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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 하락폭 컸던 만큼 급락보다 약세 흐름 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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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한국은행이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결정한 12일 국내 금융시장은 의외로 차분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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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예상했던 결과였기 때문이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0.40포인트(0.47%) 오른 2202.47에 마쳐 지난 7일(종가 2232.84) 이후 2거래일 만에 2200선을 되찾았다. 외국인이 2357억원을 순매수해 지수를 끌어올렸다.  코스닥은 전날보다 2.17포인트(0.32%) 오른 671.67에 마쳤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가치는 전일 종가보다 10.3원 오른 1424.9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화 약세가 일부 진정되면서 외국인 수급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중국 현지 공장에 대해 1년 동안 허가 신청 없이 장비 수입을 허용했다는 소식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연말까진 주가 전망은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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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존 전망치대로 4분기 코스피 상단을 2300, 하단을 2000선 초반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앞서 우리금융연구원은 한은의 빅스텝을 예상하면서 10월 말 코스피 지수가 2150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역전 폭이 커지면 한국 증시가 미국 증시보다 상대적으로 더 부진한 흐름을 보일 수 있다”며 “다만 그동안 한국 증시의 하락 폭이컸던 만큼 급락하기보다는 약세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민지희 미래에셋 연구원은 “Fed가 완화적으로 돌아서면 한국 주식 시장도 조정받은 만큼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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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가 12일 긴급회의를 열 정도로 시장엔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 거래소와 금투협은 이날 오후 여의도 한국거래소 회의실에서 ‘증권시장 현안 논의를 위한 간담회’를 긴급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손병두 거래소 이사장은 “최근 미 연준의 추가 긴축 우려와 오늘 금통위의 ‘빅스텝’ 단행 등 우리 증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아 투자심리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면서 “최근 과매도 추세 완화를 위해 기관투자자들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제 시장의 눈은 또다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로 향한다. 한은이 이번 빅스텝을 통해 최대 0.75%포인트 차이가 났던 미국 기준금리와의 격차를 최대 0.25%포인트 수준으로 좁혔지만, 연말에는 이 격차가 다시 확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무작정 미국 금리를 따라서 금리를 올리기에는 한국의 경제 체력이 약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증권가에선 미국이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4.5%까지 도달할 경우 숨 고르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영국의 금융시장 불안 등을 겪으면서 이번 주 들어 FOMC 위원들 사이에서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미국의 시장 지표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은 역사적으로 공급관리협회(ISM)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선을 밑돌거나 주택경기체감지수(NAHB)가 50선을 밑돌 경우 Fed는 이를 경기 후퇴 신호로 받아들이고 긴축을 철회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9월 PMI는 50.9로 50선에 바짝 다가섰고, NAHB 지수는 46으로 50선을 밑돌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는 12월 FOMC 회의부터는 4.5% 이상의 금리 수준에서는 대해서는 과잉 긴축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Fed의 정책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될 때 주가도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인플레이션이 의미 있게 떨어져야 하는데 내년 3월은 지나야 시장이 기대감을 가질 수 있는 물가지표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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