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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샹치 아빠' 부국제 흔들었다…환갑 양조위의 '화양연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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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스타 량차오웨이(양조위)가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마련한 자신의 특별전 '양조위의 화양연화' 오픈토크 및 핸드프린팅 행사에 참석했다. 그의 대표작 제목이기도 한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순간을 뜻한다. 사진 BIFF

홍콩 스타 량차오웨이(양조위)가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마련한 자신의 특별전 '양조위의 화양연화' 오픈토크 및 핸드프린팅 행사에 참석했다. 그의 대표작 제목이기도 한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순간을 뜻한다. 사진 BIFF

“촬영 기간, 준비 시간이 길수록 캐릭터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워요. 촬영이 끝날 때마다 꿈에서 깨어나는 기분이죠.”

홍콩 스타 량차오웨이(양조위·60)의 연기 인생 40년이 담긴 말에 4000여 객석을 가득 메운 팬들의 감탄사가 터졌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사흘째를 맞은 7일, 부산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린 그의 오픈토크 및 핸드프린팅 행사엔 20~30대 젊은 관객이 구름처럼 몰렸다. 5일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한 개막식 레드카펫부터 가장 큰 환호의 주인공이었다. 그의 관객과의 대화가 포함된 영화제 특별전 ‘양조위의 화양연화’도 일찌감치 매진됐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량차오웨이 특별전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대표작 6편 상영

홍콩의 왕자웨이(왕가위), 우위썬(오우삼)과 대만의 리안(이안), 허우 샤오시엔 등 그에게 전성기를 선사한 1990년대 중화권 감독들이 세계적 거장 반열에 오르면서 출연작이 끊임없이 재조명된 덕분이다. 지난해 개봉한 할리우드 진출작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도 마블 슈퍼 히어로 팬들이 주인공 샹치를 보러 갔다가 샹치 아버지(량차오웨이)에게 반하고 나온다는 반응과 함께 젊은 팬이 늘었다.

"젊은 팬 많은 줄 부산 와서 알았죠" 

7일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특별전 '양조위의 화양연화' 오픈토크에는 20~30대 젊은 관객이 많이 보였다.량차오웨이(양조위)를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보려는 관객들이 간이 좌석을 무대쪽으로 바짝 당겨오기도 했다. 오픈토크 진행은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맡았다. 사진 BIFF

7일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특별전 '양조위의 화양연화' 오픈토크에는 20~30대 젊은 관객이 많이 보였다.량차오웨이(양조위)를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보려는 관객들이 간이 좌석을 무대쪽으로 바짝 당겨오기도 했다. 오픈토크 진행은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맡았다. 사진 BIFF

6일 기자회견에서 그는 “사실 오기 전엔 이렇게 젊은 팬층이 있는 줄 잘 몰라서 특별전 영화를 선정할 때 젊은 팬층을 고려하지 못했다”며 “좋아하는 감독들 작품 중 다양한 장르를 골랐다”고 쑥스럽게 웃었다.

올해 특별전을 위해 그가 직접 고른 6편의 출연작 ‘동성서취’(1993), ‘해피 투게더’(1997), ‘암화’(1998), ‘화양연화’(2000), ‘무간도’(2002), ‘2046’(2004)은 20~30년 전 작품들. 왕자웨이가 기획·제작한 유진위 감독 영화 ‘동성서취’에 더해 왕자웨이가 연출한 작품이 3편이다.
왕자웨이 감독과 함께 1997년 BIFF를 처음 찾은 ‘해피 투게더’, 2000년 BIFF 개막작에 선정된 ‘화양연화’, 2004년 폐막작이었던 ‘2046’이다. ‘화양연화’로 칸 국제영화제 아시아 최초 남우주연상과 기술상을, ‘해피 투게더’는 칸 감독상을 받았다. 올해 BIFF에선 모두 리마스터링 복원판으로 상영한다.

1997년 제2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영화 '해피 투게더'로 첫 방문한 량차오웨이(양조위, 왼쪽부터)와 왕자웨이(왕가위) 감독. 당시 영화제에선 '부에노스 아이레스 해피투게더'란 제목으로 상영했다. [중앙포토]

1997년 제2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영화 '해피 투게더'로 첫 방문한 량차오웨이(양조위, 왼쪽부터)와 왕자웨이(왕가위) 감독. 당시 영화제에선 '부에노스 아이레스 해피투게더'란 제목으로 상영했다. [중앙포토]

우수에 찬 눈빛 연기로 섬세한 감정을 전하는 게 량차오웨이의 특기. 오픈토크에서 그는 “감정·스트레스를 언어로 잘 표현 안 하는 성격인데 그래서인지 더욱 더 눈을 통해 표현하려 한다”는 지론을 밝혔다.
그에게 “영화에는 당신이라는 존재가 담겨야 한다. 얼굴이 아니라 몸 전체가 연기해야 한다”(『왕가위: 영화에 매혹되는 순간』, 2018)고 처음 말해준 이가 바로 왕자웨이 감독이다. 영화 ‘아비정전’(1990)에서 주연 배우 장만위(장만옥)와 호흡을 맞추는 단역에 그를 처음 발탁했을 때다. 7편을 함께한 왕자웨이를 그는 “저의 연기 생명에서 가장 중요한 감독”이라 말했다.

"눈빛 연기 비결? 평소 감정 말로 잘 표현 안해"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특별전 '양조위의 화양연화' 초청작' 무간도'. 사진 BIFF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특별전 '양조위의 화양연화' 초청작' 무간도'. 사진 BIFF

“당장 30일 후 어디서 무엇을 촬영할지 모르는 상황이 많고 대본도 매일 현장에서 받는다. 제가 찾은 방법은 하루하루 받은 대본을 제대로 연기하다 보면 그 역할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어있다. 하루하루 제대로 살아보면 살아지는 느낌인 것과 같다”고 왕자웨이의 남다른 창작 방식을 소개했다. “사실 왕자웨이 감독이 같은 신을 여름에 3일, 가을에 3일 찍고 이런 쪽에 욕심이 많으셔서 가끔 좀 힘들다”면서도 “근데 대체로 재밌었다. 연기 좋아하는 사람이면 3개월이든 2년이든 할 수만 있다면 행복하다”고 했다.

왕자웨이 신드롬을 일으킨 ‘중경삼림’(1995)에서 그는 세숫비누에 왜 이리 야위었느냐고, 젖은 행주에 그만 좀 울라고 말을 걸며 실연의 아픔을 달래던 경찰을 연기하기도 했다. 량차오웨이는 “밝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냈고 친구도 많은 편이 아니어서 학교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면 화장실 거울을 보고 혼잣말을 많이 했다. ‘중경삼림’ 캐릭터가 제 어린 시절과 비슷한 면이 있어서 비누·수건을 보고 말하는 게 그렇게 어색하지 않았다”고 조용히 웃었다.

허우 샤오시엔 감독이 대만어를 할 줄 모르는 그를 위해 캐릭터의 대사를 없애고 캐스팅했다는 ‘비정성시’(1989)를 비롯해 ‘씨클로’(1995) ‘색, 계’(2007)까지,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세 작품도 빼놓을 수 없다. 폭력 조직을 잠입 수사하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경찰이 된 ‘무간도’(2002)도 그의 대표작에 꼽힌다.

"연쇄살인마 역 탐나…송강호·전도연과 작품 하고파"

홍콩 스타 량차오웨이(양조위)가 지난 5일 부산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레드카펫에 들어서고 있다. 이날 개막식 무대에서 그는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했다. 오랜 팬을 자처한 배우 한예리가 시상을 맡았다. 사진 BIFF

홍콩 스타 량차오웨이(양조위)가 지난 5일 부산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레드카펫에 들어서고 있다. 이날 개막식 무대에서 그는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했다. 오랜 팬을 자처한 배우 한예리가 시상을 맡았다. 사진 BIFF

6일 기자회견에서 그는 “좀 더 글로벌한 관객에게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서” ‘샹치 텐 링즈의 전설’로 미국에 진출했다면서 이 영화로 “10년 전까지만 해도 도전할 생각도 못 했던 아버지 역할을 하며 이미지 전환을 했다”고 기뻐했다.
“저의 배우 인생을 전후반으로 나누면 전반 20년은 배우는 단계, 후반 20년은 배운 것을 발휘하는 단계다. 지금 그 단계를 넘어 스트레스를 많이 안 받고 연기자란 직업을 즐기면서 하고 있다”는 그는 “안 해본 역할을 하고 싶다. 아쉽게도 악역 대본이 많이 안 들어오는데 꼭 악역이라기보다 배경이 복잡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역할에 관심이 있다. 연쇄살인마 역도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특별전 '양조위(량차오웨이)의 화양연화' 상영작 '동성서취'(1993). 량차오웨이가 장궈룽(장국영), 장만위(장만옥) 등과 호흡 맞춰 슬랩스틱 코미디에 몸을 던졌다.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이 '동사서독'(1994)을 준비하다 기획, 제작한 코믹 무협극으로 유진위 감독이 연출했다. 사진 BIFF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특별전 '양조위(량차오웨이)의 화양연화' 상영작 '동성서취'(1993). 량차오웨이가 장궈룽(장국영), 장만위(장만옥) 등과 호흡 맞춰 슬랩스틱 코미디에 몸을 던졌다.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이 '동사서독'(1994)을 준비하다 기획, 제작한 코믹 무협극으로 유진위 감독이 연출했다. 사진 BIFF

2회 때 처음 방문한 BIFF와도 어느덧 25년 인연이다. “예전 부산에 왔을 땐 좁은 길에 작은 무대를 세웠고 영화관 가는 길에도 팬들이 몰려 신발이 벗겨진 적도 있었다”면서 “지금은 부산이란 도시가 현대적으로 발전했고 높은 건물도 많이 생기고 바닷가도 예뻐졌다. 영화제 개막식도 성대해졌다”고 격세지감을 드러냈다.

또 “‘8월의 크리스마스’ ‘올드보이’ 등 한국영화와 K콘텐트도 즐긴다”면서 “인연이 나타나면 한국·일본·대만 어디든 갈 의향”이라 내비쳤다.
“언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한국 작품도 언제든 도전할 마음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영화감독·배우도 많은데 특히 송강호·전도연 배우는 기회가 되면 꼭 영화를 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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