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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4월 '도발 스케줄' 완성…김정은 핵시간표 따라 움직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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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사실상의 '선제 전술핵공격 훈련'을 지휘하는 등 북한이 국제사회의 우려를 무시한 극단적 핵도발 국면으로 향하는 배경을 놓고 "김정은이 정한 시간표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가에선 김 위원장이 '도발 스케줄'을 완성한 시기를 지난 4월 경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당시는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로 넘어가던 한국의 권력 교체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17일 신형전술유도무기 시험 발사를 참관하는 모습.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핵전투무력 강화'를 주문했다.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17일 신형전술유도무기 시험 발사를 참관하는 모습.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핵전투무력 강화'를 주문했다. 노동신문=뉴스1

지난 4월 북한 관영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신형 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를 참관하면서 "방위력과 핵전투무력을 한층 강화하는데 나서는 강령적 가르치심을 주셨다"는 내용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면서 "신형 전술유도무기 체계는 전술핵 운용의 효과성과 화력 임무 다각화를 강화하는 데 커다란 의의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존에 북한이 중점을 뒀던 전략핵이 아닌 국지전을 염두에 둔 전술핵을 통해 한국의 주요 군사시설과 항만, 공군기지 등을 노리는 전략으로의 대대적 개편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전략핵은 광범위한 지역을 파괴할 목적을 가진 핵무기로 위력이 강한 반면, 전술핵은 군사표적이나 제한된 목표를 공격하기 위해 만들어진 폭발력이 작은 핵무기다.

실제 김 위원장의 '4월 교시' 이후 북한은 마치 정해진 과제를 신속히 해결하는 듯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에서 "핵무력을 최대의 급속한 속도로 강화 발전시키기 위한 조치들을 계속 취해나갈 것"이라며 '속도전'을 지시했다. 그리고는 6월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에서 동해 지도를 걸고 '새로운 작전 계획'을 세웠고, 9월에는 5가지 핵사용 조건을 명시한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했다. 이후 지난달 25일부터 보름간 김 위원장이 직접 지휘한 핵공격 훈련까지 진행됐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김정은의 4월 교시 이후 급속도로 전개된 최근의 상황은 북한이 전략핵에서 전술핵으로의 방향 전환을 하고 있음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급속한 전술핵 고도화를 통해 주한미군과 한국을 최대한 위협해 결국 핵보유국 인정 기회를 노리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거 미국이 파키스탄의 핵보유를 암묵적으로 용인한 것처럼 미·중 대결국면에서 미국이 북한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이 핵보유국 인정을 위한 전략적 타이밍을 노리고 있다는 의미다.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휘원회는 지난 6월 21~23일 확대회의를 개최해 중요 군사정책을 논의했다.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간부들이 대형지도를 놓고 회의하는 모습. 조선중앙TV=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휘원회는 지난 6월 21~23일 확대회의를 개최해 중요 군사정책을 논의했다.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간부들이 대형지도를 놓고 회의하는 모습. 조선중앙TV=연합뉴스

정부는 북한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도 북한의 전술핵 전략 변화 가능성 등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피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핵무력 법제화에 이어 우리 측 지역을 목표로 전술핵 발사 훈련을 진행한 것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불법적 군사적 도발은) 자신의 안보와 경제에 해가 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9일까지 진행한 훈련 기간 7번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7번 모두 '가상의 핵탄두'를 장착했다고 밝혔는데, 이 가운데는 한·미의 감시 체계를 피하기 위해 저수지에서 발사한 미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KN-23 개량형)과 초대형 방사포(KN-25)를 활용한 도발도 포함돼 있다.

두 미사일은 모두 변칙 비행을 하기 때문에 패트리엇(PAC-3 MSE) 등 한·미의 기존 미사일 방어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신형 전술무기다. 사전 발사 징후를 파악하기 어려운데다 미사일의 궤적을 따라잡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이 2018년 8월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갱도 폭파 방식으로 폐기하기 직전 5개국 국제기자단이 3번 갱도 앞에서 취재하는 모습. 공동취재단=연합뉴스

북한이 2018년 8월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갱도 폭파 방식으로 폐기하기 직전 5개국 국제기자단이 3번 갱도 앞에서 취재하는 모습. 공동취재단=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일단 김정은의 시간표에 따른 북한의 다음 도발 수순은 7차 핵실험이 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28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가 비공개로 진행한 회의에서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10월 16일(중국 20차 당대회)~11월 7일(미국 중간선거일) 사이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다만 매번 허를 찌르는 전략을 써왔던 북한의 전례를 감안하면, 핵실험 시기는 한·미의 예측 범위에서 벗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북한은 지난 8월 관영 매체를 통해 "북한이 핵실험을 하더라도 한·미가 원하고 기대하는 시기는 아닐 것"이라는 러시아 전문가의 발언을 의도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북한은 그러면서도 지난 10일 "필요한 경우 상응한 모든 군사적 대응 조치를 강력히 실행해 나갈 것"이라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보도하는 등,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핵단추'를 누를 수 있다는 협박성 메시지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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