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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3% 예금금리 5% 대출금리 8%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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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기준금리 3% 시대에 진입했다.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이다. 추락하는 원화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12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빅스텝) 인상하면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불을 붙인 ‘역(逆) 환율전쟁’에 한은도 뛰어들었다. 이로써 예금금리 연 5%, 대출금리 연 8% 돌파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경기 둔화가 본격화되는 ‘고통스러운 긴축’도 시작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가 연 3.5%까지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물가와의 전쟁’에 단일대오를 구축해 온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급증한 가계빚 등으로 인한 경제 체력 저하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3.0%로 0.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7월에 이어 사상 두 번째 빅스텝 인상이자 사상 첫 5회 연속(4, 5, 7, 8, 10월) 인상 결정이다.

원화 급락, 한·미 금리 격차 확대에…한은 또 빅스텝 밟았다

기준금리 3%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2일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3.0%로 0.5%포인트 인상했다. 이창용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2일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3.0%로 0.5%포인트 인상했다. 이창용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기준금리가 연 3%를 기록한 건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이다. 다만 이번 결정에서 주상영·신성환 금통위원이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의 소수의견을 냈다.

한은의 빅스텝 인상은 치솟은 물가라는 상수와 추락하는 원화가치라는 변수가 합쳐진 결과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5.6%·전년동월 대비)이 지난 8월(5.7%)보다는 소폭 낮아졌지만 한은은 당분간 5~6%대의 물가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 총재는 “5% 이상의 물가 오름세가 지속하면 경기를 어느 정도 희생하더라도 물가 중심의 통화 정책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특히 Fed의 강도 높은 긴축이 불러온 강달러와 무역수지 적자 등으로 지난달부터 원화가치의 추락은 가팔라졌다. 그동안 외환당국이 외환보유액을 써가며 원화가치를 방어해 온 만큼 한은 입장에서는 기준금리를 올려 원화가치 추락을 막기 위한 추가 방어선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 폭이 커지면 자금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어서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한국 기준금리와 미국 기준금리(연 3~3.25%)의 역전 폭은 상단 기준으로 0.25%포인트로 좁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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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재는 “9월 들어 원화가 급격히 절하된 게 빅스텝의 주요 요인”이라며 “미국과 금리 역전 폭이 너무 커질 경우 외화유출이 커질 수도 있고 외화유동성을 압박해 국내 금융시장 (리스크가) 전이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게 다수 금통위원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거인의 발걸음(자이언트 스텝,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내딛는 Fed의 뒤를 바짝 쫓고 있지만, 한·미 금리 역전 폭 확대는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Fed가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4.25~4.5%까지 올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연말까지 남은 금리 결정 일정은 한은은 1회(11월 24일), Fed는 2회(11월 2일과 12월 14일, 현지시간)다. 올해까지 남은 기간 Fed가 최대 1.25%포인트 금리를 올리고, 한은이 0.25%포인트 인상에 그친다면 한·미 금리 역전 폭은 최대 1.25%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이 총재는 향후 금리 인상 경로는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최종금리 수준이 연 3.5%라는 전망이 합리적이냐는 질문에 “다수의 금통위원이 말한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견해”라고만 답했다. 11월 인상 폭에 대해서도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이 워낙 커 다음 번 회의에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이 총재의 과거 발언대로 “Fed로부터 독립하지 못한” 통화 정책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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