스톡]

2022년 4월 중국 베이징,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셔터스톡]

16일 당대회 개막 연설에서 대만 통일에 관해 “무력 사용을 포기한다는 약속은 절대 하지 않으며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도 선택지로 남겨둘 것”이라고 공언한 것이 하이라이트였다. “외부 세력의 간섭과 극소수 대만 독립 분열 분자를 겨냥한” 것이라며 ‘미국 리스크’를 강조했다. “중국군을 더 빨리 세계 일류 군대로 만드는 것은 사회주의 현대화를 이루는 데 전략적 요구 사항”이라며 강군(强軍)도 강조했다. 이날 시진핑의 연설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가 ‘안보’(50회)였다.

더 직접적으로 ‘냉전의 추억’을 상기시킨 발언도 있었다. “강대한 전략적 억지력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언급이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이 표현이 “전략핵 역량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했다. 미국과 소련이 냉전을 벌이던 시기 수천 기의 핵탄두를 만들어내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서로의 영역에 떨어뜨리기 위해 우주 경쟁까지 벌이던 추억을 연상케 한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4000기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 중이고 중국은 최근까지 200∼300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1월 미 국방부는 중국의 핵탄두가 2027년 700기, 2030년까지 최소 1000기로 늘어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는 지난달 27일 발간한 〈미·중 전쟁 위험 관리: 통합된 억지 전략의 이행〉 보고서에서 중국군이 핵전력 확장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반면 미국은 핵무기 통제에 대한 약속 등으로 핵 패권을 유지하는 게 어려워질 것이란, 미국 입장에선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미·중의 핵전력이 대등한 수준에 도달하는 때가 온다면 그때가 냉전의 절정기가 될 것이다.

미국과 서방은 맞대결을 천명하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당대회 직전인 12일 대외 정책의 기본 방향을 담은 새 ‘국가안보전략(NSS)’을 발표했다. 여기서 중국을 ‘국제 질서를 재편하려는 의도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점점 더 힘을 갖춰 나가는 유일한 경쟁자이자 지정학적 도전자’로 규정했다.

이와 함께 세 가지 하위전략으로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러시아의 즉각적인 위협을 억제하며 ▶기후변화, 에너지 안보, 전염병, 식량 안보 등 공동의 과제에 대해 국제적으로 공조하고 ▶기술, 사이버 공간, 무역 및 경제 분야에서 규칙을 만드는 것을 제시했다.

미중 냉전[사진 셔터스톡]

미중 냉전[사진 셔터스톡]

앞서 7일에는 첨단 반도체 칩과 제조 장비, 인력을 아우르는 사상 최고 강도의 대중국 수출 통제 조치를 내놨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마당은 작게, 펜스는 높게’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중국에 대한 맞춤형 기술 수출 통제를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전략은 한마디로 각종 이슈에서 우방과 발을 맞추고 특히 안보와 기술 영역에서 중국에 경쟁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대만에 대해서는 중국에 의한 일방적인 통일 반대 입장이 확고하다.

미 상원 외교위에서는 지난달 대만을 아예 나토 수준의 동맹국으로 지정하는 법안이 처리되는 등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행정부보다 더 강경하다.

유럽연합(EU)도 미국에 화답했다. 17일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EU는 20일 회원국 정상회의를 거쳐 2019년 버전에서 대폭 수정된 새 전략보고서를 내놓는다. 2019년엔 중국을 ‘협력 파트너이자 경제적 경쟁자, 체제 라이벌’로 규정했으나 새 보고서에선 중국을 ‘전면적 경쟁자’로 명기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맞서 중국은 러시아와 사실상의 동맹을 확고히 유지하는 한편 북한과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시진핑은 13일 북한에 서한을 보내 “중·조는 산과 강이 잇닿아 있는 친선적인 인방(隣邦·이웃 나라)”이라며 전략적 의사소통을 증진하고 단결과 협조를 강화하자고 강조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5월 북한의 ICBM 발사, 최근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발사 때 한목소리를 내 대북 제재 결의를 막아냈다.

새 임기 직후부터 강경 목소리를 내는 것이 시진핑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국제 외교무대에서는 다소 부드러운 톤으로 미국 중심 국제질서의 대안이 있음을 각국에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11월 15~16일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어떤 태도로 바이든을 상대할지, 한국과 비서방 회원국들과는 어떤 외교를 펼칠지 주목된다. 또 당대회 직후 실행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북한의 7차 핵실험에 대한 한·미·일의 강력한 반대 목소리에 얼마나 호응할지도 관심이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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