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크라군, 러 본토지역 첫 폭격”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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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서남부 미콜라이우에서 13일 러시아 미사일 공격으로 크게 파손된 아파트에 구조대원들이 출동하고 있다. 이날 우크라이나 40여 곳이 러시아의 미사일과 이란제 샤헤드-136으로 추정되는 자폭 드론 공격을 받았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 불법 병합 시도를 규탄하는 결의안이 유엔총회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채택된 다음 날인 13일 이른 아침(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이란제 드론으로 자폭 공격을 가했다고 AP·AFP·로이터통신 등이 현지 당국을 인용해 보도했다. 러시아는 이날 하루 우크라이나 40여 곳을 미사일로 공격했다.

키릴로 티모센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부실장은 텔레그램에 “중대 기반 시설이 ‘자폭 드론’의 공격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올렉시 쿨레바 키이우 주지사도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제 ‘가미카제 드론’에 의한 공격”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군이 이란제 자폭 드론 ‘샤헤드-136’을 들여와 공격을 투입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지만, 이란은 자국산 드론의 러시아 반출을 줄곧 부인해 왔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는 지난 12일 우크라이나저항센터(URC)를 인용해 러시아가 샤헤드-136 드론의 실전 투입과 교육을 위해 이란혁명수비대(IRGC) 소속 교관들을 크림반도의 드잔코이와 점령지인 헤르손주 잘리즈니 등에 데려갔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ISW는 IRGC 교관이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와 오데사 등의 민간 목표물에 대한 드론 공격을 직접 통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동북부 하리키우를 공격한 드론의 잔해를 조사 중인 경찰.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는 크림대교 폭발 사고 이후 지난 10일 시작한 보복 공격을 나흘째 이어갔다. 우크라이나 측은 지난 24시간 동안 남부 미콜라이우주와 중부 드니프로페트로프스크주 등의 40여 곳이 러시아 미사일의 공격을 받았으며, 우크라이나 군도 러시아 목표물에 32회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당국은 우크라이나가 13일 러시아 남부 접경도시 벨고로드 주거 지역에 폭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뱌체스라프 글라드코프 벨고로드 주지사는 이날 텔레그램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벨고로드를 포격해 구브킨 거리에 있는 아파트가 파손됐다”고 주장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그는 미사일 파편이 주변 학교 운동장에 떨어졌고, 벨고로드뿐 아니라 근처 크라스노예 마을도 공격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무너진 건물과 잔해를 담은 사진도 올렸다. 현재까지 파악된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12일 유엔 회원국들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긴급특별총회에서 러시아 규탄 결의안을 찬성 143표, 반대 5표, 기권 35표로 통과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서방은 예상을 뛰어넘은 압도적인 결의안을 높이 평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에서 “이번 투표는 전 세계가 러시아의 위반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단결하고 단호하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러시아는 지도에서 주권 국가를 지울 수 없으며 무력으로 국경을 바꿀 수 없다는 명백한 메시지”라고 전했다.

이번 결의안은 유엔총회가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통과한 네 건의 관련 결의안 가운데 가장 많은 회원국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국은 당사자인 러시아와 친러 권위주의 국가인 북한·벨라루스·니카라과·시리아에 불과했다. 중국·인도 등은 기권했으며, 기권 35개국 중 아프리카 국가가 19개국이었다. 결의안은 물리적 구속력이 없지만, 국제사회에서 러시아를 더욱 고립시키고 외교적 압박 수위를 높이는 효과는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김영주·임선영·서유진 기자 youngc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