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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플레이션과 납기 지연에 지쳤다…자동차 구매 의향 ‘최저’

중앙일보

입력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반도체 장착 없이 만들어진 차량이 지난해 미국 GM 플린트 공장 외곽에 주차돼 있다. [AP=연합뉴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반도체 장착 없이 만들어진 차량이 지난해 미국 GM 플린트 공장 외곽에 주차돼 있다. [AP=연합뉴스]

차량 공급 부족에 따른 ‘카플레이션(Car+Inflation·자동차 가격 인상)’과 납기 지연으로 자동차 구매 의향이 최저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컨설팅 기업 한국딜로이트그룹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의 지난 8월 자동차 구매 의향이 최근 1년 중 최저 수준인 86으로 떨어졌다. 이는 딜로이트 본사가 개발한 ‘자동차 구매 의향’(VPI·Vehicle Purchase Intent) 글로벌 지수를 국내에 적용한 결과다.

딜로이트 VPI 지수는 향후 6개월 이내 자동차를 구매할 의향이 있는 소비자 비율을 추적해 산출하는데 100을 기준으로 한다. 한국에서 조사가 처음 이뤄진 지난해 9월부터 올 8월까지 최저치는 90였다. 자동차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비슷한 양상이다. 미국의 VPI 지수는 최근 1년 동안 석 달을 제외하곤 100 이하에 머무르고 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차량 공급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초기에는 봉쇄로 인해 공장 가동이 멈췄다. 생산 재개 이후에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로 공급망 병목 현상이 생겼다. 미국에서만 지난해 150만 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올 상반기에도 23만3000대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각종 부품 공급이 막히면서 올해와 내년에도 각각 260만 대의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

딜로이트는 차량 공급 부족에 따라 신차 가격이 오르면서 자동차 수요 자체가 향후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또 물가상승으로 생활비가 치솟고, 경기 후퇴 가능성이 커지면서 소비자는 지출을 억제하거나 아예 소비 자체를 미룰 것으로 보인다. VPI 역시 이러한 수요 약세를 따를 가능성이 커졌다.

현대차·제네시스·기아 납기 1년 6개월 이상 차종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자동차업계]

현대차·제네시스·기아 납기 1년 6개월 이상 차종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자동차업계]

딜로이트는 자동차 업계에 차량 가격 인상 억제와 공급망 개선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차량 가격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오르면 소비자가 더 이상의 급격한 가격 인상을 용인하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부품 재고 보유량을 늘리는 체제로 전환하고, 인접 국가에서 제품을 조달하는 ‘니어 쇼어링’ 전략을 통한 공급망 재구축을 권고했다.

김태환 한국딜로이트그룹 자동차산업 리더는 “일시적일 것 같던 자동차 생산 문제가 예상보다 훨씬 오래가면서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자동차 소비 심리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자동차 업계는 소비자가 무엇을 원치 않고, 무엇을 더 원하는지 확실하게 이해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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