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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칼춤 병 굿은 제주 넋두리 굿과 흡사|샤먼 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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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몽골 하면 우선 샤먼(무당)을 상기할 만큼 무속의 발원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내 몽골에는 무속이 거의 없어졌고 외 몽골이나 소련·만주족들이 살고 있는 곳에만 남아 있다.
외 몽골에서 샤먼을 전승시키고 있는 종족들은 다허다라 족을 비롯, 차튼 족·달하드 족·우라인하 족 등 4개 종족으로 이들은 울란바토르에서 1천7백km정도 떨어진 서북쪽에서 영하 40도 이상의 추위를 견디며 살고 있다.
2년 전만 하더라도 몽골사람들은 외국인과 접촉하는 것이 금지돼 있어 샤먼 춤을 아는 사람이나 통역 자를 구하기가 매우 어려웠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몽골에 가기 전 한 몽 친선협회 김종규 사장(삼성출판사 대표)의 소개로 그쪽 몽-한 친선협회 회장을 만날 수가 있었고, 그 사람이 가장 적절한 사람을 소개 해줘 조사가 가능했다.

<관계자료 거의 소멸>
샤먼 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현재 중앙청년무용단의 지도책임자인 셉지트인수헤바다르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할아버지가 샤먼이었고, 아버지는 과거 몽골인민배우였으므로 샤먼 춤에 대한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몽골에서 학자들은 샤먼들의 실연을 볼 수 없지만 중앙청년무용단의 중요 멤버들만은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샤먼을 미신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샤먼에 관한 책도 출판이 금지되어 있고, 연구의 기회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년무용단의 연출자에게는 문화부가 몽골민족무용의 예술화라는 과제를 주어 샤먼의 연구를 허용한다.
따라서 셉지트인 수헤바다르씨는 진짜 샤먼의 예능행위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에 따르면 몽골의 샤먼들은 기우제를 비롯, 자연과 동물보호, 그리고 병 치료를 위한 제의를 담당한다고 한다.
샤먼들이 가지고 있는 무패는 주로 북(햇츠)과 칼이며 북은 신을 부르고 칼은 축귀하는 도구다.
샤먼은 춤을 추어 엑스터시의 상태에서 하늘을 올라가기도 하고 지옥으로 내려가기도 하면서 신적 세계와 인간계의 중계자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샤먼들이 사회집단 속에서 하고 있는 역할은 우리나라처럼 제사의 사제 자, 병자를 고쳐 주는 무의 또는 주술사, 예언자(점쟁이)라 할 수 있다.
몽골의 샤먼들은 의식의 내용에 따라 거기에 해당하는 속 본이 있어 이것을 읽어 내리면서 제의를 진행하는데 이 글귀대로 하지 않은 경우에는 큰 벌을 받는다는 것이다.
샤먼 춤의 기본은 신령과의 접촉을 위해 광란상태와 망아상태에 도달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 처음에 북을 치고 경을 읊으며 신을 청하고 신과 접촉하기 위해 점점 흥분되기 시작하여 결국은 도무하는 데서 절정을 이룬다.
그러나 춤과 주술은 제의의 내용에 따라 다르다. 가령 자연과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제의의 춤은 토데미즘의 문화 단계에서 나온 것으로 간주된다. 이 춤은 이른바「허머」라 하여 입으로 각종의 신령소리·바람소리·동물들의 소리를 내면서 사슴·호랑이·말·양과 같은 동물들의 움직임을 나타내거나 수렵과 노동행위를 모방한 춤을 춘다.

<거울에 병명 나와>
이같은 몽골의 샤먼 춤은 우리나라의 제주도 굿에도 자연의 조화를 나타내는 파종과 수렵의 춤이 있어 공통점을 이룬다.
기우제때의 샤먼 춤은 샤먼이 북을 쳐 몰입상태에 도달하면 샤먼은 높은 나무 위로 올라가 천신과 만난다. 천신을 지상으로 내려뜨린 다음 청수를 하늘과 땅에 뿌리면서 춤을 추고 비가 내리게 해 달라고 경을 읊는다.
샤먼 춤의 특징은 병을 치료하기 위한 제의에서 잘 나타난다. 샤먼은 북을 치면서 신을 청하고 도무를 통해 신령과 접촉하면 환자가 무슨 병에 걸렸는지 우선 알아본다. 무슨 병에 걸렸는지에 해답은 거울에 나타난다. 병명이 나타나면 거기에 따라 행동이 결정된다.
환자가 악귀에 의해 시달린 것을 알게 되면 악귀와의 싸움을 시작한다. 칼을 휘 돌리면서 회 무와 도무가 계속되고 이어 가지각색의 주술이 시작된다. 가령 칼끝을 위로해 가슴에 대고 땅에 엎드린 채 빙빙 돈다 든 가, 불을 입에 넣어 먹어 버린다던가, 불이 탄 곳에 뛰어 들어 거기에 앉아서 견딘다던가, 칼을 혀에다 대고 베는 행동을 한다던가, 양에서 나온 피나 자기 몸에서 나온 피를 먹기도 한다.
환자의 몸을 치료하는 방법은 격렬한 춤을 추면서 칼을 가지고 병자의 가슴이나 어깨·허리·옆구리·발·입·눈 등 곳곳에 있는 악귀를 물리치는 주술행위가 거칠고 전투적인 양상을 띠면서 몸 속에 잠재하고 있는 악령을 물리치고 제정신과 제 육체로 돌아오게 한다.

<사슴뿔·꿩 털 장식>
이렇게 춤과 주술로 환자를 치료하는 가운데 마치 한의가 진맥을 보듯이 때로 맥을 보고 환자의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제주도의 넋두리 굿에서도 몽골의 샤먼처럼 춤이 광란상태에 빠져 들어가는 가운데 신 칼을 가지고 환자의 온몸을 찌르거나, 치고 박는 가운데 물을 환자의 머리에 뿌려 넋이 빠진 환자를 치료하며 그 결과를 알기 위해 칼을 던져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으로 봐서 몽골의 병 굿과 유사성이 많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샤먼의 복식은 제의의 내용에 따라 다르나 기본적으로는 모자에 사슴뿌리와 새털이 꽂혀 있고 머리는 길게 늘어뜨린다. 하의는 바지와 비슷한 옷에 허리띠를 두르는데 허리띠에는 많은 방울(홀볼크)과 5색 천을 여러 개 매달며 칼을 차고 신발은 구두를 신는다. 또 몸 앞쪽에는 거울(신경)을 매달아 두며 이밖에도 동물·새·고기의 상과 태양·달·별의 원반, 철제로 만든 인간의 뼈와 내장을 나타내는 것들이 즐비하게 장식되어 있다.
그런데 샤먼이 쓰고 있는 모자에 꽂혀 있는 꿩 털과 사슴뿌리에 대한 전설이 재미있다. 샤먼모자의 꿩 털은 몽골의 영웅 칭기즈칸의 이름이 새가 하늘에서 내려와 칭기즈, 칭기즈 하고 울었기 때문에 칭기즈칸이라는 샤머니즘 최고의 존칭을 사용하게 되었다는 영조 설과 관련이 있다. 우리 풍속에 나온 「솟대」가 이승과 저승을 이어 주는 새(신조)로 되어 있고 농악에서 쓰이는 농기(신기)머리에 꿩 털이 꽂혀 있는 것이나 무당들이 쓰는 갓에 꿩 털이 꽂혀 있는 것과 비교해 볼 때 꿩을 영조 내지는 길조로 보는 같은 영혼 관이다.
샤먼들의 몸 앞에 거울을 매달아 놓은 이유는 샤먼이 이거울음 보면 이 세상의 모든 상황을 알 수 있고, 특히 악귀는 거울에 잘 나타나기 때문에 샤먼은 이 거울을 항시휴대하고 잡귀가 나타날 때는 옆구리에 차고 다니는 칼로 귀신을 물리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장신구는 우리의 무당들도 똑같이 사용하고 있다. 황해도 무당들은 「하경」이라 하여 거울을 쌀그릇에 꽂아 두거나 몽골 샤먼처럼 철제 원반형의「명도」(해와 달을 상징)를 신대(일월 대)에 매달아 놓는 수도 있다. 몽골의 샤먼은 방울을 옷에 매달아 놓고 신을 청하는데 비해 우리 무당들은 방울을 손에 쥐고 흔들어 신을 부르는 것이 다르다.

<옷에 방울 매달아>
샤먼들이 손에 든 북은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예컨대 둥글게 만든 작은북과 큰 북, 그리고 8각형으로 만든 북이 있는데 이 북의 뒷면에는 손으로 쥘 수 있는 나무가 박혀 있고 여러 개의 방울과 5색 천이 드리워져 있다. 대략 이러한 것이 샤먼들이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장식품이라 할 수 있는데 이밖에도 자연과 동물보호를 위한 제의에서는 사슴의 모습을 한 모자를 쓰거나 여러 종류의 동물모자를 쓰고 있으며 기우제 때는 샤먼이 막대기(신대)를 들고 제의를 진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나무껍질을 깎아 그 껍질을 둥글게 꼬아 내려뜨린 막대기로서 마치 우리나라 호남지방의 무당들이 사용하는「지 전대」나 일본 신사에서 사용하는「대폐」와 같은 성격의 신구라 할 수 있다.
몽골 샤머니즘의 신통은 천상계의 최고신을 정점으로 한 하늘의 신령, 일월성신의 신령, 광명의 선령, 지상 계의 토지·물·산천, 불과 같은 신령, 지하 계에서 사는 마 신과 귀신, 악령 등으로 나누어진다.
샤머니즘신자는 이와 같은 신령 중에서도 자연계 여러 세력의 대표자격인 신령을 최고존재로 보고 절대로 존경하며 이들 지상 계의 여러 신령과 어느 정도 교류한다. <글=정병호 교수(중앙대·민속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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