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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한국 나랏빚, 선진 35개국 중 다섯 번째로 빨리 증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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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의 나랏빚 부담이 선진 35개국 가운데 다섯 번째로 빨리 늘겠다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했다. 고령화로 연금·의료 지출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진단과 함께다.

12일 IMF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2년 재정 점검 보고서(Fiscal Monitor)’를 발간했다. IMF 진단에 따르면 2027년 말 한국의 일반정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57.7%로 불어난다. 올해 말 54.1%와 견줘 3.6%포인트 상승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코로나19에 대응하느라 일시적으로 크게 늘린 지출을 줄이며 ‘빚 다이어트’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은 거꾸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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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개 선진국의 올해와 2027년 채무 비율을 비교했을 때 한국은 1위인 미국(12.8%포인트)과 2위 벨기에(11.2%포인트), 3위 핀란드(8.4%포인트), 4위 프랑스(6.7%포인트)에 이어 다섯 번째로 상승 폭이 컸다.

IMF 집계 결과, 선진 35개국 가운데 앞으로 5년간 채무 비율이 늘어나는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12개 국가에 그친다. 나머지 3분의 2에 달하는 23개 국가는 채무 비율을 줄여갈 예정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 이후 크게 불어난 정부 부채를 방치했다간 재정 건전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향후 5년간 채무 비율 감소 폭이 각각 13.5%포인트, 11.4%포인트에 이르는 독일과 캐나다가 대표적이다. 이전 재정위기를 경험했던 그리스와 아이슬란드도 앞으로 5년 동안 채무 비율을 27.7%포인트, 19.6%포인트 줄이는 높은 강도의 재정 긴축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올해 이후에도 국가채무를 늘려갈 예정이다. 저출생·고령화로 빠르게 정부 지출이 증가하고 있는 반면, 경제 성장 속도는 더뎌지고 있어서다.

장기 전망은 더 어둡다. IMF는 보고서에서 2050년 한국의 연금 지출액이 지난해 대비 53.7%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기간 의료 보건 지출은 72.9% 늘어나겠다고 관측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독일 등 선진국은 정부 채무 감축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한국은 정치적 상황 등으로 그런 여건이 아직 갖춰지지 못했다”면서 “또한 저출생·고령화, 저성장 등 사회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정부 지출과 채무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정준칙이 법제화된다면 지표가 이보다는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국가채무와 재정수지 적자가 일정 비율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재정준칙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국회에서 재정준칙 법안은 제대로 논의도 되지 않고 공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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