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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이자만 130만원 늘었다” 집주인도 세입자도 ‘화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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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출금리 8%

한 시민이 12일 경기도 수원시의 한 은행 담보대출 금리 안내 문구 앞을 지나고 있다. [뉴스1]

한 시민이 12일 경기도 수원시의 한 은행 담보대출 금리 안내 문구 앞을 지나고 있다. [뉴스1]

3년 전 분양받은 아파트가 완공된 지 석 달이 지났지만 신모(35·서울 광장동)씨는 집을 비워놓고 있다. 잔금을 치르지 못해 소유권 이전 등기도 못했다. 이 아파트를 분양받으며 그는 5억5000만원의 빚을 졌다. 중도금(4억8000만원)과 계약금(1억6000만원)을 내기 위해 신용대출까지 동원했다.

올해 초만 해도 매달 갚아야 할 이자는 150만원 정도였지만 몇 달 새 이자 부담은 한 달에 100만원 더 늘었다. 그는 “3년만 참으면 억대의 시세차익과 함께 새 보금자리를 가질 수 있으니 합리적인 투자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커지는 이자 부담에 당장 잔금(1억6000만원)을 마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그는 “월세 수요는 많은데 목돈이 필요해 전세를 놓으려다 보니 고민만 커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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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대출에 휘어진 대출자의 허리가 끊어질 지경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평균 6%대로 올라선 은행권 대출금리는 8%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준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는 이들은 대출을 발판 삼아 집을 산 ‘영끌족’(대출을 영혼까지 끌어모은 이들)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올해 초만 해도 연 3.7% 수준이었던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변동, 신규 코픽스 기준)는 연 4.4~6.848%까지 올랐다. 예컨대 9억원짜리 집을 사면서 5억원을 대출받았다면 이자 부담이 올해 들어서만 월 154만원에서 280만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새 아파트를 분양받은 경우 계산은 더 복잡해진다. 대개 아파트 가격(분양가)의 20% 수준인 계약금만 있으면 살 수 있는 만큼 준공이 다가올수록 자금 마련에 대한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대개 새 아파트는 계약 시 20%, 공사를 진행하는 도중에 중도금으로 60%, 완공 후 잔금 20%를 내면 입주할 수 있다.

만약 이미 대출 한도만큼 중도금 대출을 받았다면 잔금 마련이 쉽지 않다. 신용대출 금리는 현재 연 7%를 웃돈다. 뛰는 금리로 돈을 빌리기 어려워지면서 미분양 아파트는 물론이고 아파트를 다 짓고도 비어 있어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아파트(8월 말 기준)는 3만2722가구다. 지난해 11월(1만4000가구)과 비교해 9개월 사이 1.3배 늘었다.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는 5012가구로, 같은 기간 3배 증가했다.

경기도 고양시 덕은동에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개 완공 후 잔금이 부족하면 전세를 놔서 자금을 확보해 등기부터 하는데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오르니 세입자가 차라리 월세를 찾는 상황이라 악성 미분양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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