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꿈나무] 아이에게 읽히고 싶은 책 스스로 고르게 하는 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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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아이가 글자를 읽을 줄 안다면 가만 내버려두시길! 아이들도 자기 먹거리 자기 손으로 고르는 소박한 기쁨을 누려야 하지 않을까.

어이없고 돈 아까운 책만 골라온다고? 밥풀 흘리지 않고 첫 숟가락 뜨고, 왼발 오른발 헷갈리지 않고 첫 신발 신은 아이 없다. 시행착오, 당연하다. 자기가 고른 책에는 애착을 갖는다. 엄마가 고른 책 몸 배배 꼬며 어쩔 수 없이 읽는 것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그렇게 주도적으로 책 골라 읽는 맛을 들이고 난 후에 천천히 엄마의 입김을 불어넣어도 늦지 않다.

이렇게 '자기 양식, 자기가 챙기기'를 여러 차례 시도해 본 결과, 저학년 아이들에게 인기를 누리는 작가로는 존 버닝햄, 로알드 달,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로렌 차일드, 윌리엄 스타이그 등이 있다. 아이들은 "재미있다!"는 한 마디로밖에 표현할 줄 모르지만, 보는 눈이 제법이다. 믿어도 된다.

그래도 정 참견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한 엄마를 위한 요령 한 가지! 도무지 믿을 수 없는 눈높이를 가진 아이라면, 읽히고 싶은 책을 열 권쯤 미리 골라놓으면 된다. "이 중에서 뭐가 제일 먼저 읽고 싶어?" 결국 그 열 권을 다 읽게 될 운명임은 까맣게 모른 채 아이는 선택의 자유를 만끽해서 좋고, 엄마는 저항 세력과 충돌하지 않고 변칙 민주주의를 실행하니 좋다.

한 가지는 꼭 명심하자. 무슨 책을 읽든 아이들이 원하는 건, 에릭 킴멜의 '도서관에 개구리를 데려갔어요'(보물창고)에 등장하는 분위기라는 사실. 아이들은 개구리.펠리컨, 심지어 뱀과 코끼리까지 북적거리며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는 떠들썩한 도서관이 편안하다. 그러니까 애들이다. "너, 조용히 못해!" 외쳐봤자 목만 아프다.

읽다 팽개친 책으로 집안은 엉망이고, 책 읽는 시간인지 체육시간인지 종잡을 수 없이 머리 지끈거리게 하더라도, 야엘 아쌍의 '국화마을의 어린왕자, 모모'(시소)를 생각하면서 참자. 책이 모모에게 미친 오묘하고 위대한 영향력을 생각하면 다반사로 일어나는 아이와의 씨름 쯤이야. 프란체스카 비어만의 '책 먹는 여우'(주니어김영사)가 아이들과 친구하자고 찾아올 날이 멀지 않았으므로. 대상 연령은 책은 절대 읽지 않겠다고 버티는 소신 있는 저학년 어린이들과 책 속으로 강제 유배를 보내는 독재정권 엄마들.

임사라<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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