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일 계열사 사업장을 찾아 직원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회장 승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추석 연휴(9월 9~12일) 재판 휴정기간 중에는 글로벌 현장 경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다음 달 2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재판에 참석한 뒤 해외로 출국할 것이라고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매주 목요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재판, 3주에 한 번 금요일 삼성바이오 관련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데 다음 달 8일에는 추석 연휴로 재판이 잡히지 않았다.
“이번 추석도 해외 현장 찾을 듯”
이 부회장은 명절 연휴마다 해외 사업장을 방문하거나 현지에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다져왔다. 올해 역시 해외 출장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이 부회장이 추석에 임박해 구라파(유럽) 쪽에 출장 가 몇 나라를 돌면서 그런(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지원) 작업을 해주실 것 같다”고 말하면서 유럽이 가장 유력한 행선지로 떠올랐다.
제2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착공식이 계획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나 가전과 스마트폰 사업장이 있는 아시아·남미 등도 거론된다. 다만 다음 달 2~5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국제가전박람회(IFA) 방문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복권 이후 삼성전자 기흥·수원사업장, 삼성엔지니어링, 삼성SDS 등을 두루 방문해 직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했다. 이에 재계에서는 연일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968년생으로 올해 54세인 이 부회장은 2012년 12월 44세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아버지인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은 87년 12월 45세에 회장에 올랐다. 회장은 법률상 직함이 아니라 승진에 필요한 절차는 따로 없다. 무엇보다 이 부회장의 결심이 중요한 것 아니겠냐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신경영’ 30년째, ‘뉴삼성’ 메시지 내나
올해가 이건희 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신경영을 선언한 지 30년째라 ‘뉴삼성’을 지향하는 새로운 메시지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MZ 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태어난 젊은 층) 직원에게 보고를 받고, 워킹맘 간담회에 참석하는 등 다양하게 교감하고 있다. 회장 승진을 앞두고 정지(整地) 작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부 입지를 다져 회장 승진 후 조직을 안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대외적으로는 협력업체와 ‘통 큰’ 상생경영에서 나서는 모양새다. 이날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삼성SDS·삼성물산 등 11개 계열사는 추석을 앞두고 협력사에 물품대금 2조1000억원을 최대 열흘 앞당겨 결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8000억원보다 1조3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대금 조기 결제에 대해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자’는 이 부회장의 상생 비전에 따른 것으로 국내 중소기업들과 상생의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보유 특허 2만7000건을 개방해 1600여 건을 중소기업에 무상 양도하는 등 협력회사의 성장동력 발굴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