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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사상 처음” 전투기 150대 동시 출격…다 끌어모아 무력시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이 지난 8일 전투기 150대를 동원해 대규모 항공 훈련을 진행한 사실이 10일 뒤늦게 확인됐다. 북한의 공중무력 위협은 전투기 8대와 폭격기 4대를 동원해 무력시위를 벌인 지난 6일 이후 이틀만이다. 공군은 당시 전투기 약 30대를 출격시켜 이에 대응했다.

북한이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항모가 참여한 한미 연합훈련에 대응해 비행대들의 합동타격훈련을 실시하는 모을 노동신문이 10일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항모가 참여한 한미 연합훈련에 대응해 비행대들의 합동타격훈련을 실시하는 모을 노동신문이 10일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군 당국은 북한이 지난 6일 군용기 12대가 편대비행과 공대지 사격훈련을 벌인 사실은 공개했으나 전투기 150대를 동원한 이틀 후의 무력시위는 알리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군이 자체적으로 설정한) 특별감시선 이북에서 이뤄진 활동"이라면서 "북한 군용기의 활동 등 모든 군사사항을 공개하진 않는다. F-35A 등 우수한 전력으로 우발상황에 대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 매체들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8일 '대규모 항공 공격 종합훈련'을 위해 전투기 150여 대를 동원했다. 이 매체는 "조선 동해에 재진입한 미해군 항공모함을 포함한 연합군 해군의 해상연합기동훈련이 감행되고 있는 정세 배경 하에서 사상 처음으로 150여대의 각종 전투기를 동시 출격시킨 조선인민군 공군의 대규모 항공공격 종합훈련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어 "훈련에서는 공군사단, 연대별 전투비행사들의 지상목표 타격과 공중전 수행 능력을 판정하고 작전대상물에 따르는 공습 규모와 절차와 방법, 전법을 재확증하며 비행 지휘를 숙련하고 부대별 협동작전 수행능력을 높이는 데 목적을 두었으며 신형 공중 무기체계들의 시험발사를 통하여 신뢰성을 검증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2019년 11월 원산갈마비행장에서 진행한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비행지휘성원들의 전투비행술경기대회-2019'에 등장한 수호이(SU)-25 공격기의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2019년 11월 원산갈마비행장에서 진행한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비행지휘성원들의 전투비행술경기대회-2019'에 등장한 수호이(SU)-25 공격기의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매체들은 '150대 동시 출격'을 강조했는데 이는 가용한 공중전력을 모두 끌어모은 것으로 추정된다. 국방백서에 따르면 2020년 12월 기준 북한 공군은 810여 대의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기체 노후화와 제재로 인한 부품 수급 문제 등으로 인해 실제 운용 비율이 10%에 못 미치는 상태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지난해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북한은 75대 정도의 '현대식' 공격기를 동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 방위성도 지난해 방위백서에서 북한이 보유한 3세대(60~70년대 개발) 이상 전투기는 74대라고 밝혔다. 평양 방어를 담당하는 미그-29 전투기조차 북한 공군 내에선 상대적으로 최신 기종이지만 도입한 지 30년이 넘었다는 점이 북한의 전투기 현대화 실패를 방증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규모 항공훈련은 지상관제에 크게 의존하는 북한 공군의 특성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김형철 전 공군참모차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공군의 경우 공역(空域) 부족이나 관제의 어려움 등을 고려해 동시체공 항공기 대수를 제한하는 게 상식"이라며 "특히 항공기 자체의 탐지성능 제한으로 지상관제에 의존하는 북한 공군 상황에 비추어 볼 때 150여대 동시 출격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압도적으로 우세한 한·미 공군력을 고려하면 한꺼번에 띄워 위협하려는 '무력시위' 효과를 노렸다는 설명이다.

2014년 1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여자 조종사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뒤에 보이는 전투기는 1세대(40~50년대 개발)로 분류되는 MiG-15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2014년 1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여자 조종사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뒤에 보이는 전투기는 1세대(40~50년대 개발)로 분류되는 MiG-15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또 대규모 항공전력 동원은 한·미 전투기와의 정면대결보다는 소규모 편대로 기습 침투해 교란·파괴하는 게릴라식 '항공유격전'을 운용하는 북한의 항공 전술·교리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도 있다.

일각에선 북한 매체들이 "합동타격훈련은 적 군사기지를 모의한 섬 목표에 대한 공군비행대들의 중거리 공중대지상유도폭탄 및 순항미사일타격과 각종 근접습격 및 폭격비행임무를 수행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전술 핵탄두와 같은 전략 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신형 공중무기체계 개발을 시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단 아직까지 북한은 중거리 공중대지상유도폭탄이나 순항미사일을 장착·발사할 수 있는 기체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북한의 잇따른 공중 무력시위는 북한이 항공유를 어떻게 구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낳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제재망을 촘촘히 죄는 상황에서 북한이 항공유를 어떻게 조달했는지의 문제다. 어떤 방법을 동원해 구했건 북한은 항공 훈련에 전투기를 대규모로 동원해 실전 상황을 대비한 항공유 비축분이 있음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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