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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군복 사진에 우크라 발칵…현상금 2억 '러 블로거' 정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월 전쟁 발발 후 무기를 사들이기 위해 모금 운동을 했던 우크라이나가 이번엔 러시아 테러리스트를 잡기 위해 현상금 모금에 나섰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상금 수배 대상은 한때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의 친러 지도자였으며, 지금은 밀리터리 블로거로 활동 중인 이고리 기르킨이다. 현상금 모금은 "기르킨이 전장에 복귀한다"는 소문이 돌며 급진전했다고 FT는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보국에 따르면 기르킨은 테러행위와 고문, 살인 등에 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보국은 이날 트위터에 "가장 악명높은 러시아 테러리스트가 우크라이나와 맞서기 위해 참전하려 한다"며 "그를 잡는 사람에게 10만 달러(약 1억4000만원)를 주겠다"고 했다. 민간에서 온라인으로 시작된 '기르킨 체포'를 위한 현상금 모금은 하루 만에 15만 달러(약 2억1000만원)를 넘어섰다.

우크라이나 정보국에서 이고리 기르킨(사진)을 현상수배한 포스터. 사진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 트위터 캡처

우크라이나 정보국에서 이고리 기르킨(사진)을 현상수배한 포스터. 사진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 트위터 캡처

러시아 연방 보안국(FSB) 대령 출신인 그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합병 당시 부대를 이끌고 우크라이나 도네츠크로 진입해 전쟁의 서막을 열었다. 또 그는 '사격수'라는 별명답게 잔혹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FT에 따르면 당시 기르킨의 사무실에서 발견된 문서엔 그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성급한 군사재판을 통해 최소 3명에 총살형을 내렸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기르킨은 "3명 외에도 또 다른 3명에게 추가로 총살형을 내렸고, 한 명은 내가 직접 처형했다"고 했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엔 군사 블로거로 활동하며, 확전을 부추기는 발언을 해왔다. 그러던 중 이달 초 갑자기 활동이 뜸해졌다가 지난 15일 아내와 함께 군복을 입은 기르킨의 사진이 텔레그램을 통해 올라왔다. 기르킨의 아내는 "'기르킨은 어디 있냐, 잘 지내는 거냐'는 질문에 답합니다, 모든 것이 다 좋아요. 곧 만나요"라는 글을 남겼다. 이 때문에 '기르킨이 전장에 복귀할 것'이란 소문이 퍼졌다고 FT는 전했다.

현상금을 위한 모금은 정부 관리에서부터 스포츠 스타까지 전 국민이 참여했다. 우크라이나 루한스크 주지사인 세르히 하이다이 주지사는 트위터에 "1만 달러는 내가 낸다"며 "범죄자는 자신의 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또 우크라이나 테니스 선수 세르기 스타홉스키도 모금에 동참했다. FT는 우크라이나 측은 기르킨의 러시아 동료들이 그를 신고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기르킨은 국제문제로 비화한 여객기 격추사건에도 연루돼 있다. 그는 2014년 7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상공에서 발생한 말레이시아 여객기 MH17 피격 추락 사건 피의자 4명 중 하나로 네덜란드 검찰에 기소된 상태다. 당시 여객기는 러시아제 부크 미사일에 맞아 격추됐고 이 사건으로 승객과 승무원 298명이 전원 사망했다. 유럽연합(EU)·미국·영국·호주·캐나다 등도 그를 제재대상에 올렸다.

군복을 입은 이고리 기르킨(왼쪽)이 아내와 함께 찍은 사진이 15일(현지시간)텔레그램에 올라오자 우크라이나인들은 기르킨을 잡기 위한 현상금 모금 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 텔레그램 캡처

군복을 입은 이고리 기르킨(왼쪽)이 아내와 함께 찍은 사진이 15일(현지시간)텔레그램에 올라오자 우크라이나인들은 기르킨을 잡기 위한 현상금 모금 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 텔레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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