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월 이후 1년9개월 만에 삼성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 위원들과 대면했다. 2기 준법위 위원과 면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12일 서울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준법위 정기회의가 열리기 전인 오후 1시30분쯤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회의 전 면담은 이찬희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가량 이뤄졌다.
이날 회의 직후 준법위는 이 부회장에게 준법 위반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으며, 사내 준법 문화 정착을 위해 더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이 부회장은 “지난 2020년 대국민 발표 내용을 충실히 이행하며 위원회의 활동 방향인 공정하고 투명한 준법경영,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며 “노동 인권을 보호하고, 다양한 이해 관계자와 소통도 강화하겠다”고 답변했다. 또한 위원회가 독립적·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준법위는 구체적 면담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재계는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과 지배구조 개선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봤다. 앞서 2기 준법위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ESG 경영 실현을 인권 우선 경영, 공정·투명 경영과 함께 3대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룹 컨트롤타워 복원과 관련해 삼성은 2017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바 있다. 현재는 사업 지원(삼성전자), 금융경쟁력 제고(삼성생명), EPC(설계·조달·시공) 경쟁력 강화(삼성물산) 등 사업 부문별로 3개의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회사 안팎에서는 자산 483조원, 계열사 60개에 이르는 국내 1위 대기업의 현안 조율과 중장기 목표 수립 등을 위해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찬희 위원장은 그룹 컨트롤타워 복원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개인적 신념으로는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개인 의견과 위원회 의견은 완전히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재계에서는 이번 면담이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 전 인사를 겸한 자리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 부회장이 오는 25일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2주기나 11월 1일 삼성전자 창립기념일, 12월 사장단 정기 인사 시즌 등 특정 시기에 회장에 취임할 것이라는 얘기가 거론되고 있다.
향후 준법위와 이 부회장의 면담은 정례화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월 준법위와 정기적으로 만남을 갖겠다고 했지만 구속 수감되면서 추가 면담을 하지 못했다. 지난 3월 이찬희 준법위원장과는 만났다.
삼성 준법위는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주문으로 2020년 2월 출범했다. 삼성의 지시를 받지 않는 독립조직으로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SDI·삼성전기·삼성SDS·삼성생명·삼성화재 등 7개 계열사에 대한 준법 감시 활동을 한다.
한편 삼성전자는 11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 최고의 직장’ 평가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와 IBM·알파벳(구글 모회사)·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를 제치고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