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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시리즈’ 맞네…“다리는 괜찮다고 해야겠죠?”

중앙일보

입력

KT 박병호가 20일 키움과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데일리 MVP를 받은 뒤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고 있다. 연합뉴스

KT 박병호가 20일 키움과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데일리 MVP를 받은 뒤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고 있다. 연합뉴스

KT 위즈와 키움 히어로즈가 맞붙은 이번 준플레이오프(준PO·5전 3승제)는 이른바 ‘박병호 시리즈’라고 불렸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키움(넥센 시절 포함)에서만 뛰다가 올 시즌을 앞두고 FA 자격으로 KT 유니폼을 입은 박병호가 키플레이어로 꼽혔기 때문이다.

1986년생 우투우타 내야수 박병호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불린다. LG 트윈스 시절까지만 하더라도 미완의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지만, 넥센 이적 후 기량이 만개하면서 5차례 홈런왕을 차지했다.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두고 박병호는 변화를 택했다. FA 자격을 얻은 스토브리그에서 키움을 떠나 KT로 둥지를 바꿨다. 오래 몸담은 친정과도 같은 곳이지만, 여러 감정을 안고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이적 과정에선 장타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도 받았지만, 박병호는 세월을 잊은 듯한 파워로 모두를 다시 놀라게 했다. 개막 초반부터 심상치 않은 홈런 페이스를 보이더니 막판까지 홈런 단독선두를 지키면서 마침내 35개의 아치로 통산 6번째 홈런왕으로 등극했다.

이처럼 보란 듯이 또 다른 전성기를 연 박병호는 이번 가을야구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까지 10타수 4안타 1홈런 2타점 1득점으로 활약하더니 20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4차전에서 4번 지명타자로 나와 5타수 4안타 1타점 1득점 맹타를 휘둘렀다. KT는 박병호의 방망이를 앞세워 9-6으로 이기고 2승2패로 기사회생하며 시리즈를 마지막 5차전까지 끌고 갔다.

KT 박병호. 연합뉴스

KT 박병호. 연합뉴스

경기 후 만난 데일리 MVP 박병호는 “이겨서 너무나 좋다. 사실 오늘 경기를 임할 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들어가려고 했다. 벤치에서도 그런 분위기를 전달하고 싶었다. 5차전을 좋은 분위기로 이어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병호는 이날 누구보다 열심히 뛰며 동료들을 일깨웠다. 특히 7회 선두타자로 나와 좌익수 방면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린 뒤 2루까지 주저하지 않고 뛰면서 찬스를 만들었다.

박병호는 “다리는 괜찮다고 해야 할 것 같다”고 멋쩍게 웃고는 “2루까지 달릴 때 최근 들어 가장 빨리 뛴 것 같다. 누가 말렸어도 뛰었을 것 같다. 득점이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교체도 생각했지만, 다음 타석이 돌아올 것 같아서 그냥 뛰었다”고 말했다.

박병호가 이렇게 열심히 뛴 이유는 하나다. 개막을 앞두고 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다.

박병호는 “한 시즌 동안 가을야구 진출을 목표로 해서 뛰어왔다. 부상으로 경기를 나가지 못하면 아쉽지 않나”는 말로 진심을 대신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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