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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10월인데 독감 의심환자 9년래 최대…‘멀티데믹’ 오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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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직장인 전모(37·서울 송파구)씨는 “지난달 말 온 가족이 지독한 감기에 걸려 고생했다”고 말했다. 전씨 가족을 괴롭힌 바이러스는 코로나19도, 인플루엔자(독감)도 아니었다. 전씨는 “온몸이 맞은 듯 아프고 고열과 가래, 기침이 심했다”며 “처음엔 코로나19를 의심해 몇 차례 검사했는데도 음성이었고, 독감 검사에서도 음성이 나왔다”고 말했다. 유치원생인 전씨의 아들(5)은 폐렴 증상까지 나타나 5일간 입원치료를 받았다. 이들을 앓게 한 건 급성호흡기감염증을 일으키는 메타뉴모바이러스였다.

코로나19 유행이 잦아들고 일상회복이 이뤄지면서 다양한 호흡기 바이러스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코로나19와 함께 다양한 호흡기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멀티데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9일 질병관리청의 인플루엔자(독감) 표본감시 통계에 따르면 2022년 40주(9월 25일~10월 1일) 독감 의사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7.1명으로 집계됐다. 독감 표본 감시를 시작한 2014년 이후 최고치다. 동네 의원을 찾은 환자 1000명 중 7명꼴로 발열과 함께 기침, 인후통 등 독감 의심 증상을 보였다는 의미다. 보통 9월 말~10월 초 1000명당 독감 의사환자 수는 3~4명 수준이다. 한겨울이 돼야 7명대를 넘어선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2020~2021년 1명대까지 떨어졌다가 올가을에는 예년보다 더 늘었다.

독감 의사환자는 영유아에서 집중적으로 나왔다. 1~6세에서 1000명당 12.1명을 기록, 한 주 전 7.9명에서 52.2% 증가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19~49세가 9.1명으로 평균보다 많고 0세(3.5명), 7~12세(5.2명), 13~18세(6명), 50~54세(3.9명), 65세 이상(3명)은 적은 편이었다.

독감 의사환자가 늘어난 데 비해 독감 바이러스 검출률은 미미하다. 지난주 표본감시에서 독감 의심환자의 호흡기 검체 265건을 분석한 결과 독감 양성은 2건(0.75%)에 불과했다. 반면에 급성호흡기감염증 바이러스는 총 199건(75.1%) 검출됐다. 이 중 메타뉴모바이러스(34.7%),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18.5%)가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곽진 질병청 감염병관리과장은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면 독감 의사환자로 집계하는데, 다양한 호흡기 감염증 환자들이 함께 잡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인플루엔자 외에 메타뉴모, RSV 등으로 인한 중증 환자 입원도 늘고 있다”며 “독감 접종을 빨리 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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