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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구분없는 K스토리 시대…정서경 "韓사회문제 맹렬히 직시"

중앙일보

입력

이준익 감독(왼쪽부터), 배우 신하균, 한지민, 이정은, 정진영이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야외무대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티빙 오리지널 '욘더' 오픈토크에서 팬들과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준익 감독(왼쪽부터), 배우 신하균, 한지민, 이정은, 정진영이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야외무대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티빙 오리지널 '욘더' 오픈토크에서 팬들과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영화·드라마 구분을 넘어선 ‘K스토리’ 시대가 열렸다. 14일 폐막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극장 기반의 영화와 OTT 시리즈물에 대한 논의와 방향 모색이 두드러졌다. 올해 영화제에서 가장 화제가 된 건 OTT(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신작 시리즈 9편을 공개한 ‘온 스크린’ 섹션. 이 섹션을 신설한 지난해 3편(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마이 네임’ 등)이었던 초청작 수는 당시 뜨거운 관객 호응 속에 올해 3배로 늘었다. 극장에도 개봉할 예정인 덴마크 거장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드라마 ‘킹덤 엑소더스’를 포함해, 티빙의 ‘욘더’ ‘몸값’, 디즈니 의 ‘커넥트’ ‘피의 저주’, 넷플릭스의 ‘글리치’ ‘썸바디’, 웨이브의 ‘약한영웅 Class 1’, 왓챠의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등이다.

14일 폐막 부국제…OTT 시리즈물 흥행 #영화·드라마 넘은 'K스토리' 방향 모색

영화제 흥행, OTT 시리즈 스타들이 주도

올해 영화제를 들썩인 스타들도 대부분 OTT 시리즈물로 현장을 찾았다. 화제의 초청작 감독·배우가 영화제 관객과 만나는 ‘오픈토크’ 행사 11회 중 이준익 감독, 신하균·한지민 주연의 ‘욘더’, 노덕 감독, 전여빈·나나 주연의 ‘글리치’ 등 5건이 시리즈 작품이었을 정도다. 올해 영화제 ‘간판 스타’ 역할을 총 71개국 242편 초청작 중 9편에 불과한 OTT 시리즈물이 주도했단 뜻이다.
동명 한국 웹툰 토대의 ‘커넥트’로 한국 작품‧드라마 연출 모두 처음 도전한 일본 장르 영화의 거장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7일 주연 배우 정해인‧고경표‧김해준과 참석한 기자회견에서 “OTT 작품으로 영화제에 올 줄 생각 못 했다”면서 “(OTT 작품을 해도) 관객과 만나는 형태가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고 놀라움을 표했다.

 7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그랜드 조선 부산에서 열린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커넥트'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김혜준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그랜드 조선 부산에서 열린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커넥트'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김혜준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온 스크린’은 상영 여건상 시리즈물의 전편이 아닌 초반 2~3회를 공개하는 게 원칙. 통상 완결된 영화를 상영해온 영화제 관례와 맞지 않는다. BIFF가 지난해 아시아 영화제 최초로 이 드라마 섹션(온 스크린)을 신설하며 “영화산업의 현주소를 기민하게 반영해내는” 쇼케이스장으로 조심스레 소개한 이유다. 이런 고민 지점은 토종 플랫폼까지 가세한 OTT 시장이 한층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1년 만에 쑥 들어갔다.  

"2시간 극영화 표준 위상 무너지고 있다" 

BIFF측은 10일 ‘미디어 환경의 급변 속 영화의 재구성’이란 제목의 포럼 행사를 통해 “2시간 내외 상영시간의 극영화에 부여되었던 예술적, 산업적 표준으로서의 위상이 무너지고 있다”며 지난 10년간 시리즈물의 성취를 “영화적 역량이 이전된 결과이기도 했다”고 짚었다. 황동혁 감독의 ‘오징어 게임’, 한준희 감독의 ‘D.P.’ 등 영화 제작 노하우를 쌓은 감독·제작진이 기존 TV 드라마와 장르·소재·규모 면에서 차별화한 OTT 시리즈물로 K콘텐트붐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유수민 감독(왼쪽부터), 한준희 크리에이터, 배우 박지훈, 이연, 최현욱, 홍경, 신승호가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야외무대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약한영웅 Class 1' 오픈토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수민 감독(왼쪽부터), 한준희 크리에이터, 배우 박지훈, 이연, 최현욱, 홍경, 신승호가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야외무대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약한영웅 Class 1' 오픈토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우 전여빈(왼쪽부터), 노덕 감독, 배우 류경수가 6일 오후 부산시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BIFFXGENESIS 야외무대에서 진행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글리치 오픈토크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1

배우 전여빈(왼쪽부터), 노덕 감독, 배우 류경수가 6일 오후 부산시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BIFFXGENESIS 야외무대에서 진행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글리치 오픈토크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1

포럼에 참여한 중앙대학교 BK21 인공지능 콘텐츠 미래산업 교육 연구단의 박미영 전임연구원은 “필름 시대 향수에 젖어 과거에 머물러 있게 되면 영상문화 안에서 매체별 위계를 세우게 된다”면서 영화·드라마의 구분을 넘어 디지털 시대 관객과 상호소통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이야기 문법에 주목했다. “기존 영화적 방식은 관객이 한 인물의 생각·감정선을 따라간다면, 시리즈 드라마들은 캐릭터가 경험의 매개체로 작용해 주·조연의 운명이 끝나도 뒷이야기를 궁금해한다. 관객이 (장면 속) 그 자리에서 경험한다는 것, 동일시보다 몰입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진 서사적 특징이 중요해졌다”면서다. 극장에서 끝날 때까지 ‘기다리며’ 봐야 하는 영화와 달리 1.5배속 등으로 빨리 보기가 만연한 OTT 관람 풍토도 언급됐다.

정서경 "K스토리, 한국사회 혼란 맹렬히 직면"

3년 만에 정상 개최한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이 올해 처음 시작한 ‘부산스토리마켓’에서도 9일 K콘텐트를 아우른 K스토리의 의미와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포럼 행사가 열렸다. 영화·시리즈물을 넘나드는 제작자 최재원 앤솔로지 스튜디오 CEO, 정서경 시나리오 작가가 티빙·넷플릭스 관계자와 함께 참석했다. 올해 영화 ‘헤어질 결심’을 극장 개봉하고, 이어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을 TV·OTT로 선보인 정서경 작가는 “이전에는 극장에 가거나 방송시간을 기다렸던 소비 패턴이 (OTT로 원할 때 보는 것으로) 달라지면서 관객·시청자가 가깝게 다가온다고 느낀다”면서 “이야기 방식도 더 가까운 친구에게 하듯 솔직하게 이야기하게 된다. 개인적이면서도 커다란 공동의 토론 장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또 ‘K스토리’의 정체성을 ‘기생충’ ‘인간수업’ ‘지옥’ 등 성공한 작품들이 결국 한국 관객을 위해 한국 창작자들이 만들었다는 데서 찾았다. 정 작가는 “이 작품들은 공통으로 기술적 완성도가 높고 엔터테인먼트적 즐거움이 많은 작품이다. 특히 감동적인 것은 한국 사회 문제와 혼란한 모습을 직면하는 방식이 맹렬하고 때로 처절하기까지 하다”고 했다. 황혜정 티빙 상무는 “결국 (작품 포맷을 넘어선) IP(지적재산)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기간 3년만에 정상 개최한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가 올해 첫 출범한 ‘부산스토리마켓’에서도 9일 K스토리를 아우른 의미와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포럼 행사가 열렸다. 영화·시리즈물을 넘나드는 제작자 최재원 앤솔로지 스튜디오 CEO, 정서경 시나리오 작가가 티빙·넷플릭스 관계자와 함께 참석했다. 사진 BIFF

부산국제영화제(BIFF) 기간 3년만에 정상 개최한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가 올해 첫 출범한 ‘부산스토리마켓’에서도 9일 K스토리를 아우른 의미와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포럼 행사가 열렸다. 영화·시리즈물을 넘나드는 제작자 최재원 앤솔로지 스튜디오 CEO, 정서경 시나리오 작가가 티빙·넷플릭스 관계자와 함께 참석했다. 사진 B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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